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남’ 생긴 엄마의 황혼이혼 요구…아빠는 어떡하죠[양친소]

by최훈길 기자
2023.12.16 08:00:00

[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강효원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엄마가 동네 배드민턴 모임에 나간 지 5년이 넘었습니다. 건강에도 좋고 취미생활로도 좋은 운동이라 열심히 다니시라고 응원해 드렸죠. 엄마가 활동적인 거에 반해, 아버지는 늘 집에만 계십니다.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시고 친구분들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저는 최근에 취업해서 정신없이 지내고 있었고요.

그런데 한 달 전, 엄마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친척분이 엄마 메시지로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서 엄마 전화를 봤는데요. 메시지가 계속 오는 겁니다. “이번 주말에 같이 있자”, “지금도 당장 달려가고 싶다”는 등 딱 봐도 사랑하는 남녀의 대화였습니다. 거기다 그 남성의 카톡 프로필 사진에 엄마의 옆모습 사진이 딱 올라가 있었습니다. 하트 이모티콘과 함께 말이죠.

엄마 나이가 65세십니다. 남자가 생길 거라 상상도 못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친구분들과 여행을 자주 다니셨는데요. 그때마다 제가 용돈도 드리고 등산복도 사드리고 했는데, 그게 다 불륜남과 동행한 거였습니다.

그때부터 마음이 너무나 불편했고 아버지가 불쌍했습니다. 몇 주 전, 그날도 엄마는 집에 없으셨고 아버지랑 맥주를 한 잔을 했습니다. 용기 내서 “엄마 돌아다니게 하지 마세요”라고 했더니, 아버지께서 “냅둬라”고 하시면서 한숨을 쉬시는 겁니다.

알고보니 아버지도 엄마의 바람을 알고 계셨습니다. 게다가 엄마가 매일 밤 이혼을 하자며 아빠를 괴롭히고 있다는 겁니다. 아버지는 ‘자식한테 바람 핀 거 걸리기나 하고’, ‘부끄럽다’며 계속 한숨만 쉬시더군요. 이혼을 요구하는 엄마와 무기력한 아버지, 두 분을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까요?

△여성가족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전체 이혼건수 중 36.7%가 혼인 기간이 20년 이상 된 이혼으로 황혼이혼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황혼 사유는 부정행위, 폭언·폭행 등의 가정폭력, 도박, 고부갈등 등 다양했습니다.

20~30년 전에 결혼했을 때의 문화나 시대적 흐름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이혼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요즘에는 오히려 자녀들이 부모님에게 이혼을 권하기도 하고 많이 돕기도 해서 황혼이혼이 증가하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계속해서 아버지에게 이혼하자고 강요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아버지가 동의하지 않아 이혼 소송으로 가게 되더라도 어머니가 유책배우자이기 때문에 이혼은 안 될 것입니다. 아버지는 부당한 요구를 굳이 들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부정행위에 대한 사후 용서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혼인 관계를 지속시키려는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시돼야 하는데요. 판례를 보면 서로 이혼 의사가 표출됐다는 사정만으로 상대방의 부정행위를 용서했거나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나와 있습니다. 사연자의 아버지는 이혼을 하겠다고 하지도 않았고 무기력하게 집 안에 계시는 상황입니다. 단순히 배우자의 부정 행위를 알고도 항의하지 않았다는 사정으로 부정 행위를 용서했거나 동의했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이혼하지 않는 것도 힘든 선택으로 보입니다. 이 상황을 탈피해 보고자 노력을 해봐야 하는데요. 우선 소송적 측면으로는 상간자 소송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간자 소송을 하더라도 부정행위를 지속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다만 상간 남성에게 부정행위에 대한 명확한 경고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녀들이 어머니와 대화하면서 설득해보고 부부 상담을 권해서 두 분이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본인의 부정행위로 인한 혼인파탄은 불명예스러운 일입니다. 이후 자녀들이 결혼하고 손주도 보는 미래가 펼쳐질 텐데요. 본인의 잘못으로 헤어져서 노후를 혼자 사는 건 더 불안정하고 쓸쓸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부부가 아무리 친밀한 사이라 해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기 마련인데요. 그 선을 잘 지키면 좋겠습니다. 부정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부부에게 기본입니다. 그밖에 남편은 아내에게 폭언, 막말, 폭행, 시부모와의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 것,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아내는 남편의 가족에 대해서 안 좋은 말을 하는 것, 폭언, 남편을 무시하는 말 등을 반드시 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또한 부부 중 한쪽이 재산이 많다고 해서 상대 배우자를 무시하거나 으스대지 않으셔야 합니다. 내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이혼하면 나눠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서로의 공동재산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상대를 존중해줘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