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민주화’는 야당 전유물이 아니다

by논설 위원
2016.08.25 06:00:00

더불어민주당이 앞으로 20대 국회에서 추진할 경제민주화 입법과제 작업을 마무리했다.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 단장을 맡은 최운열 의원을 중심으로 관계자들이 지난 2달간 만들어낸 성과다. 이들 과제를 입법으로 실현시킴으로써 우리 사회에 ‘공정한 시장경제’와 ‘더불어 사는 경제’가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진 과정을 지켜보고자 한다.

이러한 입법과제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인 소득 양극화를 개선하겠다는 의욕 한 가지만으로도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기존 대기업 위주의 체제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하고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영역을 보장토록 한다는 취지도 박수 받을 만하다. 경제 주체들의 소득에 맞게 공평과세를 실현한다는 항목도 흠잡을 데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지난 18일 국회에서 ‘경제민주화가 경제활성화’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마련된 입법과제에는 지금의 경제 상황이나 기업들의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하지 않은 내용이 적잖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인세 인상을 비롯해 기존 순환출자 해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반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런 내용들이 실제 법안으로 실현될 경우 기업에 미치는 타격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원론적으로 대부분 타당하고, 장기적으로 그런 식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있어서도 기업들이 미온적인 입장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스스로 개선 노력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 문제는 우리만 뜯어고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주요 경쟁국들은 오히려 법인세를 내리고 있는 추세다. 부담없는 경영환경을 마련해 준다는 취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법인세를 올린다면 기업들이 보따리를 싸고 우르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이룬다고 했다가 경제를 거덜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제민주화는 야당의 전유물이 아니고, 더구나 억지로 밀어붙이면서 추진할 일도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스스로 “보수·진보의 관점이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밝힌 것이 그런 뜻이라 여겨진다. 여야는 물론 모든 경제 주체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단계적으로 추진해갈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