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정상화案 나온다…채권단, 5000억 출자전환 논의

by김정남 기자
2019.02.25 06:00:00

한진重 채권단, 이번주 정상화案 논의
'수빅 리스크' 애물단지 전락한 한진重
국내 채권단 출자전환 5천억 가까울듯
특수관계자 등 무상감자 수순 확실시
조남호 회장, 주총 통한 해임 기정사실

필리핀 수빅조선소 전경.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한진중공업의 정상화 방안이 이번주 중 나온다. 채권단은 5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출자전환을 통한 부채비율 축소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자전환은 자금난에 빠진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빚을 탕감해주는 대신 그 기업의 주식을 받는 부채조정 방식이다.

‘수빅 리스크’로 곤경에 처한 한진중공업을 살려보겠다는 복안인데, 그 과정에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의 무상감자와 조남호 회장의 해임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중공업(097230)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번주 중으로 회의를 열고 경영정상화 지원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지난 18일 회의에서도 관련 방안을 검토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한 관계자는 “다음달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 등의 향후 절차를 고려하면 이번달 안으로 채권단 동의를 받고 출자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잠식의 해소를 입증할 자료의 제출 기한이 4월1일이라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출자전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다면 한진중공업은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진중공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건 필리핀 수빅조선소 때문이다. 수빅조선소가 2014년 이후 전세계 조선업계 ‘수주 절벽’의 직격탄을 맞자, 모회사인 한진중공업 재무 건전성도 악화된 것이다. 수빅조선소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1820억원, 233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60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에 밝은 한 국책은행 인사는 “2000년대 초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늘자 조선소 투자가 우후죽순 이뤄졌고, 수빅조선소도 그 중 하나”라며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꺾이자 과잉투자의 부작용이 확 불거졌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우리나라처럼 수빅조선소 인근에 제철소 등 주요 전방산업도 전무해 모두 배로 실어날라야 했을 정도로 생산성 논란이 계속됐다”고도 했다.

결국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의 필리핀 현지금융에 대한 본사 보증채무(약 4억1000만달러)가 현실화하면서 자본잠식에 이르렀다. 한진중공업과 산은 측은 본사가 보증을 선 고리를 끊어내려 필리핀 현지은행 5곳과 채무조정 협상을 벌여왔다.

또다른 산은 관계자는 “필리핀 현지은행들은 출자전환을 통해 한진중공업 지분을 20% 정도 취득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고 했다. 17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국내 채권단의 경우 출자전환 후 60~70%가량 지분을 보유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알려졌다. 4000억원 후반대에 이른다. 다만 이 관계자는 “최종 규모는 전체 채권단 차원에서 논의를 해봐야 알 수 있어 유동적”이라고 했다.

다른 채권단 한 인사는 “완전 자본잠식과 출자전환 이후 특수관계자 등의 구주 무상감자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무상감자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결정된 비율만큼 주식을 잃게 되는 것이다. 통상 결손금 규모가 커질 경우 자본금을 줄여 회계상 손실을 털어내는 방법으로 쓰인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한진중공업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1.66%(3357만9147주)다. 최대주주는 한진중공업홀딩스(3285만8263주, 30.98%)이며, 2대주주는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52만8546주, 0.50%)이다.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홀딩스 지분을 46.50%(1373만81주)를 보유하며 자회사 한진중공업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해 왔다. 무상감자가 이뤄질 경우 최대주주는 채권단으로 넘어가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그 과정에서 조 회장의 해임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 지도 관심사다. 채권단 관계자는 “조 회장 해임안은 다음달 초로 예정된 경영진추천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채권단에서 직접 다룰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조 회장이 다음달 말 주주총회를 통해 사퇴할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