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사형선고 ‘뇌종양’, 정말 두려운 암인가요?

by이순용 기자
2021.08.28 08:37:58

10년간 11만5천명 신규 발생… “유병률 낮지만 두려운 암”
종양 위치 따라 심하면 사망까지… 조기 진단하고 적극 치료해야
발병 원인 불명확… 뇌손상·방사선·유전·연령 등 영향 추정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뇌종양’은 해당 인물(환자)의 사형선고나 다름 아니다. 극적 반전보다는 암울한 결론이나 이별을 암시하는 소재로 주로 사용된다. 그만큼 뇌종양은 우리에게 두려운 질병으로 자리한다.

그러나 뇌종양은 알려진 두려움에 비해 그리 흔한 암은 아니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국내에서 약 11만5천 명의 원발성 뇌종양이 발생해 인구 10만 명당 22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 중 약 절반에서만 수술에 의한 조직진단이 확인된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는 연간 약 6천 명의 환자가 원발성 뇌종양 수술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윤완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종양은 다른 종양에 비해 유병률이 낮고 홍보 부족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아직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질병은 아니다”며 “뇌종양은 종양의 위치에 따라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거나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질병으로 조기에 병원을 찾아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발병 원인은 불명확… 발생 위치·크기 따라 증상 다양

뇌종양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두개골 안에 생기는 모든 형태의 종양을 말한다. 양성과 악성을 모두 포함한다. 양성종양에는 뇌수막종, 뇌신경초종, 뇌하수체선종 등이 있고, 악성종양은 악성 신경교종, 전이성 뇌종양, 림프종 등이 포함된다.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뇌 손상, 방사선, 유전, 연령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뇌종양의 유병률은 연령이 올라갈수록 증가한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 원발성 뇌종양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연령표준화 발생률은 15~39세에서 인구 10만 명당 11명인 반면, 40세 이상에서는 37.9명으로 약 3.5배의 차이를 보인다. 흡연이 악성 신경교종의 발생위험을 1.22배 증가시킨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휴대전화 전자파에 의한 뇌종양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증상은 발생 위치나 크기, 종류, 커지는 속도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은 두통, 성격 변화, 편측 마비, 언어장애, 발기부전, 시력 저하, 어지럼증, 청력감소, 경련 등이다. 노인의 경우 치매와 같은 기억력 저하나 행동 이상 등 인지기능의 이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증상만으로 뇌종양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이다. 두통이 생기는 이유는 뇌종양 때문에 뇌 부피가 늘어나 뇌 내 압력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뇌종양 환자의 약 70%에서 두통을 호소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날 때 또는 새벽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뇌신경에 종양이 있으면 후각·시각·청각 장애와 어지럼증, 안면마비, 연하장애, 음성변화 등이 생길 수 있다. 뇌하수체에 발생하면 부피가 커지면서 시신경을 압박해 시야장애를 동반한다. 소뇌와 뇌간에 발생하면 균형감각을 잃고 술 취한 사람처럼 걷는 운동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뇌의 좌측 측두엽에 발생하면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거나 기억력이 떨어지고 망상이나 경련을 보일 수 있다. 두정엽에 발생하면 편측으로 운동 및 감각 마비가 발생하고 단어의 발음에 부조화를 보인다. 또 공간 지각력이 떨어지고 좌우를 혼동하거나 계산능력이 떨어지며 글을 쓰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두엽 부위에 생기면 성격이 변하거나 기억력 장애, 언어장애와 인지기능이 낮아지기도 한다.



윤완수 교수는 “평소 두통이나 시력저하, 기억력 장애 같은 증상을 노화나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증세라고 소홀히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노인의 경우 기억력 저하 등 인지기능 변화는 환자 본인 스스로 판단할 수 없고 주위에 명확하게 표현되기 전까지는 가족들도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양 종류·위치 따라 치료법 결정… 최근 뇌내시경수술 많아

치료는 종양의 종류, 위치, 증상에 따라 결정된다. 노인의 경우 연령이나 기저질환 여부도 중요하게 고려한다. 뇌수막종, 뇌신경초종, 뇌하수체선종 같은 양성종양은 수술이 원칙이다. 다만 수술이 어렵거나 거부감을 가진 환자는 방사선치료를 진행한다. 증상이 없거나 크기가 작으면 수술 없이 경과 관찰을 할 수도 있다. 악성종양은 환자의 연령과 기저질환을 고려해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외과적 절제술이 원칙이지만 기저질환이 심각한 노인은 수술이 항상 우선되지는 않는다.

뇌종양 수술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두개골을 여는 개두술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에는 뇌종양 수술의 상당수는 뇌내시경수술(Endoscopic neurosurgery)로 진행된다. 뇌의 가장 밑바닥 부위인 뇌 기저부에 발생하는 뇌수막종, 뇌하수체종양, 두개인두종 등이 주요 적용 대상이다.

뇌내시경수술은 뇌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수술 흉터가 거의 남지 않아 환자의 수술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수술 후 출혈과 통증이 적어 입원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환자 콧속으로 내시경을 넣어 뇌의 바깥쪽에서 종양 부위로 접근해 뇌 손상과 수술 후 상처 없이 종양을 제거한다. 경우에 따라 눈썹 주름선을 따라 2~3㎝만 절개하고 뇌종양을 떼어내기도 한다.

‘각성 수술’도 있다. 환자와 의사가 대화를 하면서 진행하는 이 수술은 종양과 정상 뇌와의 경계가 모호한 종양을 잘라낼 때, 정상적인 뇌 기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가급적 많은 종양을 떼어내 종양과 뇌 기능의 밸런스를 맞출 때 시행된다.

윤 교수는 “각성 수술이 필요한 이유는 위치에 따른 뇌 기능이 100%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며 “개인별로 뇌의 발달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뇌의 각 영역의 기능이 비슷할 수는 있어도 동일하지는 않다. 특히 인지 및 언어기능과 같은 상위 뇌 기능은 개인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또 “뇌종양은 ‘뇌’라는 미지의 영역에 또 다른 미지의 질환인 ‘종양’이 발생하는 병으로 일반인의 경우 이름이 주는 두려움과 어려움을 모두 가지기 쉽다”면서도 “최근 수십 년간 의학과 기술의 발달로 뇌종양의 치료에 많은 발전이 있었고 새로운 치료법이 계속 보고되고 있는 만큼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