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뉴시스 기자
2012.05.30 07:18:51
[서울=뉴시스] "단속걱정 없으니 무제한 베팅하세요."
지난해 국내 4대 프로 스포츠 승부조작 파문 이후 승부조작의 진원지로 지목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이 철퇴를 맞았다. 정부의 강력한 단속으로 사실상 자취를 감춘 듯 보였으나 최근에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새로 개설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대부분은 인터넷 스포츠 중계 댓글 창에 홍보성 댓글을 달거나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만든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홍보성 글을 무분별하게 올리고 있다.
또 노출 빈도를 높이기 위해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의 이름을 함께 넣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누구나 손쉽게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청소년들마저 별다른 제약없이 사실상 접속이 가능다보니 불법 도박 사이트들을 차단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추천제 회원가입-경유 사이트까지 개설… 철저한 회원관리
한 차례 철퇴를 맞은 탓인지 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의 운영수법은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국내에는 본사와 총판 등을 두고 서버는 중국이나 일본, 환전소는 필리핀 등에 설치하는 등 국제적인 운영망을 갖춰놓고 피라미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실제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믿을 수 있는 회원의 추천을 받아야만 가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가입자가 수사기관 관계자 인지를 IP추적을 통해 확인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또 가입한 회원들에 대해 활동 내역을 철저히 감시하기도 한다.
일부 사이트들은 중간 경유 사이트를 개설해 놓고 스포츠 경기를 생중계로 보여준 뒤 특정시간 때만 실제 베팅이 가능한 사이트 주소와 인증번호 등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트위터 등을 통해 홍보에 나선 한 도박 사이트는 실제 공식 스포츠 토토로 착각할 정도로 유사하게 만들어놓고, 무료 포인트 충전 등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며 일반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은 다양한 베팅 항목과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물론 배당률도 높아 운동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배당률 200%'…무제한 베팅 방식 여전해
실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자마자 '스포츠토토를 뛰어넘는 배당률 200% ○○스포츠', '무제한 베팅가능' 등의 자극적인 문구가 담긴 배너창이 연달아 띄더니 다양한 베팅 항목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프로야구의 경우 선발투수의 초구 스트라이크 여부, 선취득점 팀 맞추기, 특정 타자의 안타수 등 베팅 항목이 셀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이 뿐만 아니라 축구와 골프, e-스포츠 등 다양한 국내외 스포츠 경기 결과에 따라 무제한 고액 베팅이 가능하다. 경기 중에도 베팅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관리·감독하고 합법적으로 발행되는 '스포츠토토'의 경우 지나친 사행성을 막기 위해 경기 전에만 베팅을 허용하고 베팅액도 한 번에 최대 1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배당금은 경기가 끝나고 2~3일 뒤에 지급된다.
이와 달리 대부분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베팅 방식은 단순히 경기 승패 여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기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항에 전부 베팅이 가능할 정도로 항목이 다양하고 베팅금액도 제한이 없다.
사행성감독통합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재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가 1000여개가 운영되고 있고, 연간 거래 규모도 최고 13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법이다 보니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어 이 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인도 운영자도 '일확천금'…24시간 감시체계 구축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인은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보다 이길 확률이 높은데다 배당률까지 높기 때문에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더 선호할 수 밖에 없다.
도박 사이트 운영자의 경우 서버를 해외에 두고 대포통장을 이용해 금융거래를 하는 등 철저하게 신상을 감추고 운영하다보니 사실상 관계당국의 추적을 피해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
특히 베팅 금액에 대한 제한이 없는데다 세금도 한 푼 내지 않고, 한 달에 최소 수천만원 이상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사이트 운영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경찰은 날이 갈수록 점점 교묘하게 영업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대한 단속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서버를 해외에 두고 개설과 폐쇄를 반복하다 보니 사이트를 발견하고 폐쇄하더라도 우후죽순처럼 또 생겨나고 있다"며 "경찰을 포함한 유관기관이 연계해 지속적이고 강력한 단속에 나서야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24시간 감시체계 구축과 불법 금융거래 등을 막을 수 있는 금융과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인 대책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포츠토토 관계자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없애기 위해 단순히 사이트 폐쇄 조치만을 취할 것이 아니라 실제 운영자를 잡기 위해서는 금융거래와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야 한다"며 "24시간 관리할 수 있도록 수사 인원을 보충하고 숨겨둔 범죄 수익금 모두를 몰수하는 등의 강력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라는 곳에서 스포츠토토와 같은 합법적인 기관을 규제하는데만 집중돼 있다"며 "위원회의 권한을 확대해 주도적으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에 대한 감독과 단속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승부조작에 가담하거나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자에게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또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베팅만 해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또 불법 사이트를 제작해 유통시킨 자에게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과 사이트 운영자에게 경기정보를 제공하거나 알선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토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