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유미 기자
2014.05.13 07:00:00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 10위권 내 진입한 기업 중 1995년 이후 설립된 기업은 은행권들의 합병으로 인해 새로 만들어진 금융지주사, SK이노베이션, LG화학, 네이버가 전부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대기업의 분할로 생긴 회사로 신생기업이 시총 10위권에 진입한 것은 네이버(035420)가 유일하다.
게다가 네이버는 신생기업으로 우량 신용등급인 AA-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네이버가 항상 성공만 해온 것은 아니다. 3년 전만 해도 모바일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며 ‘네이버의 위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그동안 끊임없이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렸으나 고배만 마셔왔다. 하지만 이제는 어디에서도 ‘네이버의 위기’는 언급되지 않고 있으며 국내 인터넷기업 중 처음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인준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네이버의 성장에 대해 “네이버는 단순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핵심 역량에만 사업을 집중해 PC에서의 검색과 모바일에서의 메신저 플랫폼 모두에서 확실한 국내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검색포털사이트 1위에 오른 네이버는 10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2년 검색서비스 ‘지식인(iN)’으로 인기를 끌면서 네이버는 카페, 블로그 등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고 좋은 질의 콘텐츠도 흡수하기 시작하면서 업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곳저곳을 방문하기 보다는 한 곳에서 많은 것을 해결하기를 원하는 국내 네티즌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한 덕분이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플랫폼을 잡는 자가 인터넷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터득했다.
모바일시장에서도 네이버는 ‘플랫폼’ 노하우를 심는 전략을 세웠다. 바로 4억2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모바일메신저 ‘라인(LINE)’과 3000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커뮤니티 앱 ‘밴드(BAND)’를 통해서다.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에서 안정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라인은 게임을 통해 모바일시장에서 충분히 플랫폼으로서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지난해 라인의 매출 4542억원 가운데 라인게임의 매출 비중은 60%를 차지한다.
네이버는 라인에 다양한 기능을 적용할 예정이다. 음원제공 서비스 ‘라인뮤직’, 스마트폰에 특화된 전자상거래 서비스 ‘라인몰’ 등 이용자에게 쉽게 다가가는 서비스는 물론 기업 대상 공식 계정 ‘라인 비즈니스 커넥트’, 누구나 라인 전용 스티커를 제작할 수 있는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 최대 20명의 이용자들이 한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라인 플레이’ 등의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올해 라인의 전세계 가입자 5억명을 목표로 남미와 유럽 등 새로운 지역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라인의 플랫폼 기반도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밴드도 조만간 게임플랫폼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카카오톡과 라인의 게임플랫폼 성장성을 고려한다면 밴드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네이버 관계자는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밴드의 특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른 기능들을 적용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말했다.
PC에서 쌓아온 플랫폼 전략을 모바일에서도 적용하는 네이버지만 모바일 특성에 맞게 차별화하는 부분도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모든 콘텐츠와 서비스를 네이버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모바일에서는 라인이나 밴드를 중심축으로 이용자들이 다른 서비스로 이동하도록 하는 방사형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라인의 이용자 중 90% 이상이 해외 이용자다. 국내에서는 아직 영향력이 미미하지만 해외에서는 가입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라인의 해외 진출 성공은 하루아침에 빛을 본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 넘게 진행된 수없는 실패가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