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탐구생활] 코로나19가 집어삼킨 4월 총선

by김성곤 기자
2020.02.24 06:06:00

코로나19 전국적 확산에 여야 모두 초긴장 상태
‘코로나’ 메가톤급 파장에 여야 총선 유불리 촉각
코로나 통제불능 상황시 민주당 ‘총선 참패’ 예약
통합당, 과도한 불안감 조성시 여론역풍 가능성도

23일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 야구장에 전국에서 차출된 119 구급대 앰뷸런스들과 구급대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이송업무를 끝낸 후 대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코로나19가 4월 총선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정권·야당심판론은 물론 물갈이 공천과 여야 빅매치 등 기존 정치권의 모든 관심사를 밀어냈다.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급증하면서 전국이 모두 뚫렸다. 총선은 불과 5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세간의 관심은 온통 코로나19에만 쏠려있다.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이낙연 vs 황교안 종로 빅매치’조차도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졌다.

역대 선거에서는 전통적으로 경제·안보 이슈는 물론 일자리·복지 공약 등이 주요 쟁점이었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 총선’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여야 정치권은 초긴장 상태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19의 부작용은 상상 초월이다. 당장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예측하기 힘들다. 주요 산업현장은 코로나19 후폭풍에 따른 생산차질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항공·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유통업계는 물론 내수경기도 침몰 직전이다. 개학을 앞둔 교육현장의 대혼란도 불가피하다. 봄맞이 지역축제와 대규모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생필품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는 등 국민적 불안감마저 증폭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의 확산 여부에 따라 여야의 정치적 운명이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만일 4월 총선 직전까지 코로나19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확산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할 정도다. 여권으로서는 총선참패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현재 초비상이 걸렸다. 연초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수행 지지율과 보수야권 분열 여파로 조심스럽게 총선 낙승을 기대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상대적으로 보수야권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총체적 실패로 규정하면서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지나치게 중국 눈치를 봤다는 비판과 더불어 성급한 낙관론으로 국민적 경계심을 무너뜨렸다는 지적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표정관리에 나설 수만은 없다. 예상치 못한 역풍을 방지하기 위해 공세 수위를 잘 조율해야 한다.

여야의 행보는 그야말로 정중동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기에는 현 상황이 너무나 엄중하다. 여야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한다는 명분으로 총선을 겨냥한 정치 일정을 사실상 중단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여야 주요 정치인들 역시 직접적인 선거운동을 자제하고 있다. 자칫 선거운동에 나섰다가 코로나19의 슈퍼전파자가 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직접적인 접촉에 의한 선거운동은 아예 금지하거나 자제하자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보통의 경우 유권자와의 악수나 명함 배부 등 맨투맨 접촉이 가장 효과적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이다. 다만 대면접촉을 위주로 하는 과열된 선거운동은 코로나19의 확산 방지에 걸림돌일 뿐이다.



여야가 서둘러 선거운동을 아예 중단하거나 최소한으로 축소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특히 선거운동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기존 전통시장 방문이나 종교시설 방문은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정치1번지’ 서울 종로 빅매치에 출마한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차기 대선 전초전을 치르는 만큼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다. 그래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최근 현장일정을 최소화했다. 이밖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대구경북 지역은 선거운동이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이다. 적어도 코로나19 사태가 완벽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기까지는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당분간 여야의 선거운동은 유권자를 직접 만나기보다 페이스북, 유튜브, 인터넷 등을 활용한 비대면 접촉이 주가 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미증유의 국가적 위기 상황이다.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여의도 일각에서 총선 연기론도 제기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과거 한국전쟁 기간에도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졌다. 여야 어느 쪽이든 공식적으로 총선 연기를 거론했다가는 정치적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총선 연기에 따른 유불리도 예단하기 어렵다. 결국 총선은 예정대로 치러질 수밖에 없다. 여야 코로나19 이슈에 따른 유불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주판알을 튕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대 난제는 코로나19라는 메가톤급 이슈가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은 여권의 최대 악재다. 만일 현 상황이 총선 D-3일 전이라면 선거는 해보나 마나다. 민주당의 대참패는 기정사실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백방이 무효다.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 전날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자유한국당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 채 참패를 기록한 것과 유사한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 민주당이 정부에 긴급 추경 편성을 요청한 것은 선거참패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조기 수습을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민주당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총선까지 아직 50여일 남았다는 점이다.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서 코로나19 비상사태 국면을 조기에 수습한 뒤에 정상적인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게 무엇보다 절실하다.

미래통합당은 상대적으로 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우선 코로나19 이슈의 여파로 보수통합을 둘러싼 각종 잡음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또 현 정부의 초기 방역실패로 국민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총공세도 가능해졌다. 더구나 통합당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줄기차게 중국인 입국 전면금지라는 강경책을 주문하면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에 따라 코로나19가 통제불능 수준으로 총선 직전까지 확산될 경우 야당은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물론 변수도 없지 않다. 지나친 공세에 따른 역풍이다. 감염병 확산이라는 재난 상황 속에서 초당적 협력보다는 과도한 불안감 조성 등 정쟁에 매달릴 경우 오히려 민심이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