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인경 기자
2024.08.27 06:0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지 석 달이지만, 밸류업은 소강상태를 맞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밸류업 공시’엔 총 18개 기업이 23개 공시를 올려놓았을 뿐이다. 이 중 주주환원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공시는 8건에 그친다.
닛케이지수를 4만선으로 밀어 올린 일본의 제도를 한국에도 도입하자는 이야기와 함께 밸류업이란 명칭이 나온 시기로 따지면 이미 6개월이 흘렀다. 연초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투자자들은 은행과 보험, 자동차 등 주가순자산가치(PBR)가 낮은 종목을 대거 사들였다.
그러나 반년이 흐른 현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법 개정까지 거론하며 강경 발언을 있음에도 시장은 밸류업에 시큰둥한 모습이다. 이 원장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인 걸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이나 배임죄를 규정한 형법은 법무부의 몫이다. 기업에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를 준다지만, 상속세 개편이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같은 세금의 영역은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금감원장이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발언할 수는 있지만 결국 정책을 주도하고 법 개정에 나서는 것은 주무부처의 역할이다. 물론 국회의 협조도 필수다.
밸류업에 대한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지기 전에 제대로 된 조치가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여러 부처에 산재한 과제를 통합해 지휘할 ‘컨트롤타워’가 답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밸류업의 원조인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직접 ‘국민 자산소득 2배 증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직접 뉴욕 투자설명회에 참석했고, 내각을 진두지휘했다.
밸류업은 오랜 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국민 자산 증대를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다. 한국 증시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중산층과 젊은 세대들의 자산증식을 위한 유일한 답이기도 하다. 대통령 직속의 컨트롤타워가 중심을 잡고 정책을 추진해도 부족하지 않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가계증식특별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고민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