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초호황' SK하이닉스, 영업익 13조원 신기록
by경계영 기자
2018.01.26 06:00:00
[이데일리 경계영 양희동 기자] 메모리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은 SK하이닉스(000660)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액 30조원·영업이익 13조원 시대를 열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도 IDC(인터넷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등으로 수요가 탄탄한 반면,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이를 따라가지 못해 실적 호조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명영 SK하이닉스 경영지원 담당(부사장)은 25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다중전화회의)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전년비 각각 20%, 40%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들 제품 출하량을 각각 20%, 40% 중반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의 한 축인 D램의 성장동력으로는 IDC가 꼽혔다. 세계적 IT기업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센터에 계속 투자하면서 서버향 D램 수요를 이끌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석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상무)는 “올해 서버향 D램 비중은 비트(bit·메모리용량 단위) 기준 전체 30% 가까이를 차지할 것”이라며 “IDC 수요는 지속적으로 투자가 늘면서 올해 전체 서버 수요 내 비중이 과반을 웃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인도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 확대 등에 힘입어 모바일 D램 역시 지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부사장은 “업계에서 D램 투자를 늘리곤 있지만 공정 전환기간이 예전보다 길어졌고 웨이퍼 생산량(CAPA)도 제한적이어서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D램 시장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 신제품 출시로 고사양·고성능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예정이다. HBM은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면서도 전력 소모량이 적어 슈퍼컴퓨터 등에 활용된다.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에서 HBM 시장 비중은 미미하지만 올해 4GB(기가바이트) 기준 1000만~2000만개 규모 시장에서 향후 매년 2배 이상씩 성장할 것”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양산 공급한 HBM을 올해 속도를 향상시킨 2세대 제품을 개발해 하반기 양산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우려가 불거지는 낸드플래시에 대해서도 SK하이닉스는 낙관적 전망을 유지했다.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의 경우 수직 적층 3D 낸드 적용이 기업용(서버향)에서 일반 소비자용까지 확대될 뿐 아니라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기기당 탑재량도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전체 낸드에서 3D 제품의 생산 비중은 50%를 넘어섰고, 올해 하반기엔 3D 낸드 제품 내에서도 72단 제품 비중이 50%를 넘을 것”이라면서도 “3D 낸드의 난이도 높아져 공급 측면에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인텔 CPU(중앙처리장치) 관련, 보안패치를 깔았을 때 서버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은 외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SK하이닉스는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IDC 업체가 서버 증설이나 투자를 지연할 것 같지 않고 보안 패치 적용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서버 증설로 데이터 트래픽을 보완해야 해 일부에서 서버 메모리 수요가 20~30% 추가로 더 필요하단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암호화폐와 관련해선 메모리 반도체 시장엔 별 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60% 이상이 ASIC(에이직) 방식으로 채굴되는데, 에이직은 많은 용량의 메모리가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향후 SK하이닉스는 서버와 SSD 제품을 중심으로 신규 공정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올해 시설투자 규모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입고 기준 10조3000억원 규모였던 지난해보단 늘어날 것이라고 SK하이닉스는 설명했다.
M15 팹(Fab·공장)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서버 업체가 CAPA 확충을 요구하지만 클린룸이 부족해 장비 도입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M15 장비 입고 시기를 당초 내년 초에서 두세 달 당기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중국 우시 팹은 올 연말까지 예정대로 공사를 완공할 예정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이 45.6%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26.5%포인트 껑충 뛴 수준으로 반도체를 팔아 100원 벌었을 때 46원이 남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4분기 수출기업으로선 불리한 원화 강세로 2620억원가량 부정적 환 영향이 발생했는데도 분기 실적 신기록 경신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이 덕에 SK하이닉스는 현금 배당을 주당 1000원으로 전년 대비 67% 끌어올렸다. 이명영 부사장은 “향후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 규모 증가와 매출 증대로 운전자금이 급증했고 법인세 증가 등으로 인해 잉여현금흐름(FCF) 창출이 제한적인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