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창 보잉 부사장 “코로나 직격탄 항공부품사, M&A가 답"
by박정수 기자
2020.10.05 05:30:00
코로나19 확산에 항공기 운항 50%↓
항공기 감산으로 항공 부품사도 타격
“M&A 등 경쟁력 높여 위기를 기회로”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타격이 여객과 화물 운송업, 항공기 제조업까지 항공산업 전반에 걸쳐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항공업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최대 5년까지 걸릴 것이란 전망마저 나옵니다. 지금은 경쟁보다는 협력으로 위기를 헤쳐나가야 합니다. 중소 항공부품사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안 창(Ian Chang) 보잉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통한 항공 부품사들의 타격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했다. 그는 코로나19를 통한 타격이 최대 5년까지 걸릴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한국 정부가 지금보다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항공산업에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중소 항공부품사들이 M&A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안 창 부사장은 1984년 보잉에 입사해 엔지니어이자 경영자로서 30년 넘도록 한우물만 팠다.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시절까지 보낸 한국인이다. 그는 20년 전 아시아 대륙으로 돌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항공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국내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항공기 누적 운항횟수와 이용 여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1%와 63.6% 감소했고 코로나19가 본격화된 3월 이후 감소율은 각각 66.5%와 80.4%에 이르고 있다. 각국 방역 당국의 강력한 입국제한 조치로 내국인 출국과 외국인 입국이 모두 제한받으면서 올해 3~7월 국제선 이용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96.5% 감소했다.
이안 창 부사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 여객운송은 50% 이상 줄었고, 화물 운송도 20% 정도 감소했다”며 “여객기 수요 감소와 함께 항공기 생산량도 급격히 줄어 항공 부품업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2~5년에 걸쳐 다소 천천히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나마 고객운송을 화물운송으로 전환한 것은 코로나19 초기 빠르게 대응한 것이라 평가했다. 이안 창 부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간의 물류 이동이 제한을 받았지만 항공화물 운송에 대한 영향은 여객운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며 “세계화물톤킬로미터(FTK)가 향후 연평균 4% 이상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항공화물운송업을 하기 위해서는 화물기가 필요하며 유지관리도 필요하다”며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고 유지 관리하는 항공기정비사업(MRO)을 함께 수행한다면 화물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물류와 제조업을 동시에 영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화물운송으로의 전환은 임시방편에 불과해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항공산업에 더 많은 지원을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안 창 부사장은 “운항사의 매출은 일반적으로 50% 이상이 여객운송업에서 발생하는 만큼 화물운송으로의 전환은 임시방편”이라며 “운항사와 항공기부품 제조사들은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시기를 잘 넘기지 못하면 회복기에 인력과 기술력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기 제조사들의 항공기 감산으로 이어졌고, 이는 국내 항공 부품사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사천시 등 경남지역 항공산업 관련 지자체와 업체 관계자로 구성된 ‘항공제조업 생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산업통상자원부에 항공제조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신청하기도 했다.
이안 창 부사장은 “항공업 회복기에 안정적으로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정부가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항공산업에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산업이 국가의 먼 미래 정책에도 중요하겠지만 항공산업이 더 많은 일자리도 창출하고 나라의 미래 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로는 항공부품사들이 M&A를 통해 체질을 개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안 창 부사장은 “중소·중견 부품사들이 파산만 벗어날 수 있도록 연명하는 정책이 아닌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쪽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M&A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위기를 기회로 바꿀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항공 부품사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아시아 지역 점유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안 창 부사장은 “전 세계 항공기 시장의 규모는 약 6800억달러 규모이고 서비스 마켓 분야는 약 9100억달러”라며 “이 가운데 아시아 지역은 약 40% 정도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과 일본이 20% 이상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그 비중이 작다”고 지적했다.
이안 창 부사장은 “미국과의 지속적인 우호관계, 중국과 일본이 가까이 있다는 지리적 이점, 우수한 인력 등 항공기 부품 제조를 위한 생산 인프라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한국은 아시아 지역 점유율을 더욱 끌어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