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코로나 이후 우리 아이의 바른 인성

by최은영 기자
2020.05.20 05:00:00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올 들어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변화된 생활방식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외활동 자제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주부의 입장에서는 재택근무 하는 남편과 개학이 연기된 자녀가 온종일 집

에 있으니 삼시세끼를 꼬박 차려내야 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육체적·물질적 부담보다 주부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가족, 그중에서도 자녀와의 관계인 듯하다. 밖에 나가 있을 때는 미처 몰랐던 아이들의 언행을 온종일 접하다 보니 언짢은 표정과 잔소리가 늘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런 어머니의 걱정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고치려고 하는 아이는 또 얼마나 되겠는가.

지난 몇 달 동안 이렇듯 새삼스레 알게 된 자녀의 잘못된 언행을 고쳐주려다가 실망한 젊은 엄마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가 주위로부터 들린다. 특히 사춘기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자녀의 행태 때문에 분통을 터트리곤 한다고 한다. 온라인 수업에 들어가면서 손가락만 까딱하면 되는 ‘댓글 출석’ 클릭도 어물어물하다가 지각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런 습성은 부모의 바람과 달리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학교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이라면 집에서 받는 온라인 수업에도 늦는 것쯤은 예사로 생각하지 않겠는가. 이런 일들이 계속 되다보니 ‘얘들 인성교육은 가정에서는 어찌할 수 없고, 학교에서 단체생활을 통해서나 바로 잡을 수 있겠구나’ 하며 이제나저제나 등교 수업만을 학수고대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은 되짚을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그런 습관은 공동체에서만 아니라 어디서든지 나타날 수 있다. 인성과 습관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라고 했다. 이 말은 곧 학교교육 이전에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자녀의 인성 발달에 더 결정적임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보다 행동을 보고 따라 한다. 따라서 학교교육에 기대기 이전에 이제부터는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행동을 보여줄 것인가를 심사숙고하고 실천해야 한다.



물론, 부모에 이어서 인성교육의 막중한 역할을 넘겨받는 학교도 그 역할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따라 지식교육 방면에서 학교와 교사의 역할은 갈수록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AI)과 함께하는 삶은 더이상 다르게 선택할 수 없는 문명사적 숙명이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교사들은 이에 따른 새로운 인성 지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말과 글 중심의 인성교육이 통하겠는가. 부모의 말도 한계가 있는데, 교사의 말이라고 특별히 통할 리 만무다. 오직 학생을 사랑하는 스승의 인자한 모습이 먼저라고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가정에서 부모가 이전과 다르게 스스로 아름다운 언행으로 모범을 보이고, 학교에서도 선생들이 아이들을 항상 환한 얼굴로 따뜻하게 맞는다면 학생들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해맑고 밝은 모습으로 조금씩 변해갈 것이 틀림없다.

이런 일이 결코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학생과 부모, 교사 그리고 우리 모두가 궁극에 행복해지는 길이고, 나아가 우리나라가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세계로부터 칭송받은 이번 우리나라의 방역(K방역)은 선진적인 의료와 보험체계뿐 아니라 한국인들이 보여준 절제와 배려의 도덕적 힘이 그 바탕이었다. 이쯤에서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으로 칭송받았던 조상들의 문화유전자가 우리에게 흐르고 있음을 되새겨야 한다. 퇴계 선생의 소원처럼. ‘선한 사람이 넘치는(善人多)’ 도덕 선진사회는 하루아침에 달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숭상했던 선비정신을 배우고 실천할 때 이루어진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뜻하지 않게 느꼈을 아이들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가 항상 떠올려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