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 대자연과 음악, 문명을 만나다
by이윤정 기자
2019.05.22 05:04: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5000m의 설산을 눈앞에 두고 한동안 행복감에 빠져 있었다. 조지아 여행의 진정한 하이라이트가 ‘우쉬굴리’라던 말이 무슨 이야기였는지 눈으로 보니 실감이 났다. 이런 경치를 직접 내 눈으로 보다니. 살아 있음에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벅차게 올라왔고, 비현실적인 경치에 자꾸 셔터를 누르게 된다.”
책은 일명 코카서스 3국이라 불리는 조지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여행기다. 음악평론가인 저자는 70일간 홀로 여행하며 코카서스 곳곳에 숨어 있는 문화와 예술을 찾아나섰다.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채택한 나라 아르메니아를 비롯해 와인과 청정자연의 나라 조지아, 실크로드 끝자락에서 만난 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을 음악인류학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체험한 내용을 기록했다. 청결 상태부터 조식 메뉴까지 직접 다녀본 식당과 숙소의 정보까지 꼼꼼하게 담았다.
코카서스 여행은 조지아 트빌리시를 시작으로 아르메니아 예레반, 세반호수, 모르조미, 터키 코니아 등으로 이어졌다. 직접 여행한 순서대로 목차를 정리해 눈으로 여행을 따라올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아르메니아 제헌절 기념식’에서는 깃발에 옷까지 국기로 ‘깔맞춤’한 채 덩실덩실 춤을 추는 소녀들을 만났고, ‘그림 같은 마을’이라고 칭한 시그나기에서는 18세기 마을과 성벽의 아름다움에 한참을 푹 빠졌다가 제정신을 차리고 숙소로 돌아가기도 했다.
음악인의 여행기답게 곳곳에는 흥미로운 음악 이야기가 녹아 있다. 저자에 따르면 코카서스 3국은 깜짝 놀랄만한 좋은 음악을 보유한 나라다. 아르메니아는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등장한 관악기 두둑의 명인이 탄생한 나라고, 아제르바이잔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로 지정한 민속음악 ‘무감’을 보유하고 있다. 아르메니아 예레반 여행 중 어떤 날은 오페라하우스 광장에서 ‘락 인 예레반’이란 록페스티벌을 만나기도 했는데, 젊은 밴드들이 30분 간격으로 무대에 올라 헤드뱅잉도 불사하는 열정을 보여줬단다.
저자는 한 나라의 특징은 독창성으로 만들어지며 차별화한 음악문화가 바로 그 나라의 경쟁력임을 체험으로 확인했다고 말한다. 낯선 곳일수록 가능한 한 많이 또 깊이 알고 나서야 후회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분쟁이 격화되면서 나고르노-카라바흐 등 일부 지역에 여행경보 3단계인 ‘철수권고’가 내려져 있다는 것. 만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