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손동영 기자
2000.09.13 14:47:28
시중자금이 단기부동화(短期浮動化)하고있다. 많은 기업이나 개인들이 갈수록 경제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자금운용에 애를 먹고있는 모습이다.
9월들어 은행 요구불예금이 급속도로 불어나고있다. 반면 지난 7월부터 큰 폭으로 증가하던 투신의 MMF에서는 자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있다. 올들어 흔들림없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였던 은행 저축성예금도 증가세가 현저히 떨어지고있다.
◇은행권 자금유출입 동향
이달들어 은행 실세총예금은 지난 6일(한국은행 최종집계분)까지 3조481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요구불예금이 2조9326억원이나 늘어난 반면 은행 저축성예금은 1155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 8월중 요구불예금이 5304억원, 저축성예금이 5조2350억원 각각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8월24일이후 요구불예금 증가액만 모두 합하면 3조4763억원에 달한다. 9월6일현재 요구불예금잔액은 26조4092억원. 이 기간 저축성예금은 8160억원 늘어났을 뿐이다. 9월6일현재 저축성예금 자액은 340조4342억원수준. 거의 늘어나지않고있다.
단기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석을 앞두고 나타난 특이현상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분위기를 타지않는 저축성예금의 증가세둔화는 눈여겨 볼 만 하다.
◇투신권 자금유출입 동향
비과세펀드등 투신권으로 자금유입을 주도할 신상품들이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못하는 양상이다.
이달들어 투신사 채권형 상품으로 신규유입된 자금은 2261억원에 불과하다. 8월중 증가액 2조6145억원에 비하면 증가세가 약해졌음을 알 수 있다. 채권형 가운데 장기는 1392억원 감소했고 단기는 3653억원 증가했다.
초단기상품인 MMF에서는 자금이 이탈하고있다. 7월중 7조5851억원, 8월중 2조7956억원 늘어났던 MMF에서 이달들어 6일까지 8440억원이나 빠져나갔다. 8월31일 9116억원 증가한게 눈에 띌 뿐이다.
혼합형 상품이나 주식형 상품은 여전히 지지부진해 이달들어 혼합형 상품은 689억원 감소했고 주식형 상품은 33억원 늘어났다.
◇은행신탁 자금유출입 동향
은행신탁 잔액이 88조원대로 떨어졌다. 이달들어 은행의 금전신탁은 3044억원 감소했다. 7월 5조7109억원, 8월 1조4174억원 각각 줄어든 상태. 감소세가 약해지기는 했지만 증가세 반전은 꿈도 꾸지못한다. 개발신탁, 신종적립신탁, 단위형 금전신탁등에서 골고루 1000억원이상 감소한 반면 특정금전신탁에서 1201억원 늘어났을 뿐이다.
◇9월초 자금흐름의 특징
추석을 앞두었다는 점에서 9월초 자금흐름을 일반론으로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중요한 트렌드의 변화는 감지할 수 있다.
우선 증시회생의 열쇠를 쥐고있는 투신권이 맥을 못추고있다. 지난 7월 MMF호조에 힘입어 반짝 빛을 발했던 투신권 수신은 9월들어 단기 채권형 상품으로 명맥을 이어가고있다. MMF에서 자금이탈이 심각하고 나머지 상품을 매력을 잃은 지 오래다.
요구불예금이 늘고 저축성예금 증가세가 꺾인 대목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요구불예금은 금융기관 입장에서 언제 이탈할 지 모르는 불안한 자금이다. 저축성예금이 늘어야 그나마 기업으로 흘러들어갈 여유가 생기는데 그렇지못하다. 실세금리에 가까운 금리를 주며 저축성예금을 유치해봤자 운용하기 버거운 은행들은 이제 저축성예금 수신을 반기지않고있다. 부익부 빈익빈의 자금흐름 양극화는 이처럼 수신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있다.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이처럼 바람직하지않은 자금흐름 동향을 우려스런 눈길로 지켜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