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자의 천일藥화]'하루에 1만마리 희생'…의약품 개발 일등공신
by천승현 기자
2015.02.14 06:30:21
年 4백만마리 동물실험에 사용..마우스 340만마리 최다
윤리적 사용 위해 정해진 기준 준수해야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시험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하지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을 사람에게 약을 투여했다가는 치명적인 독성으로 피험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에 동물실험을 통해 의무적으로 신약 후보물질의 독성 여부를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 연도별 실험동물 사용량(단위: 마리,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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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실험동물은 ‘살아있는 시약’이라 불린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동물실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동물은 의약품 뿐만 아니라 식품, 화장품 등의 연구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통계를 보면 지난 2013년 국내에서 사용된 실험동물은 총 408만411마리다. 2010년 459만4387마리에서 점차 감소하는 추세지만 하루 평균 1만1000마리 이상 각종 실험에 동물이 쓰인다. 연구 과정에서 오염된 실험동물은 폐기되는 것이 원칙이다. 국내에서만 매일 1만마리 이상의 동물이 사람들의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희생하는 셈이다.
실험동물 중 쥐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쥐는 생물학적으로 사람과 흡사할 뿐더러 보관이 쉽고 번식력이 뛰어나다. 수명이 2년 정도에 불과해 활용 폭도 넓다. 이를테면 약물 투입시 후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빨리 파악할 수 있다.
| 실험동물 종류별 사용량(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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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마우스(실험용 생쥐)가 가장 선호된다. 지난 2013년 전체 실험동물의 83.8%를 마우스가 차지했다. 마우스는 체중 18~40g 정도의 작은 쥐의 일종이다. 가격도 실험동물 중 가장 저렴한 편이다.
마우스보다 몸집이 큰 랫드(실험용 집쥐), 기니피그 등도 실험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토끼는 1년에 약 5만마리 가량 실험용으로 쓰이고, 실험용으로 희생되는 개도 4700마리에 달한다.
마우스 한 마리의 가격은 저렴한 것은 5000원 가량지만 용도에 따라 수십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한다. 마우스의 유전적 특징에 따라 실험 용도가 달라지는데, 사용 목적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가격이 비싼 편이다.
실험동물 중 원숭이가 가장 비싸다. 한 마리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원숭이도 있다. 2013년 국내에서 원숭이는 총 114마리 사용됐다. 주료 백신 검정 등에 쓰인다.
실험동물이 특정 질병에 노출됐다면 동물실험 결과는 달라질 수 있어 건강한 실험동물을 사용해야 한다. 적정 실험동물을 사용해야만 왜곡되지 않은 실험자료를 얻을 수 있다.
| 실험동물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마우스(사진: 오리엔트바이오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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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 새롭게 도입된 실험동물은 건강상태가 판정될 때까지 격리돼야 한다. 질병이 발생됐거나 돌발적인 사망이 발생한 로트는 시험에 사용될 수 없으며 적절한 시점에 인도적인 방법으로 폐기해야 한다. 실험개시일에 실험동물은 실험 목적과 실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질병이나 기타 사항 등이 없어야 한다.
실험동물의 공급처, 도착날짜, 도착시의 상태 등은 기록ㆍ보관돼야 한다. 사용기간 중 실험동물의 사육장소나 용기는 적절한 간격으로 청소와 소독을 하도록 관련 규정에 명시됐다. 실험동물시설, 실험동물공급자도 법으로 지정한 까다로운 기준을 지켜야 한다.
동물실험은 사람의 욕심을 위해 무고한 동물을 희생시킨다는 윤리적 문제도 동반한다. 정부는 지난 2009년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을 제정,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성과 신뢰성을 높이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 법률에는 우선사용 대상 실험동물을 마우스, 랫드, 햄스터, 저빌, 기니피그, 토끼, 개, 돼지 또는 원숭이로 명시했다. 실험동물의 공급부터 폐기까지 지정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실험에 사용돼 죽은 동물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를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최근에는 실험동물에 대한 생명존중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사람이 실험동물을 품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동물사랑비’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