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육아]입장료 1만 5천원·수강료 1만원·식사 2만원…등골 휘는 키즈카페
by김보영 기자
2017.10.10 06:30:44
작은육아 4부 '키즈카페부터 유아 사교육까지'
키즈카페 고급화 바람에 뽀로로 키즈파크 이어 호텔형 등장
일 방문객 300명, 월매출 1억대 프랜차이즈 키즈카페 확산
고급화 바람 저소득층 소외현상 부추길수도..육아도 양극화
"무료, 소액으로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 정부가 확충해야"
| 영·유아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 캐릭터 ‘타요’를 테마로 내세운 ‘꼬마버스 타요’ 키즈카페 내부 전경.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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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3·5세 아들과 딸을 키우는 워킹맘 서연주(가명·35)씨.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서씨는 주말마다 서울·수도권 지역 유명 키즈카페들을 찾는다. 서씨는 지난 주말 처음 간 곳은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한 청담동에 위치한 A키즈카페. 아이들 입장료만 1명 당 1만 2000원(2시간 기준)에 식사는 평균 2만원대다.
오픈 시간인 10시에 맞춰 찾아갔지만 카페 앞은 줄을 선 고객들이 수십명이나 됐다. 30분을 기다린 끝에 3시간을 이용한 서씨는 이 카페에서 아이 2명 입장료와 점심식사, 음료수값으로 10만원을 썼다. 서씨는 인근 백화점의 또다른 키즈카페를 찾았다. 이 곳은 아이 입장료 1만 2000원과 함께 부모 입장료 4000원을 별도로 받는다. 이날은 마침 ‘에코백 만들기’ 프로그램이 있어 두 아이 수강료로 2만원을 냈다. 서씨가 이날 하루 키즈카페 두곳에서 쓴 돈은 총 15만원이다.
서씨는 “주중 내내 회사일로 시달리고 나면 주말에는 쉬고 싶은 생각 뿐”이라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게 하면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키즈카페나 실내놀이터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36개월 쌍둥이 아들들과 일주일이면 3번 정도 키즈카페를 찾는다는 주부 신모(34)씨는 “일반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아이가 행여나 사고를 칠까 노심초사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언짢은 시선에 죄인이 된 기분이 들기 일쑤”라며 “비용부담이 만만찮지만 아이를 맡기고 마음 놓고 쉴 곳이 키즈카페 뿐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키즈 미용실, 키즈 레스토랑 등 ‘웰컴키즈(Welcome Kids)’ 서비스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키즈카페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서씨 사례에서 보듯 마음 편히 아이를 맡길 곳 없는 대한민국 육아 현실의 어두운 단면이다. ‘월컴키즈’ 서비스는 아이의 안전과 부모의 여유시간 보장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부모들에게 또다른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
키즈카페 검색·지도 애플리케이션인 ‘고고키즈카페’에 따르면 전국의 키즈카페 수는 약 4000여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 키즈카페를 표방한 곳이 등장한 것은 2005년”이라며 “10여년 만에 폭발적으로 키즈카페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뽀로로’나 ‘꼬마버스 타요’ 등 유아용 캐릭터를 앞세운 테마파크형 키즈카페와 백화점·대형마트와 제휴해 고가 전략을 앞세운 프랜차이즈 등 대형 프리미엄 키즈카페들이 기존 ‘놀이방’형 키즈카페들을 밀어내고 급격히 세를 키우고 있다. 프리미엄 키즈카페는 아이 입장료는 평균 1만 2000원~1만 5000원. 어른은 3000원~6000원 사이다.
‘고품격 키즈카페’를 표방하며 청담동에서 영업을 시작해 국내 35곳, 중국 3곳에 가맹점을 낸 ‘릴리펏’이 대표적이다. 릴리펏은 가맹점당 하루 평균 방문객이 300명, 월 평균 매출액은 1억원에 달한다. 미쉐린 투스타 이탈리안 레스토랑 출신 셰프들을 영입해 2만~4만원대의 메뉴를 제공하는 등 고급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릴리펏 관계자는 “전문 셰프와 놀이교육 도우미 등 전문인력를 확보하고 있고 카페운영에 많은 인력을 투입해 상대적으로 인건비 비중이 높다”며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불가피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꼬마버스 타요 키즈카페’와 ‘뽀로로 키즈파크’ 등 캐릭터 키즈카페 역시 고가의 이용료에도 불구, 지점 당 월 평균 매출액이 타요는 3500만~8000만원, 뽀로로는 4000만~9000만원에 이르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이를 밑고 맡길 수만 있다면 비용부담을 감수하는 부모들의 심리를 노린 고급화 전략을 앞세운 키즈카페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용료가 5000원~1만원 미만의 중저가 키즈카페들을 제치고, 상대적으로 고가인 프리미엄 키즈카페들이 성장 가도를 달리다 보니 키즈카페 이용료 자체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힐튼, 워커힐 등 호텔업계 역시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고객층을 겨냥해 호텔 내부에 키즈카페를 속속 입점하고 있다. 2시간 기준 평균 이용료가 평균 3만원선으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 숙련된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이용객수를 제한하는 등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다.
주부 강모(32)씨는 “호텔 투숙객들은 50% 할인 혜택을 받지만, 비투숙객들에게는 상당히 부담되는 가격”이라며 “그럼에도 호텔 서비스이니 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 호텔 키즈카페 투어를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놀이 공간의 절대적인 부족과 노키즈존 현상을 키즈카페 확산의 주원인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일고 있는 키즈카페 고급화 바람이 확산할 경우 육아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리미엄 키즈카페가 저가형 키즈카페를 대체해 나갈 경우 저소득층은 키즈카페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키즈카나 실내 놀이터, 키즈 미용실 등 ‘웰컴키즈존’들은 상업성과 보육시설이 결합한 특수한 공간”이라며 “사업자 입장에서는 키즈카페를 보육 이전에 상업적 목적을 우선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민간 시장이란 이유로 가격거품을 방치하면 또 다른 육아 양극화를 낳고 말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아이와 부모가 무료 혹은 적은 돈으로도 누릴 수 있는 놀이 공간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시세 격차가 어느 정도 되는지, 업체들이 실제로 고가에 걸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적정 이용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등 키즈 업계 현황을 다룬 연구나 조사가 전무한 상황”이라며 “높은 가격을 주고도 서비스 품질에 불만을 갖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시설을 이용하는 부모들이 제 값을 주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창구나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