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 "저도 가게 문닫아..사람 모이게 임대료 내려야 상권 살아요"(인터뷰)
by고규대 기자
2019.01.18 06:00:00
최저임금 인상에 임대료 폭등 겹쳐
경리단길도 '임대' 붙은 빈 가게 늘어
일부 건물주들 임대료 현실화 공감
결국 임대인·임차인·주민 손잡아야
[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12월말에 마이타이차이나 문 닫았고, 오는 27일 마이치치스의 문을 닫습니다. 문제는...여럿이죠.”
스타 요식업자로 이름을 알린 방송인 홍석천이 최근 임대료 폭등과 최저임금제 여파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어 서울 이태원에 운영하는 자신의 가게 두 곳의 문을 닫는다. 홍석천은 서울 경리단길에 운영 중인 ‘시댕’ ‘마이스카이’도 급변하는 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홍석천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경리단길에 건물을 하나 갖고 있어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황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실 이익이 상충되는 상황이지만 큰 틀에서는 사람이 모여야 거리가 살고, 거리가 살아야, 건물주든 임차인이든 살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홍석천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경리단길에 ‘임대’가 붙은 가게들이 많아졌다”며 “아이디어와 열정이 가득했던 가게들은 이미 떠나버렸거나 망해버렸거나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버티는 가게가 많아졌다”고 적고 ‘경리단길살리기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홍석천은 “2년 전 고향집 같은 경리단길을 살려보겠다고 가게를 냈다. 죽어가는 상권을 살려낼 수 있으리라 자신하면서. 그러나 그 일은 혼자 힘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석천이 분석한 경리단길 등 골목상권의 어려움은 임대료의 폭등, 사라지는 거리의 특색, 그리고 최저임금제의 급격한 상승이 원인이다. 홍석천은 “서울 명동이나 강남역 일대 상권도 이런 어려움으로 휘청인다고 한다. 경리단길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아이디어로 가게를 연 젊은 사장님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거리의 특색도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이태원의 가게 두 곳의 문을 닫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최저임금제의 여파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5명이 2교대, 도합 10인의 종업원으로 12시간 넘게 운영했다면, 최저임금제의 인상으로 모두 합쳐 8명으로 10시간 남짓 밖에 운영할 수 없다는 것. 홍석천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존 종업원의 월급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상승비율보다 실제로는 비용이 더 들게 된다”고 말했다.
| 홍석천이 경리단길에서 사라지는 가게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적은 인스타그램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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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의 해법은 결국 상권은 사람이 모여야 된다는 데서 출발했다. 건물주이자 임차인인 홍석천은 양측의 이해를 모두 이해한다는 심정으로 경리단길 인근 건물주와 임차인을 수소문해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홍석천은 “일부 건물주는 이미 임대료의 과도한 폭등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고 이제 현실화해야한다는 데 다행히 동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저임금제의 인상 역시 너무 가파른 게 현실이지만 결국 장사를 잘해야만 해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홍석천은 수제맥주의 본산지였던 경리단길의 특색을 살려 특정 요일에 차 없는 거리, 수제맥주의 축제, 원주민이었던 아티스트의 전시공간 확보 등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석천은 “임대료 폭등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사람이 모이는 거리를 만들면서 상생의 모델을 만들 때 풀릴 수 있다”면서 “각 상권의 특색, 특히 콘텐츠를 갖는 게 상권을 살리는 첩경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홍석천은 “경리단길이 망리단길, 속리단길, 황리단길 등 전국에 비슷한 거리의 이름을 만들정도로 유명하지만 힙합 등 음악인이나 언더그라운 아티스트 등 원주민이 떠나면서 갖고 있던 특색을 잃어버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들이 돌아올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야 하고, 이 공간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주차공간 확보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석천은 “자영업자 역시자신만의 특화된 기술이나 노하우가 없이 도전해 실패하는 것 같다”면서 “자영업자의 부익부빈익빈 문제는 결국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능력이 된다면 창업 인큐베이터 등도 만들어 함께 돕고 싶다”고 말했다. 홍석천은 “경리단길이든, 어느 상권이든 건물주, 임차인, 주민 그리고 이를 돕는 관공서가 모두 하나가 돼 심폐소생을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