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은의 지구 한바퀴]⑥파라다이스 `칸쿤`서 산티아고로
by김재은 기자
2015.06.13 08:00:00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칸쿤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내일 칸쿤을 떠나면 칠레 산티아고를 거쳐 본격적인 파타고니아 여행이 시작된다. 미지의 남미대륙은 어떨지 궁금하지만 일단은 칸쿤을 즐겨주기로 했다.
| 선베드에서 본 호텔 수영장과 카리브해.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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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치첸이사를 다녀온 탓인지 느즈막히 일어난 우리는 아침을 먹고 또 수영장으로 향했다. 한창 유행인 강남스타일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있지만, 아시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틀전 예약한 게 누락이 됐는지, 우리가 찜 해둔 선베드를 차지할 순 없었다. 대타로 고른 선베드에 누워 얼음 띄운 맥주 한 잔씩 들이켰다. 방수팩을 가져온 덕에 수중 셀카도 찍고, 카리브해에 발을 담그며 논다. 모히또 한잔과 점심을 먹곤 잠시 낮잠을 청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칸쿤 해변은 낮잠자기 딱이다.
오후 3시에 예약해 둔 플라잉 보트(?)를 타러 갔다. 일단 예약자를 확인하고 구명조끼를 입었다. 검게 그을린 멕시칸이 운전하는 제트스키 뒤에 한 명씩 올라 바다로 나간다. 한 5~10분 정도 나가니 준비된 배에 한명씩 올라타는데 은근 스릴 있다. 제트스키 시동도 끄고, 일렁이는 파도에 맞춰 움직이며 배에 오른다. 우리와 다른 일행 2팀을 태운 배는 더 먼 바다로 나간다. 물보라가 사정없이 얼굴을 강타하지만, 그래도 좋다. 완전 재밌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사진찍고 놀다가 한 팀씩 배 뒷편에 있는 플라잉 보트에 오른다. 안전띠를 매고 나면 배에서 분리된다. 배가 속도를 더 내자 보트는 점점 공중으로 떠오른다. 우리가 탄 배가 점처럼 작아지고 나면 멀리 칸쿤 섬의 전경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사진으로 담기 어려운 카리브해의 바다 색도 그만이다. 사진도 마구마구 찍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스릴을 즐겼다. 한 10여분 지났을까. 저 멀리 있던 배가 점차 가까워지고 우리는 배 위에 안착했다. 아쉬워라…. 우리가 3팀중 두번째였는데, 첫번째 팀이 가장 오래 탄 것 같은 느낌은 왜일까?
| 우리가 타고 하늘을 날았던 정체모를 기구. 사진=김재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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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탈 때와 동일하게 제트스키에 한 명씩 올라 해변으로 향한다. 처음보다 더 심하게 오락가락 모는 것 같다. 그래도 잼난다. 설마 빠지더라도 난 구명조끼를 입었고, 이 운전자가 날 구해주겠지란 생각이다. 구명조끼를 반납하고 나니 이번 체험이 어땠는지 써달라고 한다. 신랑은 아주 뷰가 좋았다고 썼는데, 사실은 좀 무서웠단다. 난 재밌기만 하던데….
이미 바닷물에 젖은 터라 카리브해에서, 수영장에서 좀 더 놀다가 방으로 갔다.
칸쿤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그냥 보낼 순 없다. 가져간 옷 중에 나름 예쁜 걸 골라입고는 1층 바에서 열리는 샴페인 파티에 참석했다. 추첨을 통해 상품을 줬는데 앗, 데킬라 1병이 당첨됐다. oh la la~! 너무 좋아했는데 자세히 보니 어제 밤 룸서비스로 시켜먹은 데킬라와 똑같다. 올 인클루시브가 이래서 안 좋은 건가 싶다. 당첨된 데킬라를 들고 예약해놓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첫 날 저녁을 먹은 곳이기도 하다.
오빠와 나름 다른 종류로 음식을 주문하고 사진을 몇 장 찍는다. 하지만 에피타이저가 나올 때부터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음식을 앞에 두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병든 닭처럼 말이다. 지금 생각해도 웃기다. 왜 그랬을까. 음식이 꽤 훌륭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왜 이러지 왜 이러지 하며 디저트를 먹을 때까지 계속 졸았던 기억밖에는….
방에 와서 짐을 대충 싸고는 골아 떨어졌다. 칸쿤에서 칠레 산티아고로 가는 비행기는 아침 8시 50분. 새벽같이 일어나 택시를 타고 칸쿤 공항으로 향했다. 역시나 전날 받은 데킬라는 방에 고히 모셔두고 왔다. 짐을 줄여야 하는 우리로선 어쩔수 없다. 공항으로 가는 택시안에서 신랑은 결혼 10주년이 되면 칸쿤에 꼭 다시 오자고 했다. 나도 좋다고는 했지만, 과연 가능할 진 지금도 잘 모르겠다.
| 산티아고행 비행기에 탄 우리. 사진=AA 승무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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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을 하고, 칠레 산티아고행 아메리칸항공에 올랐다. 신랑은 칸쿤에서 산티아고 가는 비행기가 우리가 신혼여행중 탔던 자리중에 제일 맘에 든다고 했다. 기념사진까지 한장 남기고는 한국과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산티아고로 향한다. 멕시코 칸쿤에서도 산티아고는 상당히 멀다. 비행시간만 8시간. 아침에 탔지만, 산티아고에 도착하니 해가 뉘엿뉘엿지는 저녁이다.
어쩐지 우리나라랑 닮은 산티아고. 신랑은 이제 제법 흥정도 잘 해 호텔까지 택시가 아닌 벤을 타고 갔다.
드디어 삼십여년 인생 처음으로 ‘남미 대륙’에 발을 디뎠다. 산티아고에서 시작된 우리의 남미 여행이 최고로 기억되길 바라며…. 산티아고 일정은 다음 편에 소개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