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30년 광고맨'의 애독서…"지식의 재배열, 창의력 쓱"

by송주오 기자
2018.08.14 06:55:00

황보현 HS애드 CCO, "독서 통해 창의력 길렀다"
'지적대화를 위한…' 통해 그동안 축적한 지식사고 틀 맞춰 재분류
책은 남의 생각…읽으며 다른 부분 찾아야 올바른 독서
산만함=순간 집중력…T자형 사고방식 밑거름

황보현 HS애드 CCO는 “남과 다른 생각을 찾아가는 과정이 효율적인 독서법”이라고 강조했다.(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광고를 제작할 때 그간 읽어 온 책들의 내용이 창의적 생각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다만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는 게 아니라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부분을 찾아가는 과정이 효과적인 독서라 할 수 있습니다.”

30년간 광고계에 몸담고 있는 황보현 HS애드 CCO(Chief Creative Officer·최고 창의력 책임자, 상무)는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 저·한빛비즈)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 광고계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LG전자와 대한항공, 서울시, 한국관광공사의 광고를 제작했으며 여러 국제 광고제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6년에는 신세계그룹의 온라인몰 ‘쓱닷컴(ssg.com)’ 광고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누적 판매 부수 110만부를 자랑하는 베스트셀러다. 역사·경제·정치·문화·철학 등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황 CCO는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쌓아왔던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횡’(橫·가로)과 ‘종’(縱·세로)으로 분류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자신만의 사고 체계의 틀을 다듬어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어릴 적에는 충분히 독서를 통해 지식을 흡수하고 일정 시기가 지나면 자신만의 사고 체계에 맞춰 책 안의 지식을 분류하면서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서에 있어 자신만의 기준을 강조하는 이유는 ‘창의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에게 책이란 ‘남의 사고, 남의 얘기’다. 책을 읽으며 이를 답습하는 과정에 머문다면 창의적 사고로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식을 받아서 이걸 재배열하고 재조합할 수 있느냐가 창의력을 결정한다”고 했다.

그는 ‘T자형 사고 방식’을 강조했다. T자형 사고 방식이란 한 분야의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다양한 제품과 브랜드를 접하는 광고인에게 T자형 사고 방식은 필수다. 무작정 제작한 광고는 소비자의 마음을 유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T자형 사고 방식은 실용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세상과 동떨어진 창의력은 소통의 실패로 이어지기 쉽다. 다시 말해 T자형 사고 방식은 결국 ‘실용적인 창의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T자형 사고 방식에는 ‘산만함’도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다.



그에게 산만함은 순간 집중력과도 통하는 다른 말이기도 하다. 단순히 멍한 상태로 있는 게 아니라 순간에 집중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여러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산만함으로 이어지고, 쌓이고 취합한 정보들이 독특함을 만들어 낸다. 이질적인 것의 조합도 산만함을 기반으로 한 T자형 사고 방식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다고 했다.

T자형 사고 방식은 그가 제작해 온 광고를 통해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신세계통합온라인몰 ‘쓱’이다. ‘에스에스지닷컴’(ssg.com)으로 일곱 글자의 브랜드 이름을 단숨에 ‘쓱’으로 통일시켰다. 이른바 ‘병맛’(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 문구였다. 광고 전반을 지배하는 병맛 카피 ‘쓱’에 업계 A급 모델인 배우 공유와 공효진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가 에드워드 호퍼의 화풍을 떠올리게 하는 영상으로 고급스러움을 가미했다.

이와 함께 알록달록한 파스텔톤으로 색감을 꾸미고 배우들의 후시녹음(後時錄音)을 통해 복고풍을 추가했다. A급 감성과 B급 감성을 혼합한 ‘쓱’은 그해 광고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소비자들에게 ‘저게 뭐지?’란 반응을 일으키며 광고 방영 이후 쓱의 매출은 20%이상 오르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2009년에는 새로운 시도로 광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XTM의 대표 프로그램 ‘스타앤더시티’와 공동으로 광고를 제작한 것. 당시 신인 배우이던 한효주·하석진·이완이 각각 미국 동부와 중부, 서부를 돌며 촬영했다. 촬영분 중 3편은 스타앤더시티로 방영됐고, 별도로 대한항공 광고로도 16편 제작됐다. 호흡이 다른 방송(60분)과 광고(15초)가 만나 효율을 극대화 한 케이스다.

황 CCO는 “당시 30초짜리 광고가 아닌 1시간 분량의 방송 프로그램을 생각했는데 제작비를 절반씩 부담하고 촬영한 것으로 ‘꽃보다 할배’의 원조격”이라며 웃었다.

황 CCO는 국내 광고계를 대표하는 인물답게 국제적인 지명도도 높다. 2011년 스파익스아시아, 2012년 칸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에 이어 2013년 아시아태평양 광고 페스티벌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2015년에는 뉴욕 국제 광고제 본선 심사위원으로 초빙됐다. 뉴욕 페스티벌은 칸 국제광고제, 클리오 국제 광고제와 함께 세계 3대 국제 광고제로 꼽힌다. 예심을 통과한 작품 가운데 각 부문별 대상, 은상, 동상을 뽑는 본선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광고인은 매우 드물다.



△1962년 서울 출생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HS애드(구 LG애드) 최고 창의력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크리에이티브 센터장) △칸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 은상 △ 뉴욕 국제 광고제 금상 △이화여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