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한규란 기자
2013.08.20 08:00:00
선착순 탑승제·기종 단일화·용수 탑재량 조절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먼저 타는 사람이 임자?’ 최근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를 타고 제주도를 다녀온 신여원(29)씨는 탑승권을 받아들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좌석번호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앞에서부터 좌석이 A,B,C 구역으로 삼등분돼 있었기 때문이다. 카운터 관계자는 탑승하는 순서에 따라 구역 내 원하는 자리에 앉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승객들은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 일찍부터 줄을 서서 대기했고, 덕분에 탑승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국내 LCC들이 저마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다. 승객에게 값싼 운임을 제공해야 하는 만큼 최대한 ‘거품’을 뺄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진에어는 국내 최초로 ‘선착순 탑승제’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카운터에서 일일이 좌석을 지정할 필요가 없어 직원들의 업무를 간소화하고 탑승 수속 시간을 줄였다. 아울러 항공사가 공항에 내는 카운터 임대비용도 절감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선착순으로 좌석을 주다보니 승객 순환이 빠르다”며 “결항과 지연 등의 문제가 거의 없어 정시율도 매우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진에어는 또 국내선에 자체 예약·발권 시스템을 도입해 외부 시스템 사용료를 없앴다. 직원수도 최대한 줄여 인건비를 아끼고 있다. 6월말 기준으로 진에어 비행기 1대당 직원수는 50여명이다.
에어부산은 인터넷으로 직접 항공권을 판매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별도의 대리점이나 여행사를 거치지 않아 판매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고 이를 관리하는 인력도 따로 필요하지 않다. 이밖에 신문을 재활용해 군살 비용을 과감히 줄였다.
제주항공은 기내 화장실용 용수 탑재량을 조절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운항하는 B737-800 항공기의 용수 탑재 가능량은 약 227리터지만 구간별로 탑재량을 차등화했다. 국내선에는 4분의1 수준인 편당 40리터의 용수만 탑재하고, 일본 노선의 경우 절반 가량인 70리터의 용수만 싣는다. 이를 통해 하루 수십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제주항공 측 설명이다.
기종도 단일화했다. 똑같은 기종을 운용하면 인력과 유지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정비가 용이해 운항 안정성도 향상된다. 제주항공은 취항 후 B737기와 Q400기 등 두 기종을 동시에 운항하다 지난 2010년 Q400 기종을 모두 매각했다.
LCC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서비스의 질은 크게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원가를 대폭 낮추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항공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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