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눈치보느라…금감원 부원장 인사 '오리무중'

by문승관 기자
2017.11.09 06:00:00

빨리 확정하겠다던 최흥식 원장
취임 두달 넘도록 지침도 못내놔
금융관료 배제 원칙 내려져
유력 수석부원장 카드 사라지고
전현직 국장급으로 인재풀 넓혀
업무 공백 장기화로 현안 미뤄져
민간출신 첫 원장 리더십도 타격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금융감독원 임원인사가 오리무중이다. 최대한 빨리 임원 인사를 하겠다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발표와는 달리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명확한 인사 지침을 마련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청와대의 금융관료(모피아) 출신 배제라는 지침 때문에 임원 인사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인사 시점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이달 9일 최 원장이 직접 인사·조직문화 혁신 TF의 쇄신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권고안도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채용시스템을 외부로 개방하고 임원 인사를 통해 조직에 활력을 넣겠다는게 TF의 핵심인데 인선 문제로 꼬여버렸다. 청와대의 ‘입’만 바라봐야 하는 형국이다. 장기화하는 임원 인사로 금감원 사기 저하는 물론이고 업무 공백도 길어지면서 주요 현안처리도 이뤄지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민간 출신 첫 금감원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최 원장의 리더십에도 큰 상처가 남을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8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원장은 13명 현직 임원의 물갈이를 사실상 공식화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현직 국장급 인사를 비롯해 퇴직한 일부 국장급 이상 인사에게도 인사검증동의서를 제출받았다. 최 원장은 임원 면담을 통해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 이행을 위해 인사·조직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최근 전달했다.

최 원장은 이날 서민금융&취업박람회에서 “이달 13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금감원 부원장 임명안이 안건으로 올라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안팎에서는 현직 임원 전원을 물갈이하기로 한 가운데 ‘관 출신 배제’를 인선에 최우선으로 삼자 뚜렷한 후보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력한 새 수석부원장 후보로 거론되온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도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이 위원장 대신 다른 인물을 찾기 위해 원점에서 재 검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석부원장 자리에 이 위원장 카드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중순쯤 이 위원장과 유광열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복수로 청와대에 올렸다”며 “이들에 대한 인사검증이 진행 중이었지만 금감원 채용비리 사건이 커지면서 모피아 출신이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가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되면서 무산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 대신 ‘금감원 금융감독·검사·제재 프로세스 혁신TF’ 위원장인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수석부원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고 교수가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내부에서 ‘재무 관료 출신들이 금융권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회전문 인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위 고위관료 출신의 금감원 입성이 사실상 막히는 분위기다. 수석부원장 자리가 원점에서 재검토되면서 부원장과 부원장보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후보 물망에 오르는 유력 인사가 없어 금감원 인사 시기도 상당 기일 늦어질 전망이다.

은행담당 부원장에는 양현근 한국증권금융 부사장(전 금감원 부원장보)과 이석근 신한은행 상임감사위원(전 금감원 부원장보)이 물망에 오르지만 두 사람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데다 금감원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금감원 임원 출신 복귀라는 점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금감원 임원인사가 ‘오리무중’에 빠지면서 최 원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인사를 결정할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다. 현재 임원들은 최 원장으로부터 전원 사퇴를 통보받은 후 주요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

예산·수당편성, 제재심의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한 결정은 밀어지고 통상 격주로 열리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도 지난 9월 14일 이후 6주가량 열리지 않았다. 제재심의위원장은 수석부원장이 맡고 있는데 서태종 전 수석부원장 퇴임 후 공석으로 남아 있어서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곧 물러날 임원들에게 관련 사안을 책임져야 하는 결재를 올리기 어렵고 임원들이 결재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든 임원인사에 청와대만 바라봐야 하는지 비판여론도 커지고 있다. 부원장 이상은 금융위가 임명하지만 부원장보는 금감원장이 임명하기 때문에 부원장보 인사는 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금감원 임원 인사시스템이 정부 부처 임명과 맞춰 이뤄지다 보니 정부부처 1급 인사에 견줘 부원장보 인사도 결정하고 있다”며 “9명이나 되는 부원장보 인사를 청와대 결정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늘 인사가 늦어질 수밖에 없어 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