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존림호’ 삼성바이오로직스,"전 사업 세계 1위 자신"

by왕해나 기자
2021.03.22 07:00:12

림 사장, 30년 글로벌 제약사 경험 갖춘 전문가
2018년부터 합류…3공장 조기 안정화, 수주 확보
CMO 위주의 사업구조, CDO, CRO까지 확대 전략
“향후 10년간 세계 1위 달성…글로벌 제약사 발돋움”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의약품 CMO, 위탁개발(CDO), 위탁연구(CRO) 등 모든 사업 부분에서 글로벌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새로운 미래를 향해 글로벌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

지난 19일 첫 주주총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새 사령탑으로 등극한 존림 대표이사(사장)가 제시한 청사진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사업에 뛰어든 모든 분야에서 세계1위 기업의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관심사다. 삼성그룹의 맏형격인 삼성전자(005930)도 해내지 못한 목표다.

림 대표는 지난해 12월 취임했다. 김태한 전 사장이 설립 초기부터 회사를 이끌며 글로벌 위탁생산(CMO) 사업을 굳건히 다졌다면, 림 사장은 사업 영역을 넓혀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사장).(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림 사장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전문가이자 재무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1961년생으로 미국 시민권자다. 미국 콜럼비아대 화학공학 학사, 스탠퍼드대 화학공학 석사, 노스웨스턴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이다. 그가 처음 제약·바이오 업계에 발을 디딘 곳은 일본 제약사인 야마노우치(現 아스텔라스)의 미국 법인이다. 영업 및 마케팅 EVP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회사의 살림을 책임졌다.

이후 2004년부터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제약사인 스위스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에서 글로벌 제품 개발 조달 담당 임원(VP)으로 5년간 근무하며 CFO뿐만 아니라 글로벌 생산, 공급체인, 아웃소싱 등의 업무를 맡았다. 2010년부터는 로슈에서 8년간 CFO와 VP를 지냈다.

림 사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합류한 것은 2018년이다. 삼성은 림 사장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30년 이상 글로벌 제약사에서 성공 노하우와 풍부한 경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은 림 사장은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삼성에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입사한 후에는 현존 세계 최대 규모 플랜트인 제3 공장 운영을 총괄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수주 확보 및 조기 안정화라는 성과를 거뒀다. 생산량과 품질 측면에서 신뢰도를 쌓은 덕분에 GSK, 일라이릴리 등 세계적인 제약사로부터의 수주도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합류한지 2년여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배경에도 그의 글로벌 감각에 대한 높은 내부 평가가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에서의 쌓은 성공 노하우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 바이오 사업의 일류화를 가속화하고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 4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파가 진행되는 모습.(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림 사장은 취임 한 달 만에 ‘매출 1조원 돌파’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창립 후 9년만의 대기록이다.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2015년과 비교해 매출은 1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매출액 상승률은 66.4%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CMO에서 수주한 누적 제품 수는 총 56개로 전년 대비 20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년내 매출 2조원과 수주 제품수 100개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림 사장은 축포를 터뜨릴 새도 없이 미래 사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림 사장은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지난 10년은 사업을 안정화하고 생산 규모를 빠르게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면, 향후 10년은 생산 규모·사업 포트폴리오·글로벌 거점을 동시에 확대하는 다각화된 사업 확장을 통해 글로벌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CMO 사업규모의 안정적인 확대가 최우선이라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착공한 제4 공장을 2023년 가동에 들어갈 방침이다. 4공장은 단일 공장으로는 3공장 보다 더 큰 25만6000리터 규모로,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춘 슈퍼 플랜트가 될 전망이다. 4공장까지 가동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은 총 62만리터로, 론자 40만리터(2025년), 베링거인겔하임 45만리터(2021년)을 뛰어넘는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확대도 핵심 현안과제로 꼽힌다. 림 사장은 기존 항체 의약품 중심의 사업구조를 세포치료제, 백신 등으로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CMO 챔피언에 만족하지 않고 CRO-CDO-CMO에 이르는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 CDO에 진출한 지 3년 만에 63건 이상을 수주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계획(IND) 승인(3건), 유럽의약청(EMA) IND 승인(1건)에 잇따라 성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8월 잠재 바이오 고객이 밀집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R&D센터를 구축했다. 미국 보스턴과 유럽·중국 등에도 센터를 구축해 보다 많은 바이오테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O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025년에는 글로벌 최고 CDO 기업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항체 제작 서비스부터 백신 등의 CRO 사업에도 본격 착수해 2030년 CRO 부문에서도 글로벌 챔피언에 등극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0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을 이끈 ‘혁신 의지’와 ‘도전 정신’을 계승하고 ‘협업’을 강화해 세계 톱티어(Top Tier)를 향해 도약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림 사장이 대표 취임이후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사명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