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연준 피봇 기대감에 코스피 2200선 붕괴
by양지윤 기자
2022.10.12 07:29:33
코스닥, 4%대 폭락…2020년 5월 수준 뒷걸음
미 고용지표 호조·우크라 전쟁 확전 등 악재 소화
물가지표·연준 의사록 공개 앞두고 경계감 확산
반도체 등 ''수출효자'' 실적 먹구름 우려도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코스피 지수가 닷새 만에 2200선이 붕괴됐다. 한글날 대체 휴일로 하루를 쉬는 동안 미국 9월 고용지표 호조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등 연이어 발생한 악재들을 소화하며 약세를 보였다. 미국 고용지표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식은 영향이다. 러시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점도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당분간 장중 등락폭이 큰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공개되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예상되는 데다가 금리결정 물가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PPI),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잇따라 발표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업들이 3분기 실적발표 시즌에 돌입한 가운데 수출효자이자 국내 증시에서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 기업이 실적 부진에 시달릴 것으로 보여 약세장 탈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대비 40.77포인트(1.83%) 내린 2192.07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장보다 28.98포인트(4.15%) 하락한 669.5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22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30일 이후 닷새 만이다. 지수는 지난주 3.59%나 상승하는 등 단기 반등세를 보였으나 이날 급락으로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지난 달 30일 기록한 52주 최저가(661.65)에 근접했다. 종가 기준으로 670선을 밑돈 것은 2020년 5월7일(668.17) 이후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8원 급등한 1435.2원에 마감했다.
양대 지수가 일제히 약세 마감한 것은 지난 주말과 대체휴일 기간 동안 발생한 악재를 한 번에 반영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간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32% 하락한 2만9202.88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75% 내린 3612.39를, 나스닥 지수는 1.04% 내린 1만542.10까지 하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2020년 7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나스닥 지수는 지난 7일에도 3.80% 급락한 바 있다.
미국 증시는 9월 고용지표 호조세로 인한 충격파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영향으로 이달 초 나타난 랠리 분위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9월 미국의 실업률은 3.5%로 전날 3.7%보다 오히려 더 개선됐다. 이에 미국 연준의 강력한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지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고용 위축을 기대했던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확전되고 있는 점도 투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러시아는 1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부와 주요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미사일 공습에 나섰다. 이로 인해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전날 장중 113.31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오른 반도체, 자동차 기업의 업황 부진 우려도 투심에 찬물을 끼얹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각각 1.42%, 1.1% 하락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생산업체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의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한 여파다.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도 부정적 전망이 제기되면서 4.27%, 5.07% 급락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USB가 포드와 GM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며 현대차, 기아 등 자동차주가 하락했다”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인한 자동차 수요 둔화 우려가 확대되며 관련주 전반의 투자심리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는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심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물가지표 발표를 앞두고 경계심리가 고조되면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국내외 증시 반등의 주된 동력이었던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미국의 고용지표 확인 후 후퇴한 탓이다. 9월 CPI가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더라도 연준 피봇(통화정책 방향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꺾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3일 공개되는 9월 FOMC 의사록에서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이 확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상장사들이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증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정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12개월 선행 예상 순이익은 169조원으로 3개월 전에 비해 17조원 줄었다.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주의 실적 감소에 따라 상장사 전체 이익도 축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1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73% 급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과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결국 경기 성장을 저해해 경기 침체 이슈를 자극하고 있다. 결국 달러화의 움직임이 모든것을 결정 할 것”이라며 “FOMC 의사록 공개와 소비자물가지수, 미국 소매판매, 미국 소비심리지수 등과 더불어 ‘결국 실적이 답’이기에 실적 시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