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드 백신 기술, 주가 257% 띄웠지만...전문가들 “상용화 힘들 것”
by송영두 기자
2024.08.06 13:30:14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셀리드 주가가 연일 상승세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데, 여기에 적용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플랫폼 기술 특허 등록 소식이 영향을 끼쳤다. 미국과 러시아에서 특허 등록이 결정되면서 자체 개발 벡터 플랫폼 기술력을 미국에서 인정받았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특히 해당 플랫폼 기술을 통해 벡터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인체감염 조류독감 및 BVAC 파이프라인 적용도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특허 등록 자체는 환영할만한 일지만, 회사 측 주장대로 백신 생태계에 큰 파급력을 기대하기에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5일 셀리드 주가는 628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7월 23일 “셀리드, 코로나19 백신의 대량생산과 해외진출을 위한 독자적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의 미국과 러시아 특허 등록 결정”이라는 보도자료 배포 후 주가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발표 당일에만 전일 대비 525원 오른 2285원을 기록했고, 이후 8월 1일 4730원까지 올랐다. 2일에는 개발중인 코로나 백신 임상 3상 현황과 사업 비전을 밝히면서 5일까지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특히 5일에는 코스닥 지수가 역대급 하락세(11.30%)를 보이면서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낸 가운데, 상승세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 23일부터 5일까지 셀리드 주가 상승률은 무려 약 257%에 달한다.
특허 등록이 결정된 셀리드 기술은 복제불능 아데노바이러스 대량생산에 최적화된 벡터 구조에 대한 것이다.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 ‘AdCLD-CoV19-1 OMI’에 적용된 기술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복제불능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생산할 때, 생산 세포주의 지놈 서열과의 상동 재조합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복제가능 아데노바이러스가 생성될 수 있다. 이는 제품 품질 문제와 직결돼 벡터 대량생산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따라서 이러한 복제가능 아데노바이러스 생성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 적용이 필수적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이번 특허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강창율 셀리드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벡터 플랫폼 기술은 항원만 바꿔 적용하면 코로나는 물론 독감백신, 대상포진, 조류독감 등 신종 감염병 백신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라며 “따라서 특허가 굉장히 중요하다. 미국과 러시아에서 특허 등록이 결정되면서 셀리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기술의 신규성과 진보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은 내년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상용화가 되면 특허 등록 기술을 기반으로 많은 시장을 뚫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당장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잠재력을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허 기술이 적용된 오미크론 대응 코로나 백신은 현재 한국, 베트남, 필리핀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인데, 지난 4월 국내 환자 투여를 완료했다.
셀리드는 “코로나19 임상 3상 시험의 중간 분석 결과에 따라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현재 개발 중인 Ad5/35 백신 플랫폼은 간단한 백신 항원 유전자 교체 작업을 통해 신규 백신 개발 및 생산을 신속하게 완료할 수 있는 특장점을 갖고 있다. 향후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신규 백신을 개발하여 질병관리청과 협의를 통해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하고 국가에 납품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셀리드 특허 기술이 신규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백신 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용화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을 제기했다. 국내외 백신 업계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검증이 된 기술만 활용하는 특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대형 백신 개발사인 GC녹십자(006280)와 LG화학(051910)은 계란에서 항원 단백질을 생산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세포배양을 통해 항원 단백질을 생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셀리드의 이번 특허 기술은 세포치료제 그 자체가 항원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식인데, 신규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GC녹십자나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이 성냥이라면 셀리드 기술은 원자탄에 비유할 수 있다. 백신 영역은 워낙 오래된 분야여서 생산방식에서 굉장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수 없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전통적인 백신 생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검증된 전통적인 방식으로 대량 생산을 통해 싸게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셀리드 기술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인데, 왜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셀리드 플랫폼 기술의 파급력과 수요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셀리드는 항원 단백질 자체를 직접 넣어준다는 것인데, 이는 항체 생산처럼 별도의 어려운 공정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단백질 조각을 넣던 것을 면역세포 덩어리째로 넣는다는 것이다. 생산성이나 효율이 맞지 않는다”며 “아무리 신규성이 있는 특허를 등록했다고 하더라도, 백신 관련 산업에 미칠 파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자동차 시장도 가솔린,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하고 각기 장점이 있다. 백신 기술도 이와 비슷하다. 각자 추구하는 플랫폼이 다를 수 있다. 어떤 플랫폼이 좋고 나쁘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각 플랫폼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셀리드 플랫폼 기술은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다. 셀리드 플랫폼 기술은 다른 백신 플랫폼 기술 대비 생산과정이 짧고 단순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항원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신종 감염병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백신의 핵심 요소는 가장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 셀리드 백신 플랫폼 기술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