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코인]`월가 황금손`의 추천, 줄 잇는 큰손 매수세

by이정훈 기자
2021.03.13 08:48:55

캐시 우드 "채권 닮아가는 비트코인, 투자 추천할 만"
中뷰티앱 메이투, 노르웨이 대기업도 가상자산 투자
기관투자가 10명 중 7명 "연내 비트코인 10만달러로"
빌 게이츠는 "기후문제에 좋지 않다"…대안모색 활발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이번 주 비트코인은 다시 힘을 냈다. 기업이나 기관투자가 등 이른바 큰손들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5만8000달러 수준인 역사상 최고치 턱밑까지 재차 반등했다. 특히 최고가 앞에서 강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지만, 큰 폭 조정 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1주일 간 비트코인 가격 추이 (코인마켓캡)


중국을 대표하는 뷰티 앱 업체인 메이투(Meitu)나 원유 개발과 조선, 건설사 등을 소유한 노르웨이 지주회사인 아커(Aker ASA)도 가상자산 투자에 나서며 시장 분위기를 살려냈다.

이런 가운데 ‘월가의 황금손’으로 추앙 받아온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 투자를 권유하는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반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주는 가상자산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큰손들의 비트코인 투자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뷰티 앱 소프트웨어업체인 메이투(Meitu)는 물론이고 원유 개발과 조선, 건설사 등을 소유하고 있는 노르웨이 지주회사인 아커(Aker ASA)도 가상자산 투자에 나섰다.

메이투는 지난 5일 공개시장을 통해 총 2200만달러(원화 약 250억원)를 들여 1만5000개의 이더리움과 1790만달러(약 202억원)를 투자해 379.1개 비트코인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메이투는 공시를 통해 이 같이 알린 뒤 “앞서 이사회는 최대 1억달러(약 1130억원)까지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도를 허가했다”면서 “이는 가상자산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를 여력이 있는데다 가상자산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메이투 측은 “우리는 기술 발전에 맞춰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번 투자는 회사 주주들과 이해 관계자들에게 이 같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비트코인은 회사가 보유한 투자 자산을 다변화함으로써 회사 자산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며 이더리움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개발을 위해 구매한 것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기업인 아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별도의 자회사를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 5860만달러(원화 약 666억87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신설되는 이 법인은 세티(Setee AS)라는 법인명을 가지고, 가상자산에 대한 직접 투자와 다른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한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커 측은 “비트코인에도 투자하겠지만, 단순한 투자를 뛰어 넘어 사이버보안과 금융거래에서의 혁신을 이루는 한편 환경 친화적인 방식으로 비트코인 거래를 확증할 수 있는 대안적인 방법도 연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자사 기관투자가 고객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관들 중 61%가 “우리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상자산 보유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고, 76%는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안에 1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낙관했다.

매튜 맥더못 골드만삭스 글로벌마켓부문 디지털자산 대표는 팟캐스트를 통해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 은행, 기업체 보험사. 연기금 등 280곳의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대부분 기관투자가 고객들의 논의는 비트코인에 집중돼 있었다”고 전했다.

고객들 중 61%가 “가상자산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했고, 그들 중에서 이미 41%는 “현재도 가상자산에 대한 익스포저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맥더못 대표는 “물론 그 중에서 직접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기관도 있었지만, 파생상품 거래나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등의 방식으로 투자하는 기관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맥더못 대표는 “이미 민간 자산관리 영역에서 반영되고 있듯이, 기관투자가들의 가상자산 투자 수요가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기관 수요는 앞으로 훨씬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더 나아가 기업들도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이들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라면서 “하나는 마이너스 실질금리 상황에서 자산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현금을 비트코인에 투자해야 하는지, 또 하나는 비트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기관투자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편이었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4%는 “12개월 내에 비트코인이 4만~10달러에 있을 것”이라고 봤다. 5만달러 안팎인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최악의 경우에도 소폭 하락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면서도 윗쪽으로 크게 뛸 가능성도 점치고 있는 셈. 특히 22%는 “10만달러 이상으로 가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비트코인은 물론이고 다른 가상자산들도 궁극적으로는 일상적인 투자자들에게 권장하는 포트폴리오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 투자에 호의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우드 CEO는 미국 경제매체인 CNBC의 ‘클로징 벨’에 출연해 “비트코인이 지금은 물론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결국에는 채권과 닮은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가상자산은 앞으로 훨씬 더 많은 투자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자산 형태가 될 것”이라며 “믿든 믿지 않든 간에, 앞으로 가상자산은 채권과 마찬가지로 고정적인 수익을 안겨다 주는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金)’으로 불리면서도 금을 비롯한 귀금속 등 대표적인 안전자산 가격도 연동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우드 CEO는 “비트코인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가격 면에서 안정될 것이며 보통의 투자자들에게도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추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반적으로 포트폴리오 내에 주식 60%, 채권 40%를 권고하는데, 지금처럼 채권가격이 역사적으로도 높은 시기에는 이런 포트폴리오 배분 비율로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40년에 걸친 채권 강세장을 겪어온 만큼 포트폴리오 내에 주식을 60%로 하더라도 채권 20%, 가상자산 20%로 배분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추천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환경 비용이 발생되는 만큼 기후문제에 있어서 좋지 않다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비판의 날을 세웠다.

게이츠 창업자는 현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인류에게 알려진 그 어떤 다른 방식보다도 더 많은 거래당 전기를 소비한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다른 가상자산들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도 모든 단일 거래를 공공의 장부에 기록함으로써 거래의 투명성을 보장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전기를 사용해야 하며 새로운 저장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특히 다수의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중국을 거점으로 하고 있는데, 이 때 사용하는 전기도 대부분 화석연료를 이용하고 있다.

게이츠 역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더 인기를 끌수록 그 것은 더 많은 탄소발자국(개인이나 기업 등이 활동이나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은 남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디지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하나의 비트코인 거래를 위해서 필요한 탄소배출은 73만5121건에 이르는 비자카드 거래 처리나 5만5280시간의 유튜브 시청에 맞먹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한 해 비트코인이 발생시키는 탄소 배출량은 뉴질랜드와 아르헨티나가 한 해 배출하는 양과 비견할 만하다.

다만 게이츠 창업자는 “비트코인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도전은 극복될 수 있다”면서 “만약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에 그린 전기를 사용한다면 괜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인 시티(Seetee)는 “비트코인 채굴에 신재생에너지 자산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자신들이 투자하고 있는 풍력과 수소전력, 태양광 발전 등을 비트코인 채굴에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의 공동 창업주이자 스퀘어 최고경영자(CEO)인 잭 도시 역시 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한 비트코인 채굴기술을 개발하는데 쓰도록 1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유럽과 캐나다에서 속속 상장되고 있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유독 미국 금융당국이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자 자산운용사들은 각종 새로운 상품 설계로 규제를 뚫으려 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이번에는 대부분의 자산으로 주식으로 보유하면서 일부를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의 ‘주식+가상자산’의 혼합형 ETF가 상장승인을 신청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심플리파이 에셋매니지먼트가 ‘심플리파이 U.S 에쿼티 플러스 비트코인 ETF’라는 상품 출시인가를 미국 금융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청했다.

이 ETF는 이름 그대로 ETF로 유입된 자금을 주식과 가상자산에 동시 투자하는 상품으로, 신청서에서 심플리파이 측은 대부분 자산을 미국 주식으로 보유하되 펀드 총자산 가운데 최대 15%만 비트코인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직접 비트코인을 사지 않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340억달러 규모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간접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심플리파이의 ETF는 대부분 자산을 주식에 투자하면서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한편 직접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대신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트러스트 지분을 사들이기 때문에 가상자산 수탁(Custody)에 따른 리스크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대해 아타나시오스 사로파기스 BI 애널리스트는 “이는 비트코인을 투기적인 자산이라기보다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하나의 자산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미국 내 ETF 운용사들이 미 SEC의 계속된 비트코인 ETF 퇴짜로 인해 갖가지 우회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SEC는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 변동성과 적은 유동성으로 인한 가격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며 비트코인 ETF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사고, 미국 시장에서 팔아라?’ 이번 주 들어서 비트코인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저점을 찍은 뒤 미국 시장에서 고점을 기록하는 패텬이 반복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가상자산시장에서 아시아와 유럽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시간대에 비트코인 가격이 장중 저점을 기록한 뒤 미국에서 거래가 시작된 이후 장중 고점을 찍는 패턴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이번 주 초인 지난 8일의 경우 비트코인 가격의 일중 저점은 뉴욕시간 새벽 3시로, 이 시간대엔 주로 아시아에서 거래가 활발했다. 그러다 오후 4시가 돼서야 고점으로 반등했다. 그 다음날인 9일에도 아시아 거래 시간대에 일중 저점을 찍었다고 그날 오후 5만4000달러까지 올라갔다. 이는 이번 주 내내 비슷한 패턴이었다.

이는 아시아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팔고자 하는 세력이 많은 반면 미국에서는 매수하려는 쪽이 많았다는 뜻이다. 또 투자전략 관점에서 본다면 가격이 싼 아시아 시장에서 저가에 매수하거나 미국 시장에서 고가에 매도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상자산 금융서비스업체인 디지넥스의 리처드 바이워스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에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많다 보니 채굴업자들 위주로 아시아에서 비트코인을 파는 쪽이 많은 것 같다”면서 “오히려 미국에서 기업이나 기관투자가의 참여가 늘면서 매수가 우위를 보이는 듯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