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 "냉각된 韓中 관계…장기적으로 안정화될 것"
by장병호 기자
2017.05.23 06:00:00
'허삼관 매혈기' '인생' 쓴 중국 대표 소설가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 사회 단면 글로 담아
쓰고 싶은 것 마음대로…中 검열 심화 우려도
"차별·대립 문제 상호전환적 관계로 개선해야'
| ‘허삼관 매혈기’의 중국 작가 위화가 22일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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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허삼관 매혈기’로 잘 알려진 중국 작가 위화(余華·57)가 사드 배치로 경직된 한국과 중국의 대외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위화는 22일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냉각됐던 한·중 관계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전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한국과 중국이 동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위화는 “4월까지만 해도 중국 내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언급하며 남북한의 전쟁 위기가 심각하다는 보도가 많았다. 친한 친구도 이 시점에 한국에 가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충고 아닌 충고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포럼을 주최하는 대산문화재단이 큰 동요 없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거라 판단해 참석을 결정했다”고 했다.
위화는 한·중·일·북 사이에서 한국과 중국이 가장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 일본,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 문제 때문에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이 지금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어느 나라와도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어린 시절 문화대혁명(1966~1976)을 겪은 위화는 그동안 기존의 문학과 다른 새로운 문학을 개척하기 위해 글을 써왔다. ‘인생’ ‘허삼관 매혈기’ ‘형제’ ‘제7일’ 등 해학 속에 고통을 담은 작품으로 중국 사회의 단면을 담아왔다.
그는 “글을 쓸 때는 쓰고 싶은 대로 마음껏 쓴다”고 말했다. 작품 속 잔혹한 장면에 대해서는 “문화대혁명 때 직접 목격한 것에 비하면 수위가 낮은 편”이라고 했다. 다만 독자들이 자신이 표현하는 잔혹함을 감당하지 못할 것을 걱정해 스스로 표현수위를 통제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의 출판 검열 문제도 지적했다. 위화는 “소설이라는 ‘위장술’을 이용한다면 내가 쓴 글이 중국에서 출간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중국 내에서 언론·미디어 통제와 출판 검열이 강화되고 있어 앞으로 쓸 작품이 정상적으로 출간될지 자신이 없다”고 했다. 또 “내 소설이 중국에서 출간이 안 된다면 오히려 한국 출판사 입장에서는 더 좋은 세일즈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위화는 “나 같은 50대 작가들은 문화대혁명을 겪으며 성장해 글에서 정치적인 요소가 부각되는 편이다. 반면 젊은 작가들은 그들의 부모 세대 이야기를 테마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90년대 출신 중국 작가들이 아이돌 스타처럼 매니지먼트 소속으로 활동하는 사실을 언급하며 “작가의 매니지먼트가 아이돌 매니지먼트처럼 이뤄져야 하는지 의문이다”라고도 했다.
위화는 이번 포럼 첫째 날인 23일 ‘우리와 그들’이라는 주제로 글쓰기 속 작가와 독자의 관계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차별과 대립 등 ‘구분 짓기’는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며 “문학은 이러한 문제를 시간을 두고 발효시켜 사색을 통해 발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나’와 ‘타자’의 관계는 대립적이기만 한 건 아니다. 상호전환적일 수도 있다. 오늘의 ‘나’가 내일의 ‘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