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일상⑦]'테스형' 나훈아도, '대세' 임영웅도 "다시 무대로"...
by김현식 기자
2021.06.30 07:00:00
수천명 모이는 콘서트 잇따라
7월부터 5000명까지 입장 가능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이제라도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돼 다행이에요.”
대중음악공연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14일부터 최대 4000명이 입장하는 공연 개최가 가능해져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업계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며 이 같이 입을 모았다. 7월부터는 제한이 한층 완화된다. 변경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기준으로 2~4단계에서도 5000명까지 입장이 허용돼 공연을 기획 및 개최하기가 더욱 수월해질 전망이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소속인 고기호 인넥스트트렌드 이사는 “‘떼창’ 금지, 지정좌석제 운영 등 제한 사항이 많지만, 다시 공연을 열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었던 무대, 조명, 음향 스태프들도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콘서트 전문 연출가인 플랙스앤코 신원규 감독은 “기술력을 갖춘 전문 인력들이 공연 연기와 취소가 계속되는 상황을 버티고 버티다 올 초쯤 업계를 많이 떠났다”며 “이번 완화 조치로 콘서트 개최 움직임이 활발해져 빠져나갔던 인력이 업계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중음악공연업계는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긴 시간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 클래식, 뮤지컬 등 타 장르 공연이 ‘공연장 수칙’을 적용받았던 반면, 대중음악공연만 ‘모임·행사’로 분류돼서다. 기존 지침상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 이상일 땐 100인 이상이 모이는 ‘모임·행사’가 금지돼 가수들이 콘서트를 개최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일부 가수들은 관객을 99명까지만 받는 ‘초소규모’ 공연을 진행해 활동을 이어왔다. 제한을 피하기 위해 클래식을 접목한 공연을 시도하는 가수들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업계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갔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취소 및 연기된 공연을 조사한 결과 피해액이 총 184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의 ‘2020 공연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콘서트 부문의 티켓 판매금액은 전년대비 2085억원이 감소한 389억원으로 집계됐다. 타 장르에 비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정부가 대중음악공연 관객 입장 제한을 완화하면서 업계는 기지개를 켤 수 있게 됐다. 완화 지침 발표 이후 수천 명이 모이는 대규모 공연 개최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는 중이다. 대부분 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던 공연들이다.
임영웅을 비롯한 인기 트롯 가수들이 출연하는 ‘미스터트롯’ 투어 콘서트는 지난 18~20일 대구 공연을 시작으로 재개됐다. 3일간 4000석 규모로 5회 열려 총 2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 25~27일 광주에서도 동일한 객석 규모와 회차로 열려 2만여명이 다녀갔다. 공연은 서울, 청주, 수원, 부산, 고양 등지에서 이어진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출연하는 ‘싱어게인’ 투어 콘서트도 지난 19일 광주에서 2000석 규모로 2회 진행돼 4000여명의 관객과 함께했다. 이밖에 ‘미스트롯2’ 콘서트, ‘가황’ 나훈아 콘서트 등이 7월 공연 개최를 앞두고 있다.
‘미스터트롯’, ‘미스트롯2’, ‘싱어게인’ 공연제작사인 쇼플레이 임동균 대표는 “그간 유독 콘서트에 대한 규제가 심해 제작자 입장에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대중음악공연에 대한 차별이 일정 부분 해소돼 공연이 무기한 연기된 이후 수개월 동안 예매를 취소하지 않고 기다려주신 관객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음악 페스티벌도 재개됐다. 지난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열린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은 코로나19 이후 처음 진행된 대형 야외 페스티벌로 관심을 받았다. 주최사인 민트페이퍼는 공연장 인근에 있는 KSPO DOME(구 체조경기장) 건물을 방역센터로 활용해 모든 관객을 대상으로 신속 항원 키트를 통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실시했다. 양일간 8000여명이 현장을 찾은 가운데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온 관객은 없었다.
온라인 콘서트로 팬들과 만나왔던 아이돌 가수들도 대면 이벤트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골든차일드, 우주소녀, 브레이브걸스, 세븐틴, 엔플라잉 등이 오프라인 콘서트 혹은 팬미팅 개최 소식을 알렸다. 대부분 온라인 중계를 겸하는 방식이다.
한 아이돌 기획사 고위 관계자는 “‘팬덤 이탈 방지’가 중요한 아이돌 가수들에게 팬들과 직접 만나는 다양한 형태의 대면 공연을 열 수 있게 된 것은 희소식”이라면서 “다만 스탠딩석 없이 좌석 띄어 앉기를 적용해 5000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연장이 한정 되어 있는 만큼, 온라인 중계를 겸해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