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②“한국車 관세, 낙관적 전망..부과할 이유 없어”
by임현영 기자
2019.11.21 06:00:00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인터뷰
"현대차 투자 한미FTA 감안시 부과가능성 낮아"
"자동차 산업, 독자 플레이하면 무조건 진다"
|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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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미국이 한국 자동차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미국은 비이성적인 선택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낙관적으로 본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드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초에 한국을 겨냥한 관세가 아닌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현대자동차의 미국 투자 사례 등을 감안하면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 여부 결정시한을 다시 6개월 연장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아직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 회장은 “미국 경제공사 관계자도 ‘걱정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매번 대외협상 중 가장 잘 한 사례로 한미 FTA를 언급한다. 이 상황에 관세를 매기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취임한 정 회장은 정부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산업·무역·경제 실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회장에 취임하기 직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을 역임했다. 지난 1년 임기에 대한 소회를 묻자 “생각보다 정부 정책에 (산업이) 좌지우지 되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특히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등과 같은 규제들이 기업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을 축구에 비유하며 노사 간 ‘팀플레이’가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자기 팀에게 패스하지 않으면 지게 된다”며 “노사가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 없이 이길 수 없다”고 부연했다. 외국계 3사(쌍용차·르노삼성·한국GM)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이유 역시 “노사 간 협조게임이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정 회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 1월 협회장으로 취임한 지 벌써 1년 가까이 흘렀다. 소회가 궁금하다.
△ 산업부에 재직할 당시에는 산업 전반은 물론 무역·통상·기술 등 넓은 범위를 다뤘다. 여기 오니 한 분야를 깊이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정부에서 일할 때는 ‘우리가 하는 정책이 업계에 영향을 주긴 할까’ 싶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와보니 정부의 정책에 업계 방향이 좌우되는 것을 많이 느꼈다. 정부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 정부 정책에서 대표적으로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 규제 입법이다. 아무래도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이 크다. 기업의 연구개발(R&D)투자에 대해 세제지원을 축소한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도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미 규제가 너무 많아 아무도 실체를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를 개혁한다해도 ‘바위에 계란치기’같은 느낌이 있다.
- 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가 줄어든 부분도 현 정부 정책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 현 정부에서 ‘대기업 특혜’라는 이유로 R&D 분야 세액 공제를 상당부분 없앴다. (세계 시장을)보지 못하고 내린 결정이다. 일본의 경우 8~12%, 유럽 30%의 세액 공제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R&D 투자가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2.8%에 불과하다. 폭스바겐 3.6%, 토요타 3.1%에 이른다. 금액도 비교가 안된다. 우리는 4조원 수준이면, 선진국은 10조원에 달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압박하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얼마전 미국 경제공사와도 통화했는데 ‘걱정 안해도 된다’고 답했다. 일단 한국 타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협상 중 가장 잘한 사례로 한미FTA 개정을 언급한다. 또 한국의 수입차 비중이 과거 7%에서 지금 20%수준으로 올라가는 등 한국을 개방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현대차가 미국에 투자해 고용도 창출하고 있다.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미국은 북한처럼 비이성적으로 움직이는 국가가 아니다.
-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허리를 담당해 온 외국계 3사(르노삼성·쌍용차·한국GM)의 실적이 점점 부진하다.
△ 같은 완성차 업체지만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현대·기아차가 국내에 본사를 두고 있다면, 3사는 외국계 회사가 인수해 한국에 투자했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다보니 한국이 생산기지로서 장점이 있어야 투자도 늘리고 회사가 잘 돌아갈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생산기지로서 비교적 높은 생산효율성과 탄탄한 기술력 등의 장점이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최저임금이 상승한 데다 매년 노사갈등이 반복되면서 장점이 많이 사라졌다. 이는 업계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노사갈등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낮추는 요소로 지적된다.
△토요타 같은 자동차 회사를 많이 분석했던 일본 경제학자 아오키 미키하루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은 주주·근로자·경영자의 팀플레이가 중요하다. 자기 팀에 패스를 하지 않으면 지게된다. 혼자 살기위해 독자적으로 플레이하면 분명 상대팀에게 깨진다. 자동차 산업은 많은 협력업체로 구성되는 전형적인 팀플레이다. ‘공동체 의식’없이 절대 혼자할 수 없다.
3사에게 이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근로자는 ‘회사는 망해도 차는 팔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매각도 여러번 되고, 생산량도 계속 줄었다. 자연스레 일자리가 줄고 근로자 수도 줄어든다. ‘경영진과 우리는 다르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3사에게는 협조 게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노사 간 협조가 왜 힘들다고 보는가.
△ 전세계에서 자동차가 약 1억대 가량 생산된다. 10여개 글로벌 회사가 경쟁하는 구조다. 그만큼 국제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노사가 함께 인식해야 한다. 토요타·폭스바겐 등도 과거 한국·인도 업체가 밀려들어 올때 노사 협조가 잘됐다. 경쟁상황에 대해 노사가 같은 인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일부 노조는 이같은 글로벌 상황을 다르게 인식하고 그저 ‘내 몫 챙기기’가 중요하다고 보는 듯 하다.
- 그렇다면 노사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 최근 현대·기아차를 보면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는 모습이다. 경영진은 세계 시장 동향을 잘 읽어 고가 차량을 생산하는 체제로 빠르게 전환했다. 다만 고가 차량의 대기수요가 많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 생산설비를 늘려서라도 대기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 일각에서 국내의 미래차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미국내 시장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는 데다 전기차 평가에서도 세계 1~2위를 유지한다. 다만 자율주행은 더딘 편이다. 자동차 회사의 문제라기보다 정보통신(IT) 산업의 문제라고 본다. 한국은 밖에선 ‘IT 강국’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IT 소비 강국’이다. 인터넷 속도도 빠르고, 인프라도 훌륭하지만, 하드웨어는 몇개 부품을 제외하고 수입해 쓴다. 생산보다 소비가 우월한 측면이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결국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이 핵심인데,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취약할 수 밖에 없다.
-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들어가는 부품이 40% 가까이 적다. 미래차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 내연기관 위주 시장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면 부품이 바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동차 생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전세계에서 1억대 가량이 생산되는데 2030년이 되면 1억5000만대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내연기관 부품 생산에서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는 체제로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위기보다는 기회로 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공유경제로 인해 차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 그러나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공유경제가 확산되면 차를 호출하기 쉬워진다. 집에 계시던 분들도 차를 타기 쉬워진다.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차령(연식)이 빨라지고, 자연스레 차량 교체주기도 빨라질 것이다. 다만 개인보다 회사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가 생기면 차를 타는 사람이 더욱 늘어난다. 노인이나 아이들도 쉽게 차를 탈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수요도 상당부문 옮겨올 것으로 보인다.
- 광주형·군산형 일자리에 대한 성공가능성은 어떻게 점치는가.
△ 당분간은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현대·기아차가 경차를 생산하면 적자를 보는 구조라 경차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 지자체가 주거비를 지원하고 젊은 친구들을 모집하다보니 노동생산성도 나은 편이다. 다만 군산은 다른 문제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마이너스 15%를 기록할 정도로 정체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유럽·한국 등으로 진출하려는 주요한 이유다. 이때문에 군산공장이 중국 자동차 업계의 한국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정만기 회장은..
△서울대 사범대·행정대학원 졸업 △파리 제10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학위 △1984년 행정고시 27회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개발과장·산업통상기획관 △2014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산업통상자원비서관 △2016~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2019년 1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