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7.11.15 05:50:00
文 정부, 기관장 물갈이 예고
6월 기재부, 경영평가 경고
7월 노조, 적폐기관장 발표
9월 감사원, 기관장 비위 적발
10~11월 전수조사, 내달 발표
캠프 출신 오나..인사 폭풍전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대폭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가 사정기관 수사에 이어 채용비리 전수조사까지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적폐청산 기조에 따라 공정한 인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공공기관 안팎에선 낙하산이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장에 대한 1차 경고는 6월 경영평가였다. 기재부는 6월 16일 제7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11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기관평가 종합등급에서 ‘미흡’(D) 이하 평가를 받은 17개 기관 중에서 재임 기간이 6개월 이상인 기관장 9명, 재임 기간이 6개월 이상인 8개 기관의 상임이사 15명 등 총 24명에 대해 경고조치를 내렸다.
당시 경고를 받은 기관장 9명은 부산항만공사 우예종 사장, 울산항만공사 강종열 사장, 가스공사 이승훈 사장, 방송광고진흥공사 곽성문 사장, 석유공사 김정래 사장, 영화진흥위원회 김세훈 위원장, 한국세라믹기술원 강석중 원장, 한국지식재산전략원 변훈석 원장, 아시아문화원 김병석 원장이었다. 경영평가 직후 사임한 기관장은 없었다.
하지만 7월이 되자 노조에서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한국노총 공공부문 공공대책위원회가 지난 7월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적폐 기관장’ 명단이라며 10명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중 홍순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이 자진사퇴했다. 노조가 밝힌 명단에 오른 기관장 절반이 물러난 셈이다.
감사원도 나섰다. 감사원은 5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인력운영 실태’를 점검 결과를 지난 9월 5일 발표했다. 당시 정용빈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백창현 대한석탄공사 사장, 김정래 석유공사 사장, 우예종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감사원으로부터 비위가 적발됐다. 김정래 사장은 당시 사퇴를 거부했지만 지난달 10일 산업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에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가 착수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장관들과 ‘공공기관 인사·채용비리 근절 추진계획’ 관련해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해 부총리 주재 관계장관 회의는 처음이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체 공공기관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채용비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관계부처 장관들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전체 공공기관 대상 채용실태 특별점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점검 대상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 간 인사 채용실적이다. 채용비리로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관련 임·직원을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다음 달 말이면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월에는 경영평가 제도 개편도 예고돼 있다. 기재부는 16일, 21일, 23일 관련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의견수렴에 나선다. 토론회에서는 노조,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성과와 한계를 진단하고 개편 방향을 논의한다. 기재부 공공정책국 관계자는 “금년 말까지 2018년도에 적용할 경영평가 편람(평가 기준)을 완료할 것”이라며 “향후 전면적인 평가제도 개편방향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에서는 기관장을 대거 교체하고 경영평가 방식을 전면 개편하는 작업이 내달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 330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공공기관 68개(20.6%)의 기관장이 공석(60개)이거나 임기가 만료(8개)된 상태였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요즘에는 송구영신이 아니라 ‘사장 누가 옵니까’라고 연말 인사를 하곤 한다”며 “공공기관들은 폭풍전야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말 공공기관장 인사가 문재인 정부의 공공정책의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과거 정부의 ‘낙하산 인사’ 폐단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에서는 대선캠프에서 정치적으로 기여를 많이 한 인사들이 공공기관을 골라서 가는 상황”이라며 “낙하산을 근절하도록 별도 심의위원회를 만드는 등 새로운 인사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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