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파트 도색공사 '짬짜미' 부실공사한 일당 검거

by이슬기 기자
2018.04.18 06:00:00

전문건설업체 관계자 등 건설법 위반 혐의로 86명 검거
입찰담합으로 공사비 부풀려…무등록 건설업자에 불법 하도급도
아파트 동대표 등 불법눈감아 준 대가로 약 1억원 받아
경찰 "제한 경쟁입찰 비리 많아 경쟁입찰 도입 바람직"

경기도 안산의 한 아파트 도색 공사에서 4개 업체가 입찰 담합해 3개 업체가 같은 가격으로 입찰서를 제출한 모습.(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지난 4년 간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 도색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부실공사를 해왔던 전문건설업체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단지 재도장 공사에서 입찰 담합(짬짜미)을 통해 공사비를 부풀리고 무등록 건설업자에게 불법 하도급을 줘 부실공사를 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와 불법 하도급업자 등 67명을 검거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건설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불법 사실을 눈감은 아파트 동대표 등 19명도 함께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59)등 18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 52명은 2012년 3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서울 등 수도권 일대 117개 아파트 단지의 재도색 등 공사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 사업자를 사전에 합의했다. 이들은 낙찰 예정자에게 입찰 가격을 미리 알려주는 등의 방식으로 공사를 수주하게 한 뒤 공사비의 반값에 무등록 건설업자에게 불법 하도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B씨(59) 등 무등록 건설업자 13명은 같은 기간 서울과 수도권 등 96개 아파트 단지에서 발주한 116억원 상당의 재도장 공사에서 불법 하도급을 받은 뒤 재차 하도급을 주고 인건비를 부풀려 공사비의 5% 상당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낮은 금액에 재차 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부실공사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이 건설업체 소속 직원으로 위장하기 위한 가짜 명함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공사 뒤 1~2년 간 하자가 발생할 경우 원청업체가 책임지라는 내용의 각서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동대표 회장 C씨(77) 등 19명은 불법 사실을 눈감아 달라는 명목으로 건설업자로부터 약 1억 200만원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제한 경쟁 입찰의 경우 입찰 공고 전부터 영업활동을 했던 업체들만 동대표의 도움으로 입찰에 참가할 수 있어서 입찰 담합 등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다”며 “실적 등으로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 않고 누구나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경쟁 입찰 방식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수사의 경험을 통해 아파트 도색공사 등 입찰 담합과 불법 하도급 비리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부실 공사로 인해 페인트 들듬 현상이 나타난 모습.(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