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한 시간에 수백만원'…로펌의 M&A 시간은 돈으로 간다

by김성훈 기자
2021.10.21 07:28:02

M&A 시장 열기…로펌 법률자문 수혜 눈길
'타임차지'가 핵심…회사 규모따라 세분화
전화 응대나 이메일 작성까지 시급에 포함
M&A 길어질수록 로펌 버는 수익 천정부지
로펌들도 M&A 법률자문 경쟁력 강화 올인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인수합병(M&A) 관련 업무가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최근에 만난 한 법조계 관계자는 M&A 시장이 로펌에 미친 영향을 묻는 말에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M&A에 참여하는 기업이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늘면서 이 부문을 힘을 주려는 로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해당 분야 강화를 위해 인재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열기가 뜨거워진 M&A 시장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곳을 꼽으라면 로펌(변호사들로 구성된 법률회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기별 수십조원 거래가 이뤄지는 M&A 시장 내 법률 자문이 로펌 매출의 적잖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남양유업(003920) 사례처럼 유례없는 M&A 이행 소송까지 빚어지면서 로펌의 M&A 시장 이해도나 경쟁력이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은 3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거래규모를 집어삼키며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데일리가 하나금융투자에 의뢰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1~9월)까지 이뤄진 기업 경영권 인수 거래액(잔금 납입 완료 기준)은 34조13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가 두 달여 남은 상황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이뤄진 M&A 거래 금액(26조9612억원)을 이미 넘어선 셈이다.

34조원을 웃도는 M&A 거래의 중심엔 로펌들이 있다. 법률(인수) 자문은 M&A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기 때문에 거래 규모 증가는 곧 로펌 수익과 직결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매각 측과 원매자 모두 법률 자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M&A 한 건당 두 곳 이상의 로펌이 수혜를 입는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국내 초대형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김앤장)가 이 분야 부동의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광장과 태평양, 세종 등이 M&A 법률자문 분야 ‘빅4’를 형성하고 있다. 화우와 지평, 율촌, 기현 등의 로펌들도 M&A 법률 자문에 적극 나서며 최상위권 입성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통상 증권사나 회계 법인들은 프로젝트별로 정해진 수수료를 받는다. 그러나 로펌은 이른바 ‘타임 차지’(Time charge) 개념의 시급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금액 책정도 촘촘하다. M&A 법률 자문 실적이나 로펌 규모(명성)에 따라 회사별로 가격 차이가 세분화해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초대형 로펌에 M&A 법률 자문을 맡길 경우 막내급인 주니어 변호사들의 1시간 임금은 50만원 안팎으로 책정돼 있다. 이어 중간급인 미들급 변호사들의 시급은 80만원, 시니어급은 200만원 안팎이다. 회사를 대표하는 파트너급이 등판하면 1시간에 3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일반 M&A 업무 외에도 관련 전화를 받거나 이메일을 답변하는 시간도 임금을 책정해 청구서를 보낸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M&A 배경지식을 쌓기 위해 책을 읽는 시간도 업무로 분류하고 (법률 자문을 맡긴 회사에) 시간을 기록해 청구하기도 한다”며 “사전 협의 때 금액 한도를 정해놓자는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M&A라는 게 원하는 시간에 끝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오버타임(추가근무)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거래 규모가 크고 M&A 과정이 길어질수록 로펌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천정부지로 뛴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조 단위 빅딜의 경우 십 수명의 변호사가 달라붙어 일을 처리한다. M&A 첫 단계인 매물 검토부터 실사, MOU(양해각서) 및 계약서 작성, 인수 펀드 등록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소화하면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 장기간 진행한 M&A 빅딜의 경우 (매각측과 원매자 측이 지출한) 법률자문 비용만 수백억원에 육박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M&A 법률자문이 주요 매출이 되다 보니 로펌들도 M&A 법률 자문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국내 M&A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국내 변호사는 물론 크로스보더(국경간 M&A 거래)딜 주선을 위해 외국계 변호사 선임에도 공격적이다. 영입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M&A 법률자문을 이끌어갈 수 있는 시니어급 변호사 영입에 15억원(계약금 포함) 이상을 베팅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에는 남양유업(003920)이나 교보생명 등 M&A나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법적 다툼사례마저 늘다 보니 해당 분야 인재 수혈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재판 소송보다 M&A 자문이 조직적으로 맨파워(인력)를 활용할 수 있는데다 수익에도 적잖은 영향을 준다는 점을 (로펌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초대형 PEF 운용사와 M&A 업무로 연을 맺으면 차후에 일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로펌과 PEF간 관계도 중요하게 관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