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이 부른 경찰 과부하…장기사건 3배 늘었다

by송승현 기자
2025.01.09 05:20:04

수사기관도 헷갈리는 형사절차…3년째 수사 '핑퐁' 수두룩
형소법·검찰청법 개정 및 공수처 설립으로 혼선
공수처-검찰, '감사원 뇌물' 사건 1년째 핑퐁중
"신속한 수사·재판할 수 있게 형소법 개정해야"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두 차례에 걸친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인한 수사기관 간 중복 및 ‘핑퐁’ 상황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나면서 관련 문제 해소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에서 드러난 수사기관의 중복 수사 문제는 2020·2022년 형사소송법 개정과 2022년 검·경수사권 개정, 2020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통과 등 지난 몇 년간 검찰개혁을 명분 삼아 자행된 변화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0년 형소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박탈됐고 사법경찰관에게 불송치결정권이 인정됐다. 또 2022년 개정을 통해서는 검찰이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제한적인 수사만 할 수 있게 규정하는 등 검찰의 수사 범위를 좁혔다.

또 2022년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서는 아예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경제범죄와 부패범죄 2개로 한정했다. 여기에 공수처 설립으로 △고위공직자 △대법원장,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 범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권한을 갖게 됐다.



이를 두고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특정 범죄에 대해 어떤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을 수 있는지 법조인도 헛갈리는 상황”이라며 “일반 국민이 혹여 수사 대상이 된다면 어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더 나아가 피해자라면 어떤 수사기관에 고소·고발을 해야 하는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수사기관 간 사건을 서로 미루는 소위 ‘핑퐁’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감사원 3급 간부 뇌물 수수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22년 2월 감사원의 수사 의뢰로 공수처가 맡은 뒤 검찰에 기소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핑퐁 상황이 펼쳐졌었다. 검찰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기소를 거부하고 공수처는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해 기소하라’며 사건 받기를 거부하고 있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이후 이 사건은 검찰에서 보완수사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외에도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관련 검찰 윗선의 부실 수사 의혹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수사외압 의혹 등도 공수처와 검찰 간 핑퐁으로 장기간 사건이 표류했다.

검찰 수사를 뜯어내 경찰로 집중한 것도 국민 피해로 되돌아오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사건 처리기간이 6개월이 넘는 경찰 사건도 형사소송법 개정 이전인 2019년엔 5.3%에 불과했지만 2022년 14.0%로 비율이 크게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박병철 법무법인 로얄 대표변호사는 “현재 대리하고 있는 형사고소 사건도 무려 3년째 수사기관에서 ‘핑퐁 게임’을 하고 있어서 애를 먹고 있다”며 “일선 수사 경찰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 가중이 심각해 어쩔 도리가 없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형사소송법을 다시금 개정해 혼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형관 가천대 법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대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수사 지연 또는 불송치 및 불기소에 관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며 “억울함이 없이 일반 사안들에 대해 신속한 수사와 재판을 할 수 있게 하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추구하되 인권보장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