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16년만에 정권 바뀌나…사민당, 메르켈 기민당 제치고 선두
by김무연 기자
2021.09.27 07:57:00
사민당 득표율 26%, 메르켈 기민당 연합 2%p 앞서
기민당 총리 후보 라세트, 홍수 사태 때 웃는 등 패착
사민당 총리 후보 숄츠, 재무장관으로 코로나19 대응
1~4위 득표율 큰 차이 없어…연정 구성에 혼란 불가피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포스트 메르켈’을 결정짓는 연방 하원의회 총선에서 좌파 사회민주당(SPD)이 메르켈이 속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년 만에 독일 정권 교체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 올라프 숄츠 독일 사회민주당 총리 후보(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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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날 오후 6시 공개된 독일 공영방송 ZDF의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 사민당의 득표율이 26%로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민·기사당연합(24%)을 2%포인트 차로 앞섰다고 보도했다. 다만 초박빙 승부라 사민당의 승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녹색당은 14.5%, 자유민주당(FDP)은 12%, 극우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0%, 좌파당은 5%를 얻었다.
사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16년 만에서 독일에서 좌파 정권이 탄생하게 된다. 독일의 경우 의석 과반을 확보한 정당이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데, 사실상 과반 정당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여서 연정이 필수다. 사민당의 경우 비슷한 성향의 녹색당 등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민당 연합의 승리가 점쳐졌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올 초 지지율이 37%에 달했다. 그러나 총리 후보인 아르민 라셰트가 지난 7월 독일을 덮친 대규모 홍수 피해 현장에서 웃는 모습이 언론을 타면서 지지율이 큰 폭으로 깎였다.
반면, 메르켈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한 사민당 총리 후보 올라프 숄츠는 코로나19에 기민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 후보는 출구 조사 발표 직후 지지자들과 만나 “독일을 위해 훌륭하고 실용적인 정부를 확실히 만드는 것은 고무적인 메시지이며 분명한 명령”이라고 밝혔다.
다만, 차기 독일 총리는 아직 낙점되지 않은 상황이다. 본래 1당의 총리 후보가 연정을 꾸린 다음 하원의원 선거를 거쳐 총리에 임명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재 1~4위까지 표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 기민당 연합이 기타 정당과 손 잡고 총리를 선출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고, 외려 기민당 연합이 연정을 주도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어느 정당도 압도적인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연정 협상이 극도로 복잡해질 것으로 봤다. 알브레히트 폰 루케 정치분석가는 “불안정한 연정은 네덜란드나 스웨덴 같은 작은 국가에서는 통용될지 몰라도 유럽연합(EU)을 대표하는 유럽 강국을 통치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대규모 정당의 지지율이 크게 빠졌다는 것은 독일이 근본적으로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걸 의미한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