[데스크칼럼] 현재현 회장의 진정성을 원한다

by이성재 기자
2013.10.14 07:53:18

[이데일리 이성재 산업2 부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 전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앞으로 직원들과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자신과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라는 진정어린 사죄와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가정해보자.

어쩜 현재의 동양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두세 개의 계열사를 정리하는 수순에서 최소한 그룹은 지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 회장과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의 끝없는 욕심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놨다. 어떻게든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행동은 현 회장 일가가 살 수 있는 마지막 카드마저 놓쳐 버린 셈이다.

지난 3일 현 회장은 동양그룹 사태 이후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서다. 내용을 요약하면 “동양시멘트 법정관리는 투자자와 그룹 임직원, 중소협력사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이었다. 저희 가족 역시 마지막 남은 생활비 통장까지 꺼내어 기업어음(CP)을 사 모았지만 결국 오늘의 사태에 이르고야 말았다. 경영권 유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법정관리 신청이 경영권 회복을 위한 시도라는 세간의 비판을 인식한 듯 현 회장은 그동안 소문들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법원에 모든 결정을 맡길 수밖에 없다. 물론 저희 가족의 모든 경영권 포기가 자동으로 수반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현 회장 일가가 보여준 행동은 그룹 정상화를 위한 노력보다는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꼼수와 제 몫 챙기기에 바빴다.

이메일을 보낸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혜경 부회장이 동양증권의 개인 금고에서 거액을 빼 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도덕적 해이’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시멘트의 대표이사가 일주일 사이 두 번이나 바뀌는 등 법정관리를 준비한 현 회장의 야심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심지어 이 부회장이 비선조직을 통해 은닉재산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미심쩍은 구석이 한두개가 아니다.

결국 현 회장의 뜻대로 이번 주 동양 계열사의 법정관리 여부가 판가름난다. 동양도 기존 경영진을 법정관리인으로 추천했다. 물론 현 회장과 이 부회장의 최측근을 관리인으로 선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채권 투자자들과 동양증권 노조는 “현 경영진을 배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동양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자신들이 직접 법원에 추천할 관리인을 선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문제는 현 회장이 이 같은 상황을 바로잡을 의지가 있느냐다. 동양 사태 이후 임직원들에게 이렇다 할 회생 계획이나 구체적인 설명조차 안 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자기를 믿고 따라준 직원을 죽음으로 내몬 현 회장의 모습은 이미 경영자로서 자질과 신뢰를 잃었다.

이쯤되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신의 심복을 법정관리인으로 앉혀 경영권을 유지하고 현 회장 일가에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은 이제 곧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국민 여론과 시장은 이미 현 회장에게 등을 돌린 지 오래다. 그룹도 구심점을 잃었다.

이달 중 열릴 국정감사 역시 동양사태 책임 성토의 장이 될 듯하다. 이미 정치권과 금융당국, 검찰 등은 동양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현 회장 일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동양그룹 또한 각 계열사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며 급격하게 와해되는 양상이다.

지금 현 회장에게 필요한 것은 책임감 있는 행동이다. 동양과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과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숨어 있지 말고 앞으로 나와 사태 해결을 위한 회생계획안을 마련하는 작은 노력이라도 보여야 한다. 우린 현 회장의 진정성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