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억대 배당금으로 조세회피 독일회사…대법 "130억 세금 내라"

by노희준 기자
2019.07.03 06:00:00

대법, 재상고심 거쳐 원심대로 원고일부 패소
"260억 과세당국 처분서 130억 정당"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1300억원대 서울시티타워빌딩 배당금을 챙기고도 도관회사를 내세워 조세를 회피하려던 독일 투자펀드가 결국 130억원의 세금을 물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부동산 임대업자 서울시티타워가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269억원 규모의 법인세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앞서 독일 법인인 투자펀드 TMW는 투자목적회사 ‘GmbH 1, 2’를 설립해 2003년 8월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시티타워 지분을 50%씩 각각 취득해 매입했다. GmbH 1, 2는 2006년 4월~ 2008년 5월 서울시티타워에서 거둬들인 1316억여원의 임대수익과 양도수익을 바로 TMW에 배당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티타워는 이중과세회피 등을 위한 ‘한·독 조세조약’을 근거로 세율 5%를 적용, 84억여원을 원천징수해 남부세무서에 냈다.

반면 남대문세무서장은 2011년 3월 서울시티타워에 국내 법인세법에 따른 원천세율 25% 적용해 269억의 세금을 부과했다. 배당소득을 실질적으로 가져가는 TMW가 한독 조세조약에 따른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 GmbH 1,2를 세웠다는 판단에서다.

한독 조세조약은 사업운영의 경제적 이유 없이 조세회피만을 주요 목적으로 관계인이 배당 등을 지급하는 경우 그에 대해 낮은세율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티타워는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에 나섰다.

1심과 2심은 서울시티타워의 완승이었다. 재판부는 “배당소득의 실소유자는 GmbH 1, 2이고 TMW가 GmbH 1, 2을 설립한 주요 목적이 조세 회피를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첫번째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취지로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우선 배당소득의 실질귀속자는 TMW라고 봤다. 재판부는 “GmbH 1, 2는 서울시티타워의 발행주식이나 배당소득을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는 귀속 명의자”라며 “TMW가 GmbH 1, 2에 대한 지배권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고 명의와 실질의 괴리는 오로지 조세를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과세당국이 25% 세율을 적용한 것도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중간 도관회사(GmbH 1, 2)를 무시하더라도 도관회사를 설립한 투자펀드(TMW)는 사건 배당소득의 실질귀속자로 한독 조세조약의 혜택을 부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TMW에 대해 한독 조세조약상의 5%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TMW가 독일에서 포괄적인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이상 한독 조세조약상 법인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독 조세조약은 한국 정부가 국내에 있는 독일법인이 독일 거주자에 지급하는 배당에 대해 국내법에 따라 과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배당 수익의 실질소유자가 배당 지급 법인 지분 25%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의 경우에만 배당총액의 5%를 최고세율로 하고 있다. 그 외에는 배당총액의 15%가 최고세율이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TMW는 그 구성원(펀드 투자인)이 독일에서 포괄적인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범위에서만 한독 조세조약상 15%의 낮은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TMW의 투자자는 독일인과 오스트리아인, 룩셈부르크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고법은 대법원 취지대로 130억원의 추가 세금을 고지했다. 당초 과세당국의 과세액 269억에서 130억원을 넘어서는 138억원을 취소한 것이다.

배당소득 지급당시 독일인 구성원의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한독 조세조약상 15%의 제한세율을, 조약이 적용되지 않는 그 외 오스트리아 및 룩셈부르크 구성원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는 일반 국내 법인세율 25%를 적용했다.

대법원은 재상고심에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상고를 기각, 판결을 확정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