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보팅 폐지 '코앞'…"주총 의결 요건 완화해야" 한목소리(종합)
by경계영 기자
2017.12.01 04:05:00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상장사 보면 주식 보유 기간이 길어야 7개월(코스피)입니다. 주주 의결권도 중요하지만 투자 목적 자체가 다릅니다.” (김규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
“‘3% 룰’ 때문에 감사를 선임하려면 회사 직원들이 위임장 받으러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합니다. 전자투표를 진행해도 주주들의 관심이 떨어집니다. 세계 시장 뚫으려 우리 기업이 노력하고 있는데 주주를 찾아다니게 만드는 것은 굉장한 낭비 아닙니까.”(김재철 코스닥협회장)
내년 섀도보팅(shadow voting·그림자 투표) 폐지를 앞두고 기업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소한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주주총회를 열고 의안을 결의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에 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최근 상법의 주요 쟁점과 해법’ 세미나에서 섀도보팅 폐지 이후 이를 보완할 대책으로 주총에 의사정족수 개념을 도입하고 의결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발행주식 총수의 과반이 출석해 주총이 성립되면 보통 결의는 출석 의결권의 과반 이상이, 특별 결의는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각각 찬성하면 의결될 수 있도록 하는 안이다.
현행법상 주총은 참석 주식 수와 관계 없이 열 수 있지만 보통 결의는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출석주식 수 과반 이상’이, 특별 결의는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출석주식 수 3분의 2 이상’이 각각 찬성해야 주총에서 의결된다.
홍 교수는 그러면서 의사·의결 정족수를 기업에 따라 완화하거나 배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현재 기업은 정관을 통해 정족수를 강화하는 것만 가능하다. 상법상 의사·의결 정족수 모두에 제한을 두되, 기업이 정관으로 정족수를 정할 자율권을 주자는 얘기다. 경제계에서는 주총에서 발행주식 총수를 제외하고 출석주식 수로만 결의토록 하는 안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기업 정관에 따라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한다면 상법을 준수하면서도 기업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홍 교수는 상장사의 감사 선임에 적용되는 ‘3% 룰(rule)’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되는 부분을 발행주식 총수에서 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3%룰은 주주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 3%를 넘는 주식을 보유했을 때 3%를 넘는 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그는 “이미 판례에서도 3% 초과돼 의결권이 제한되는 부분을 정족수에서 제외했다”며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도 삭제돼야 한다”고 봤다.
한국상사법학회장을 지낸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상법은 탁상공론을 배격하고 현장에서 살아움직이는 법일 뿐 아니라 기본 정신이 기업을 규제하는 게 아니라 살리는 데 있다”며 “오로지 이익 추구에 관심을 둔 주주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날 세미나에서는 섀도보팅을 연장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2014년 말 조건부로 섀도보팅 폐지가 유예됐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논의가 쳇바퀴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것.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의 투자가 소유 개념에서 트레이딩으로, 이제 가버넌스 시대로 가고 있다”며 미국 내 주요 기관투자가가 주축으로 참여하는 ISG(투자자스튜어드십그룹)이 내년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을 도입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가 집단 행동이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혁신성장의 기본정책 속에 창업 혁신기업이 경영권 침탈 없이 상장할 수 있도록 한국형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고 장기 투자자 참여를 위한 테뉴어보팅제도를 들여오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는 “연기금, 운용사 등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는 대부분 투자자의 대리인이라 자문사에 의견을 구해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무런 의무도 부담 않는 자문사에 따라 주총이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지나치게 엄격한 주총 결의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주주총회에 주주가 관심 둘 수 있도록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성탁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총은 주주를 위한 의사결정기구지만 주주가 근본적으로 주총에 관심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주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출석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안을 결의하는 데 필요한 참석 주식 수가 모자라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참석하지 않은 주주의 의결권을 예탁결제원이 대리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때 참석 않은 주주의 의결권은 참석 주식 수의 찬성과 반대 표 비율을 그대로 따른다. 경영진과 대주주의 정족수 확보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에 2014년 말 폐지가 결정됐지만 3년 조건부 유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