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옥석 가리기' 본격화…'버티기'냐, 'RTD 하이볼'이냐

by남궁민관 기자
2023.09.28 08:45:00

수제맥주 시장 전성기 이끈 1세대 업체들 실적 ''바닥''
RTD 하이볼 앞세운 후발 수제맥주 업체 부루구루 두각
시장 정리 불가피…세븐브로이·카브루, 하이볼에 시선
제주맥주 "언젠가 다시 수제맥주"…진검승부 위한 버티기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한때 국내 주류시장을 주름잡았던 수제맥주 열풍이 가시면서 업계 ‘옥석가리기’가 조만간 펼쳐질 전망이다. 당초 열풍을 주도했던 ‘협업 수제맥주’의 공급과잉으로 소비자들의 피로감을 불러일으킨 탓이다. 주요 업체별로 수제맥주로 진검승부를 노리는 이와 하이볼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노리는 이 등 엇갈린 전략을 꺼내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수제맥주가 진열되어 있다.(사진=뉴시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전성기를 이끌었던 1세대 수제맥주 업체 제주맥주와 세븐브로이맥주가 올해 상반기 나란히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가운데 신생 수제맥주 업체 브루구루가 이들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해 이목을 끌었다.

제주맥주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하 연결기준)은 전년동기대비 18.2% 감소한 10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작년 같은 기간 40억원에서 더욱 늘어난 76억원으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세븐브로이맥주의 상황도 동일하다. 이 회사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2.6% 급감한 90억원,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 50억원에서 적자전환한 마이너스 15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1세대 수제맥주 업체인 카브루는 올해 상반기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앞선 제주맥주, 세븐브로이맥주와 크게 다른 상황은 아니다. 카브루는 이미 지난해 연간 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곰표밀맥주를 시작으로 국내 주류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컬래버레이션 수제맥주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기 시작해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와인과 위스키가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더불어 한때 ‘노재팬(No Japan·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영향으로 급감했던 일본 맥주가 다시 인기를 끈 것도 시장 환경 악화의 주요 배경이 됐다.



이런 와중에 부루구루는 올해 상반기 매출 145억원, 영업이익 21억원을 달성하면서 이들 1세대 수제맥주 업체들의 실적을 앞질렀다. 지난해 9월 편의점 GS25에서 단독 판매한 수제맥주 ‘뵈르비어’의 성과도 있지만 같은 말부터 공격적으로 펼친 RTD 하이볼 시장 공략의 성과가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GS25 모델이 카브루가 광주요그룹 화요와 손잡고 선보인 ‘하이요 버블리’를 소개하고 있다.(사진=GS25)
확실한 판도 변화가 감지되는 가운데 1세대 수제맥주 간 사업전략은 엇갈린다. 세븐브로이맥주와 카브루는 최근 RTD 하이볼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선 가운데 제주맥주는 수제맥주로 진검승부에 나서서다.

실제로 카브루는 RTD 하이볼 라인업을 확대코자 올해 봄 리큐르제조면허를 새로 등록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6월 광주요그룹의 ‘화요’와 손잡고 GS25에 ‘하이요 버블리’를 출시한 데 이어 7월에는 ‘김창수위스키증료소’와 손잡고 ‘김창수 하이볼’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음달 중 ‘버블위스키 맨하탄·위스키쿨러’도 출시 예정이다. 세븐브로이맥주 역시 최근 ‘세븐하이볼 자몽·레몬’을, 자회사 세븐브로이양평이 ‘비비하이볼 피치·자몽·얼그레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조품목보고를 하는 등 RTD 하이볼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반면 제주맥주는 국내 주류 소비 시장에 다시금 수제맥주 제2의 전성기가 돌아올 것으로 판단, 그동안 쌓아왔던 자체 브랜드를 가다듬으며 버티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제주위트에일과 제주펠롱에일, 제주거멍에일 등 제주에일 3종이 대표적이다. 올해 손을 맞잡은 대한제분과의 협업 폭도 강화한다. 다른 컬래버레이션 수제맥주와 달리 곰표밀맥주는 상당한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현재 선보인 ‘곰표밀맥주 시즌2’에 이어 ‘곰표’를 활용한 다양한 수제맥주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기존 협업 수제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신제품 효과는 현재 거의 실종된 상태”라며 “다만 주류 소비 트렌드는 몇 년의 간격을 두고 순환되는 만큼 다시 수제맥주에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 시장이 정리되기까지 고부가 제품, 경쟁력 있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꾸준히 강화하며 기회를 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