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삼성, 노조도 그에 맞는 격 보여야"[만났습니다②]

by김소연 기자
2024.08.13 05:50:38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노조 만들 수 있게된 삼성…노조도 달라질 때
노조도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모범 보여야
귀족노조의 부익부빈익빈 심화 파업…국민 공감 못해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총파업을 끝내고 현업으로 복귀했다. 삼성전자 상사 첫 파업이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노조라면 단순히 한 기업의 노조를 넘어선 모범이 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9일 만난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 노조의 첫 파업에 대해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존경받듯, 삼성전자 노조 역시 그것에 맞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활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삼성의 성공 신화 이면에는 무노조 경영이 있었다고 박 교수는 판단했다. 그는 “삼성이 글로벌 리더기업으로서 무노조 경영을 철폐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그래서 삼성에서 노조가 만들어졌고, 파업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상 권리 측면에서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지난해 왜 성과급을 받지 못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중하위 근로자 연봉보다 약 두 배 많은 성과급을 받으면서 임금 인상 때문에 파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비칠지는 의문이 남는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처럼 일명 귀족노조의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는 노동 운동에 과연 일반 국민은 공감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연대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질감이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가 지난 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교수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박 교수는 글로벌 1위 완성차 기업인 토요타 사례를 들었다. 그는 “과거 토요타 노조는 자신들에 대한 임금 인상분을 협력사에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임금 분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21세기 노조에 대한 관점은 과거와 달라졌다”며 “글로벌 기업의 노사는 사회적 책무도 같이 가지고 있다. 리더기업 노조로서 존경받을 수 있도록 활동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성과급을 더 요구할 때는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중소기업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조건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진행했던 전삼노 기자회견 역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노사 교섭은 공적 영역이다. 개인의 영역이 아니다”며 “교섭이라는 공적 영역의 일을 사적 영역과 혼동하거나 무시하는 행동은 해서는 안 된다. 이는 과거의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파업에서 전삼노의 요구사항을 들여다보면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근로자 전반, 협력업체 근로자까지 고려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조의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다”며 “만약 전삼노가 반도체라는 대한민국 주력산업에서 반도체 생산이 멈추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고려해 파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면 어땠을까”라고 했다.

박 교수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당연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파업 기간 중 임금 손실을 보상해달라고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며 “삼성 노조가 원칙을 지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하고, 앞으로 모범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