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부자'들 ..30억 만드는데 13년 걸렸다

by이준기 기자
2011.07.10 10:58:41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한국 부자연구` 보고서
금융자산 30억↑'수퍼부자' 2만명,10억↑13만명
부자 43% 샐러리맨 출신..재산증식 부동산 선호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우리나라에서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가 13만명을 넘어섰다. 이중 30억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슈퍼 부자`는 2만명에 달했다.

이들 부자 10명중 4명은 근로소득으로 종잣돈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돼 예상외로 월급쟁이나 개인사업자 출신 부자가 많았다. 그러나 이중 70% 가량은 본인을 부자로 생각하지 않고 있어 우리나라 부자들의 '부'에 대한 기대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KB금융(105560)지주 경영연구소는 8일 금융자산 10억원이상 부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부자 연구: 자산 형성과 투자 행태, 라이프스타일`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금융자산으로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는 13만명이나 되며 3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高)자산가`도 2만여명에 달했다. 10억원 이상 부자의 부동산 등을 포함한 평균 자산은 34억원 가량이다.

이들 부자 13만명은 전체 국민 중 0.26%에 해당하며,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288조원으로 전체에서 13%를 점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지난 2008년의 8만4000여명에 비해 54%가 급증한 것으로 금융위기 이후 부의 쏠림 현상이 눈에 띠게 두드러진 셈이다. 

이 정도 부를 축적하기에는 평균 12.9년이 소요됐다. 이들은 평균 2억4000만원의 종자돈으로 시작해 현재 평균 34억원의 자산을 축적했다. 종잣돈 마련은 근로소득(43.4%), 부동산 투자(29.1%), 부모 지원·상속(21.2%), 금융 투자(5.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예상외로 월급쟁이로서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들 중 80% 이상은 상속보다는 본인의 노력과 투자를 통해 자산을 형성했다. 그러나 49세 이하의 젊은 세대의 경우 부모 지원이나 상속이 23.4%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가 부동산 투자와 부모 지원ㆍ상속 비중이 지방에 비해 높았다.


이들 부자의 총자산을 자산별로 보면 부동산 58.1%, 금융 36.9% 기타 5% 등으로 주로 부동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향후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 대상 1순위로 여전히 부동산(45.1%)을 꼽았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투자 기대감은 여전한 셈이다.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는 안정자산인 예·적금이 43.3%로 가장 많았으며, 리스크성 자산인 주식과 펀드에도 각각 23.6%, 20.8%씩 넣어놨다. 금융위기 이후 주식 보유율을 줄였다는 비율이 그렇지 않은 비율보다 21.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노현곤 KB경영연구소 팀장은 "한국 부자의 자산 운용은 분산투자 관점에서 다소 개선의 여지가 있다"며 "금융투자에 대한 관심과 선호가 높아진 만큼 개인의 자산관리 행태에도 점진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부자는 월평균 소비지출 832만원 중 24.8%를 교육비로 써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일반가구와 달리 사교육비와 유학·연수 등 고가 교육에 매우 적극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의류·잡화(16.7%), 여가·취미(14.5%) 등 질 높은 삶을 추구하기 위한 지출이 많아, 식료품(13.2%), 주거·수도·광열(12.1%) 등의 지출이 높은 일반가구와는 큰 대조를 이뤘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본인들을 `부자`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75.5%는 본인이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총자산이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도 본인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32% 수준에 머물렀다.

이들 부자의 목표자산은 평균 75억원으로 현재 자산의 두 배를 상회했다. 나아가 응답자 가운데 42.5%는 최소 100억원 이상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부에 대한 기대 수준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은퇴 전인 부자는 평균 65.4세를 은퇴 시점으로 생각했다. 이미 은퇴한 부자는 61.3세에 일을 그만뒀다. 은퇴 후 필요 생활비는 월 616만원(연 7400만원)으로 현재 월평균 생활비 832만원의 74% 수준이다.

이들 부자 가운데 58%는 평소 기부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자의 연평균 기부액은 776만원에 달해 전체 기부자 평균 금액인 111만원을 크게 상회했다. 기부처로는 교회 등 종교단체(71.8%)가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