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 성범죄, 가해·피해자 어려지고…오프라인서 온라인으로

by김경은 기자
2022.03.24 08:00:00

여가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
피해자 평균 연령 14세…10명 중 3명은 13세 미만
가해자 가장 어린 가해자 14세…미성년 가해자 증가
디지털성범죄, 1년전보다 3.9%p 증가…형량 23개월 증가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여성가족부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유형을 분석한 결과 온라인을 매개로 하거나 디지털 성범죄화하는 양상이 뚜렷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물론 피해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로, 피해자 10명 중 3명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였다.

우리사회를 경악하게 했던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형량은 다소 강화됐으나, 가장 중범죄에 해당하는 강간을 저지른 범죄자의 유기징역 형량은 6년전과 유사한 5년 5개월여에 그쳤다.

‘박사방 사건’ 주범인 조주빈이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24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 및 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자는 전년 대비 10.6%, 피해자는 12.9% 감소했으나,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 등 범죄자는 전년 대비 61.9%, 피해자는 7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돼 신상정보 등록 처분을 받은 범죄자의 판결문을 기초로 성범죄 양상, 성범죄자 특성, 피해자 관련 사항 등을 분석한 결과다.

전체 범죄유형 비중을 봐도 강간 등 성폭력범죄자 비중은 71.6%로 전년 대비 4.3%포인트 감소한 반면, 통신매체이용 음란 및 성착취물 제작 등 기타성범죄 비중은 12.8%에서 16.3%로 3.9%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성범죄 증가 양상이 뚜렷하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령은 모두 낮아지고 있다. 범죄자 평균 연령은 34.2세로, 19세 미만 미성년 성범죄자는 전년 대비 2.3%포인트 증가한 17.9%를 차지했다. 가장 어린 가해자는 14세였고, 가장 고령의 가해자는 88세였다.

피해자의 평균 연령은 14.0세였고, 이 중 28.2%는 13세 미만으로 나타났다. 피해 아동·청소년의 평균 연령은 2017년 14.6세에서 2020년 14.0세까지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성범죄자의 직업은 무직이 27.7%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 단순노무직 14.1%, 학생 12.4% 등의 순이다.

범죄자의 98.1%는 남성이고, 피해자의 90.0%는 여성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간 관계는 가족·친척 등 지인(66.4%)이 가장 높았고, 전혀 모르는 사람(30.1%) 순이었으며,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은 16.0%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2020년 유죄가 확정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수는 2607명으로 전년(2753명) 대비 5.3% 감소하고, 피해아동·청소년은 3397명으로 전년(3622명) 대비 6.2% 감소했다.

아동·청소년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물리적 성범죄는 제자리 걸음인 반면 디지털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강화하는 추세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목소리에도 강간의 형량은 6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성착취물 제작 등의 경우 대부분 벌금형이었던 것에 반해 징역형 선고 비중이 큰 폭 증가했으며, 유기징역 형량도 상당폭 늘었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법률 개정과 범정부 대책이 나온 결과로 풀이된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들의 평균 유기징역 형량은 3년 8.9개월이다. 강간이 5년 5.5개월로 가장 높으나, 강간의 평균 형량을 2014년(5년 2.4개월)과 비교하면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반면 성착취물 제작 등에 대한 유기징역 평균형량은 3년 3.7개월로 6년전 대비 1년 11개월 증가했다. 특히 성착취물 제작 등의 경우 징역형 선고 비율이 2014년 2.0% 대비 2020년 53.9%로 대폭 증가한 반면, 벌금형 선고 비율은 72.0%에서 0.0%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n번방 사건 등을 계기로 정부 합동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수립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성착취물 범죄의 처벌을 강화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 성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을 유인하는 온라인 길들이기(그루밍) 처벌 근거가 신설됐고,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의 효과적인 수사를 위하여 경찰의 신분 위장수사 특례를 마련한 바 있다. 여가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통해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선제적 삭제 지원 서비스 및 24시간 상담을 지원하며 수사기관과 연계해 나가고 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온라인 매체를 매개로 시작된 디지털 성범죄가 오프라인에서의 강간, 성매수 등 성범죄로 이어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라며 “온라인 길들이기 처벌 근거와 위장수사 특례가 마련된 만큼 경찰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근절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