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이슈였던 ESG, 지금은?…앞으로 더 중요"

by김보겸 기자
2024.04.03 05:40:00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파트너 인터뷰
10년 이상 ESG 분야 지킨 회계사
"ESG, 메인스트림으로 부상 확신"
ESG 의무공시 이후에도 사업 기회 더 많을 것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안진회계법인 이옥수 파트너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과거 ESG는 ‘사고만 치지 마라’는 수준으로 다뤄진 변두리 이슈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앞다퉈 얘기하는 핵심 가치가 됐습니다.”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파트너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와 기후변화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사실상 유일한 회계사로 손꼽힌다. 이 파트너의 말대로 그간 ESG가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다 보니 이를 다루던 회계사 동료 대부분이 사모펀드나 벤처투자 등 다른 업계로 떠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4년간 ESG 분야에서 회계사로 일한 그와 떠난 동료들과 연봉 격차가 2000만원에 이르기도 했다.

이 파트너는 “적은 보수를 받으면서 10년 넘게 일했던 것은 이 분야가 메인스트림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업의 의사결정자들이 실무진보다 ESG를 더 강조하는 지금 봐도 앞으로 ESG 분야에서 사업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파트너는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준비할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시 의무화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딜로이트안진의 ESG팀도 규모를 키워왔다. 2010년부터 10년 가까이 10명대를 유지하던 ESG팀은 2020년부터 조직을 확대하며 현재는 전담 컨설팅 인력만 100여명에 이른다. 회계감사와 시스템 컨설팅 차원에서 ESG를 다루는 인력을 합치면 170명에 달한다.

이 같은 조직을 바탕으로 기업의 ESG 관련 컨설팅에 나서고 있는 이 파트너가 만난 기업의 최근 관심사는 최대 두 가지다. 이 파트너는 “2026년 ESG 의무공시를 앞둔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유럽과 미국의 기준 중 어느 것을 따라야 하는지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이 ESG 전반을 포괄하는 기준을 마련했고, 미국은 기후공시(E)에 특화한 내용을 준비 중으로 국내 기업들은 어느 기준을 따라야할지 고민 중이다. 이 파트너는 “국내 기업이 EU 기준을 굳이 따라갈 필요는 없다”며 “기후변화 다음 단계의 기준이 나오려면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후대응을 1순위에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파트너는 트럼프 당선 리스크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변화 속도가 늦춰질 수 있지만 ESG 준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지속가능 기업을 위한 투자 측면에서 대비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파트너는 핵심 ESG 정보를 공시하는 것을 넘어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하게 측정해서 공시하라는 요구 다음에는 동종업계 다른 선도기업보다 더 줄여서 재무성과를 높이라는 요구가 뒤따를 것”이라며 “공시 이후의 성과를 어떻게 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데 큰 비용이 드는 만큼, 어떻게 투자해야 가장 효율적일지 방법을 찾는 것이 기업들의 숙제라는 얘기다. 이 파트너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중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