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으로 가는 노후]"제2의 인생, 계급장 떼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by성선화 기자
2016.02.04 07:00:00
연중기획 <100세 시대, 건강하고 당당하게>전문가 좌담회
"40대부터 '노후 버킷리스트', 구체적으로 작성하라"
80세에 보험 만기되면 황당..보험 만기는 반드시 100세까지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올해 68세인 서수련씨는40세때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전업주부로 가족 뒷바라지만 했던 그가 학업에 뜻을 두게 된 것은 지인의 권유 때문이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신학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서씨는 “어린 친구들과 대학생활을 같이 하다보니 드라마에나 나올만한 해프닝도 많았다”고 말했다.
만학도로 늦은 대학생활이었지만 박사는 첫 중간고사에서 과 수석을 차지하는 등 학업에 충실했다. 서씨는 “입학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한눈 팔지 않고 학업에 몰두한 덕에 성적이 좋았다”고 회고했다. 서씨는 박사과정을 마치고 서울시립 노인복지기관에서 일했다. 이후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강단에도 섰다. 서씨는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서울여대에서 가족상담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늦게 시작한 공부가 상상도 못했던 노후를 선물했어요. 공부를 시작할 때만해도 지금같은 제2의 인생이 펼쳐질꺼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마흔살은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닙니다.”
이데일리는 <100세 시대, 당당하고 건강하게> 주제로 연중 기획을 시작하며 은퇴 전문가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진행했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50년 가까운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40대들에게 필요한 조언이 이어졌다.
서울 중구 소공로 이데일리 본사에서 진행한 ‘직구토크’에는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소장, 성열기 삼성생명 FP 센터장, 권도형 한국은퇴설계연구소 대표가 참석했다. 이들은 건강하고 당당한 노후를 위한 4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하루하루를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현역들에게 노후는 먼 미래 같다. 마치 지구인이 화성으로 가는 것 같다던데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뉴욕타임즈는 커버스토리로 2015년 태어난 아이는 140살까지 산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누구도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미래를 알 수 없는 일이다.
▶=은퇴설계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자신의 노후의 하루 일과를 시간표로 작성하라는 과제를 제시하면 대부분 참석자들이 상당히 난감해 한다. 일만 하며 살아오다 갑자기 많은 여유시간이 주어지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잘 모른다.
▶=특히 평생 직장생활만 해온 남성들이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한다. 은퇴 이후에는 오히려 직장생활할 때보다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이 잘 써지지 않더라도 매일 같은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썼다고 한다.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자신만의 틀을 만들어 생활하는 게 중요하다.
▶=노후 시간 계획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막연하게 ‘은퇴하고 여행이나 해야지’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어느 나라로 가서 어떤 음식을 먹겠다’라는 식으로 아주 세세한 그림을 그려서 준비하는 게 좋다. 노후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때는 반드시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한다. 막연한 생각은 대부분은 실패한다.
▶=노후를 지구인이 화성으로 가는 여행으로 친다면, 그 여행이 즐거울 것인지 불행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준비에 달려있다. 단지 금전적 준비가 아니라 마음 자세부터 ‘행복한 화성여행’을 상상하면 도움이 된다.
▶=누구와 함께 노후를 보내느냐도 참으로 중요한 문제다. 노후가 길어지다보니 황혼이혼 사례도 많다.
▶=부부가 각자의 독립적인 영역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노후에 시간이 많아져 부부가 항상 같이 있다보면 다툼도 잦아질 수 있다. 서로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은 해야겠지만, 상대방이 혼자 있는 시간도 존중해줘야 한다.
▶=아무래도 부부가 공동의 취미, 운동, 관심사가 있으면 관계 유지가 쉬워진다. 은퇴 전부터 공동의 취미 생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은퇴 이후의 관계 형성은 남성들에게 보다 심각한 문제다. 여성들을 정서적 유대를 바탕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반면, 남성들은 대부분 비즈니스를 통해 인간관계도 맺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은퇴 이후에 인간관계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사회에서의 계급장을 떼고 처음부터 다시 사람을 사귄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실제로 노인정에서도 할아버지는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자꾸 위아래를 따지고 같이 생활하는 노인들과의 분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요즘 대부분 50대 중반이면 현역에서 물러나는 듯하다. 아직 정신적 육체적으로 충분히 건강하다면 재취업은 하는 게 좋을까.
▶=그렇다. 은퇴 이후의 재취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다. 매달 버는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아직까지 우리사회에 사회봉사 활동(NEO)이 정착돼 있지 않지만 그동안 사회에 받은 것을 돌려준다는 자세로 봉사활동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은퇴 이후 생계를 위해 하는 수없이 재취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젊었을 때 노후 자금을 마련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들도 꾸준히 현금 흐름이 이어지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해 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30억원 이상 있는데도 이 돈에서 생활비를 빼 쓰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모아둔 돈이 없어진다는 심리적 압박감 때문이다.
▶=노후자금을 5억, 10억씩 ‘특정 액수’로 정해 준비하는 것은 위험하다. 노후에 중요한 것은 꾸준한 현금 흐름이다. 노후 준비를 위한 재테크를 할 때는 목돈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매달 나오는 현금을 100만원으로 할 것이냐 200만원으로 할 것이냐는 식으로 목표를 정하는 게 좋다.
▶=매달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유망할 것 같다.
▶=물론 수익형 부동산 투자도 적성에 맞다면 유망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가장 좋다. 가장 무난한 게 저축이다. 공무원들처럼 현직일 때 허리띠를 졸라매야 노후에 길게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일은 쉽지 않다.
▶=아마 노후에 연금을 받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흔히들 노후엔 은퇴 전보다 생활비가 적게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와 반대일 수 있다. 은퇴 이후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더 여유롭게 돈을 쓸 수 있다. 은퇴 해서 돈 쓸 데가 없을 거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노후도 나이에 따라 3단계로 나눠서 준비해야 한다. 해외여행과 같이 신체적 활동량이 많은 계획은 70세까지만으로 한정하는 게 좋다. 은퇴 초반에는 너무 허리띠를 졸라매기보다는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하는 게 좋다. 70세 이후부터는 무리한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80세 이후부터는 건강 악화로 병원비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
▶=100세까지 산다고 하더라도 건강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 노력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지만 타고난 유전병 등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앞으로는 의료 부문에서의 빈부 격차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예전에는 유전자 치료가 일반화되지 않았기에 유전병은 건드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유전자 치료가 보편화돼 타고난 건강을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의료 양극화가 더 커지는 건 슬픈 일이다. 서민들은 보험이라도 잘 들어놔야 하겠다.
▶=보장성 보험은 필수다. 다만 80세 만기가 아닌 100세 만기로 해야 한다. 만약 80세가 됐는데 모든 보험이 만기가 돼 더이상 받아주는 곳도 없다면 황당할 것이다
▶=당연하다. 지금 가입된 보험 상품의 만기를 확인하고 100세로 바꿀 필요가 있다.
▶=연중 기획으로 진행될 여가, 재취업, 재테크, 건강 등을 주제로 직구토크를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의 노후 계획이 궁금하다.
▶=은퇴 이후 대학 강단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스스로 60세 이후의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은 60세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 중이다.
▶=85세까지 건강하고 생생하게 특강, 집필 등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창업을 했기에 정년이 없다.
▶=먼저 은퇴한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후배들의 멘토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