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멀미나는 혼라이프..공간 잘 뽑아낸 현대 SUV 베뉴

by오토인 기자
2019.08.17 08:00:00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홍성국 기자= 그야말로 소형 SUV 열풍이다. 그 바람을 등에 지고 각종 세그먼트 별로 SUV가 쏟아져 나온다. 국내에서는 2016년 쌍용 티볼리가 그 열풍의 시작이었다. 이 덕분에 약세를 면치 못했던 쌍용차가 오랜만에 빛을 봤다. 압도적인 내수 1위 현대·기아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느긋하게 그 바람에 합류했다. 2017년 현대 코나, 기아 스토닉으로 물꼬를 터 한때 소형 SUV시장을 장악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소형 SUV시장이 열린지 수 년이 지났다. 소비자 요구는 다변화한다. 작은 차지만 고급스러움을 느끼고 싶은 소비자층이 두터워졌다. 혼자사는 삶,이른바 ‘혼라이프’ 등장도 자동차 시장에 지각변동을 이끌었다. 기아는 작지만 럭셔리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셀토스를 출시해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 또 현대는 ‘혼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아주 작은 SUV 베뉴를 출시했다. 베뉴는 현재 현대차 엔트리카 역할을 한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엑센트 정보가 나와 있지만 올해 단종된다는 소문이다.

잘 다듬었지만 싸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네

사진으로 먼저 베뉴를 접했을 때 아기자기 하지만 당돌해보이는 인상이 호감이었다.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센터페시아와 독특한 모양의 문 손잡이는 귀여운 모양새였다. 실제로 접해본 베뉴 소감은 한 마디로 '싸구려' 그 자체였다. 시승차는 2100만원대 최고급 트림인데도 도어 안쪽 플라스틱은 원가절감을 위해 하나의 사출물 판으로 전체를 덮었다. 물론 소재 역시 정말 싼 플라스틱이다.

대시보드 상단은 테크니컬 패턴으로 젊음을 추구했다. 잠깐 만졌을 때는 우레탄인가 싶을 정도의 질감이었다. 그러나 단단하기만한 플라스틱 그 자체다. 대신 곳곳에 쓰인 검은 하이그로시 패널은 포인트 역할을 잘 해낸다.

플로팅 디자인의 내비게이션은 형상이 마음에 든다. 다만 베젤이 너무 두꺼워서 오래된 태블릿 PC를 보는 듯하다. 해상도와 반응성은 예상보다 뛰어난 편이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버튼도 많이 달렸다.

최고급 모던 트림이라 그런지 작은 차급에도 불구하고 풀오토 에어컨과 공기청정모드가 들어가 있다. 공조기는 3개의 원형 다이얼로 조절이 가능하다. 가운데는 공조장치의 현재 상태를 나타낼 뿐 기능이 없어 생뚱맞다. 좌측 다이얼은 온도, 우측은 풍량을 조절한다.

기어 노브는 코나의 것을 그대로 떼어 왔다. 수동이던 자동이던 똑같은 모양새다. 트랙션 모드 셀렉터가 기어노브 아래 쪽에 위치한다. 열선시트와 스티어링 열선이 옵션사항으로 제공된다. 모든 센터페시아 버튼이 달그닥 거리면서 싼 느낌을 준다.

앞좌석 시트는 어깨 부분이 너무 작다. 사이드 볼스터도 꽤 조여놓아서 의자에서 몸이 삐죽 튀어나온다. 뒷좌석에 앉아 등받이에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173cm인 기자가 앉았을 때 무릎은 주먹 하나가 들어간다. 머리는 손가락 4~5개의 공간이 남는다. SUV를 표방하는 모델인 덕분에 머리공간은 여유롭다. 다만 시트가 너무 얇아 차체 진동과 충격을 고스란히 승객에게 전달한다.

시트 재질은 인조가죽이다. 시트 중앙 부분은 직물 느낌이 나는 인조가죽을 사용했다. 재질이 꼭 포대자루 비닐을 만지는 느낌이다. 차라리 그냥 직물을 넣어 주는 편이 통기성 부문에서도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0분 이상 앉아 있으면 기분이 언짢아진다.

외부 마감도 결코 좋은 수준이 아니다. 주유구 아래로 연료 주입라인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댐퍼 또한 차체에 볼트 2개로 고정되어 있다. 아무리 작은차라고는 하나 너무 약한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전체적으로 원가절감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전체적으로 싼 마감재와 재질을 사용했다. 그러나 각 버튼의 위치와 직관성은 여느 현대차 못지 않게 뛰어나다. 스티어링휠은 가죽으로 마무리해서 적절한 그립감을 준다. 스티어링 리모컨도 익히는 과정 없이 쓸 수 있게 직관적이다.

트렁크 격벽을 좌석 뒷족으로 수납할수 있게 홈을 파 놓은 것은 참신한 아이디어다. 바닥판도 풀플랫이 가능하도록 위아래로 옮길 수 있다. 공간이 더 필요하면 아랫쪽으로 내려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실용성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내 콘셉은 혼라이프, 알아서 맞춰서 타!



베뉴는 광고를 시작할 때부터 ‘혼라이프’를 강조했다. 차의 콘셉도 딱 그렇다. 집 앞 마트에 잠깐 들르거나, 친구 집에 다녀올 때 타기 좋은 차다. 저속에선 너무나도 조용하고 차분하다. 잘 닦인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리는 것도 꽤 잘한다. 적당히 단단하고 힘은 넉넉하다. 차체가 작아 복잡한 도로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것도 수월하다.

액셀을 밟으면 반박자 정도의 딜레이를 지닌 뒤 발진한다. 무단변속기가 미끌리는 것을 방지한 세팅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벼운 차에 126마력 엔진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실용 영역에서 답답함이 없다. 브레이크도 밟는 족족 차량을 붙잡는다. 가벼운 차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기대 이상의 성능이다. 이 작은 차가 꽤 오래 노면을 붙들어 잡는다.

그러나 이 차를 타고 멀리 가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차체의 가벼움에서 나오는 불안함이 심하다. 악셀러레이터를 전개하면 나오는 부밍음도 여간 거슬리는게 아니다. 특히 좋지 않은 상태의 포장도로를 만나면 여지없이 잔진동을 몸으로 전달한다. 경차 스파크보다 서스펜션 숙성이 뒤진다. 키 큰 베뉴의 롤링을 억제하기 위해서인지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해 평범한 사람이라도 장시간 탑승하면 멀미를 느낄 수 있다.

연비 위주의 스마트스트림 엔진에 무단변속기를 체결하고 다이어트도 마쳤다. 그러나 동일한 파워트레인에 17인치 타이어를 기준 아반떼 연비 14.1km/l 보다 0.8km/l 낮은 13.3km/l다.

SUV의 구조적 특성으로 에어로다이나믹 측면에서 손해를 본다. 하지만 아반떼 공차중량 1280kg보다 65kg가벼운 몸무게를 기록한 베뉴 연비가 더 나쁘다. 물리학을 역행하는 차체다. 세상에 도심 연비도 아반떼 12.6km/l보다 0.2km/l 낮은 12.4km/l다.

그나마 공인연비 수준으로 차를 몰려면 사실상 혼자 타야 한다. 콘셉에 정확히 들어맞는 차가 아닐 수 없다. 달리지 않고 살살 타면 연비도 그럭저럭 나오고 멀미도 덜 난다.



가격도 그렇게 저렴하지 않다. 현대기아가 요즘 신차를 내면서 가격을 부쩍 올린다. 최상위 모던트림을 기준으로 각종 옵션을 포함하면 2122만원이다. 100만원만 추가하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훨씬 많은 옵션을 포함한 아반떼를 살 수 있다.

혼자 살고 운전의 재미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면서 SUV를 꼭 타보고 싶은 운전자에게 추천이다. 먼거리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짧은 거리를 아무 걱정 없이 다녀올려면 베뉴가 좋은 선택지다. 더구나 운전에 자신이 없어 속도를 내지 않는데다 차가 작고 시야가 탁 트여 주차나 골목길에서도 편리한 차를 찾는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때때로 운전을 즐긴다면 추천하지 않겠다. 가끔 먼거리도 차를 타고 이동하고 싶다면 역시 추천하지 않는다. 친구나 가족이 때때로 차량을 타야 한다면 세단으로 아반떼, 해치백 i30, SUV라면 QM3를 비롯한 좋은 대안이 여럿 있다.

베뉴는 혼라이프라는 콘셉을 너무나도 잘 지키고 있다. 튜익스 옵션으로 반려견을 위한 PET 패키지라는 새로운 구성을 보이기도 했다. 겨울에 무릎이 시린 소비자들을 위해 적외선 무릎 히터를 튜익스 옵션사항으로 제공한다. 여러모로 혼자지만 심플한 생활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끌어당기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그러나 그 모든걸 선택하기 위해서는 190만원의 추가비용이 소모된다.



장점: 저속에서의 탁월한 정숙성과 마감 품질. 탁 트인 시야.

단점: 고속에서 불안감과 멀미. 정말 인도 전용차같은 싸구려 재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