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CEO 세대교체, 성장에서 관리로

by임일곤 기자
2009.03.09 08:21:25

경기불황·규제..전문경영인 체제로
성장에서 관리로, 새 먹거리 모색

[이데일리 임일곤기자] 주요 포털들이 최고경영인(CEO)을 바꾸고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고속성장을 거듭해오던 거대 포털들은 경기 불황이란 변화된 환경에 발맞춰 대표이사를 전문 경영인으로 교체하고 성장보다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직 개편이나 회사 분할 등으로 비대해진 몸집을 줄이고, 다가오는 모바일 시대를 개척하기 위해 새 먹거리를 찾는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035420)과 다음(035720)은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대기업이나 일선 경영 현장 등에서 풍부한 경험과 경륜을 갖춘 전문 경영인을 CEO로 새로 영입했다.



다음은 라이코스코리아 최고재무관리자(CFO)와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 대표 등을 역임한 최세훈 씨를, NHN은 서울지법 지적소유권 재판부 판사 등을 역임하고 LG 역사상 최연소 부사장에 오른 바 있는 김상헌 씨를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SK컴즈(066270)도 작년 7월 미국 MIT 경영대학원과 SK텔레콤 출신 주형철(44) 대표가 취임해 경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네이버와 다음은 각각 최휘영, 석종훈 대표라는 언론사 기자 출신 CEO를 내세워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 NHN은 신임 대표이사에 김상헌(47, 오른쪽) 부사장을 내정했다. 최휘영(46, 왼쪽) 대표는 신설법인 NHN IBP을 맡게된다.
최휘영 대표는 5년 재임기간 동안 NHN 매출과 시가총액을 각각 5배로 키웠고 영업이익은 6배로 늘리는 등 고속성장을 이끌었다.
 
NHN은 인터넷 벤처기업에선 최초로 작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말에는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했다.
 
코스피에서 NHN 시가총액은 지난 6일 종가기준 6조4732억원으로 18위를 기록하고 있다.

석종훈 대표는 토론게시판 아고라를 포함한 `미디어다음` 등 뉴스 서비스를 크게 육성시킨 인물이다.
▲ 다음은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석종훈(47, 왼쪽) 대표이사에 이어 최세훈(42, 오른쪽) 다음 이사회 의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미디어다음은 1위 포털 네이버 뉴스면 보다 트래픽에서 앞서는 다음의 주력 서비스.
 
아고라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 정치, 경제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네티즌 소통과 참여를 증폭시켜 인터넷 여론 형성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경기 불황으로 인터넷 광고시장이 위축되면서 이러한 양적 성장 전략만으론 한계가 예상되고 있다.
 
이미 NHN은 경기 침체로 작년 3분기에 창사이래 처음으로 역성장세를 기록했고 올해에는 매년 발표하던 연간 실적 가이던스도 예외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다음도 경기침체 여파로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본사기준으로 30% 이상 급감하기도 했다.
 

 
주요 포털 대표이사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이들 기업들 경영 전략도 수정될 전망이다. 본격화되는 경기침체와 새 정권 들어 강도가 심해지는 인터넷 규제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 등 체질개선에도 나섰다.
 
NHN은 신임 대표로 법조계 출신을 내세워 경영의 효율성과 안정성에 무게를 뒀다. 특히 대기업 LG에서 주요 경영현안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 온 김상헌 씨를 수장으로 내세워 사이버모욕죄 도입, 모니터링 의무화 등 정부에서 추진하는 인터넷 규제법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NHN은 신임 대표 내정과 함께 회사 분할을 통해 경영 효율화와 합리화도 추진했다. 오버추어 같은 검색광고영업 전문기업 NHN IBP를 설립하고 변화된 인터넷 환경에 맞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