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고졸채용]①변함없는 차별에 그들은 좌절한다

by김상윤 기자
2012.05.25 08:16:15

"대학 나와야 대우 같아져" 악순환 지속
학력간 임금격차 여전 월소득 100만원 수준

[이데일리 김도년 김상윤 기자] 대한민국은 `대졸(大卒)공화국`이다. 지난해 국내 대학 진학률은 7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6%를 크게 웃돌았다. 2008년 83.8%보다는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은행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고졸자 채용 계획을 마련했고, 이를 산업계까지 확대하고 있다.
 



 
 
 
 
 
 
 
 
 
 
 
 
고졸채용 인원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고졸성공시대`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학력인플레 현상이 심해지면서 취업을 못하는 대학생은 늘어나는 데 반해 중소기업은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인력 수급의 불균형 문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한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대부분 공기업, 금융권을 선호하고 있다. 졸업하기도 전에 이미 대기업 등에 취업이 예정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반면, 고교생의 80%를 차지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은 여전히 중소기업 생산직에 머물고 있다. 이른바 `고졸의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명하다. 대졸 못지않은 인사·교육·복지 제도를 마련한 기업이 여전히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일정 기간 교육을 받으면 고졸과 대졸을 임금과 승진에서 똑같이 대우하겠다는 인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학력 간 임금격차는 여전하다. 고졸생을 위한 직종이 단순반복 위주의 생산직에 치중돼 있고, 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체계화되지 못하고 있다. 고졸생들을 무시하는 조직문화도 부담이다.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고졸생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월평균소득은 100만원 대 초중반 수준이다. 개인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나 대학 진학 지원제도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우수 인력을 선발하지 못한다고 아우성 치는 등 인력 수급의 불균형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군 복무 문제도 관건이다. 올해부터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 취업자들도 4년간의 군대 유예가 가능하지만, 제대 후 복직의 불투명, 급여 지급 여부 등은 고졸 채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결국 `대학은 나와야 된다`는 생각으로 다시 대학으로 발길을 돌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졸 취업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고졸과 대졸 사이의 임금 및 승진 차별 해소와 함께 중소기업과 특성화고의 연계 강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