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우린 진해로 간다, 35만그루 벚꽃비 맞으러
by강경록 기자
2016.04.01 06:15:00
낭만벛꽃의 절정 ''진행군항제'' 11일까지
차 막히고 바가지요금 뻔하지만
화려한 꽃구름에 피로가 싹
1.5km 벚꽃터널 깔린 여좌천
열차타고 꽃비 맞는 경화역 등
꽃구경 뒤 복국·아귀찜도 일품
| ‘벚꽃나라’에서는 어린아이도 행복하다. 경남 창원 진해구에서 1일부터 11일까지 이어질 ‘진해군항제’를 앞두고 꽃망울을 터뜨린 여좌천 한 벚나무 아래서 아이들이 풍경감상에 여념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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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꽃샘추위도 물러갔다. 이제 바야흐로 봄의 절정인 4월이다. 봄꽃도 앞다투어 피어나는 완연한 봄이다. 남도는 이미 매화와 산수유에 이어 화려한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이즈음에는 어디를 가든 화려한 꽃구경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그중 최고는 봄꽃의 여왕 ‘벚꽃’이다. 벚꽃이 피면 어디든 다 좋지만 그래도 명소는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남 창원 진해구다. ‘벚꽃 하면 진해, 진해하면 벚꽃’으로 통하는 곳이다. 하이라이트는 군항제다. 올해도 어김없이 1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딱’ 지금이다. 차 막히고 사람이 붐빈다. 바가지요금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벚꽃을 보러 진해로 간다. 진해에서 ‘벚꽃폭우’를 맞아보면 왜 그곳에 갔는지 이유를 저절로 알게 돼 있다.
◇봄꽃의 클라이맥스 ‘진해군항제’
4월의 진해는 화려함의 극치다. 무려 35만여그루의 벚나무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려 절정을 이룬다. 군항제가 열릴 무렵이면 도시 전체는 화려한 꽃구름을 둘러친다. 이젠 그 이름을 창원에 넘겼다. 2010년 행정구역 통합으로 진해와 마산이 모두 창원시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군항이 들어서 번성했던 진해시와 항만 공업도시로 이름을 날렸던 마산시가 창원시의 일개 ‘구’가 돼버린 것이다. 그래도 ‘창원군항제’는 이상하다. ‘진해군항제’라 해야 입에 착 달라붙는다.
군항제는 1952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세우고 추모제를 거행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진해의 벚꽃은 양질이다. 잎이 넓은 왕벚나무는 그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아릴 지경. 밤새 함박눈이 내린 것처럼 눈부시다. 딱히 할 게 없어도 좋다. 그냥 즐기면 된다.
군항제를 제대로 즐기려면 여행정보를 꼼꼼히 챙기는 게 먼저다. 벚꽃 포인트부터 알아두자. 도시 전체가 벚꽃 천지인 진해에서 명소를 찾는 일은 무의미하지만 굳이 꼽으라면 여좌천, 경화역, 장복산공원, 안민고개, 시루봉, 제황산공원, 해군사관학교 등이다.
넘버원 포인트는 여좌천이다. 진해군항제를 대표하는 곳이다. 1.5㎞ 가까이 이어지는 벚꽃터널 아래서 벚꽃 함박눈을 흠뻑 맞을 수 있다. 여좌천을 색다르게 즐기려면 밤이 좋다. 천변에 장식해 놓은 야광 자전거와 우산, 하트장식, 조명이 벚꽃과 어우러져 여행자의 마음을 더욱 들뜨게 한다.
‘낭만벚꽃’을 찾는다면 경화역 벚꽃터널로 가야 한다. 벚꽃 사이로 지나가는 열차사진은 진해군항제의 상징이다. 경화역에서 세화여고에 이르는 800m 벚꽃터널 속을 열차를 타고 지나가는 풍경은 애니메이션이 따로 없다. 경화역은 한국철도 진해선의 한 역이다. 지난해 2월 1일로 운행이 중단돼 88년을 달린 진해선 열차는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군항제 기간에는 관광열차를 운행한다. 군항제 기간에만 개방하는 해군사관학교와 해군기지사령부는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 실물 크기로 복원한 거북선이 바다 위에 떠 있고 충무공 이순신과 옛 수군에 관련된 자료가 있는 해군사관학교 박물관도 둘러볼 수 있다.
|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경화역 철로에서 봄을 만끽하는 여행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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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역사 고스란히 품은 ‘군항마을’
사실 진해서 벚꽃만 구경하고 돌아오기는 아쉽다. 도심 곳곳에 근대 풍경이 오롯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군항마을이 있다. 이 이름에는 사실 아픈 과거가 있다. 때는 1912년. 일본은 진해를 계획도시로 조성했다. ‘러일전쟁’(1904) 때문이었다. 일본은 러일전쟁을 일으키면서 대규모 군대, 그중 해군을 주둔시킬 중간거점이 필요했다. 그때 떠오른 장소가 진해만 일대다. 을사조약(1905) 체결로 조선의 국권을 빼앗은 일본은 한반도에 군항 건설계획을 세웠고 그 대상지로 진해만을 선택했다. 이곳에 일제 잔재가 많이 남은 이유도, 군항이 지금껏 자리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 중심이 중원로터리 ‘팔거리’다. 이름 그대로 여덟 개의 길이 만나는 곳이다. 팔거리를 중심으로 방사형 차로가 잘 정비돼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욱일승천기를 닮았다. 일제가 이 일대를 인위적으로 조성했다는 설도 이 팔거리 때문에 생겼다. 제황산에 올라 보면 그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최근 만들어진 모노레일을 타면 쉽게 오를 수 있다.
| 제황산에서 내려다본 ‘팔거리’. 일본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닮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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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황산도 일제침략의 상흔이 깊은 곳이다. 제황산이란 이름에도 사실 일제의 잔재. 원래의 명칭은 ‘부엉산’이다. 일본이 산세가 투구를 닮았다고 ‘가브토산’으로 부르다가 광복 후 제황산으로 개칭했다. ‘임금이 날 터’라는 명당설에 따라 제황산’이라고 고쳤는데 이마저도 제왕(帝王)의 착오였다는 것이다. 꼭대기에 자리한 진해탑(1967)도 일본 제국주의의 야욕이 묻어 있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제황산을 완전히 깎아낸 뒤 세운 대형기념탑인 탓이다. 당시 이름은 ‘일본해해전기념탑’. 광복 이후 한참이 지난 1967년에 철거해 그 자리에 높이 28m인 9층 규모의 진해탑을 새롭게 세웠다. 현재는 리모델링 중이다.
이러한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곳이 진해군항마을역사관이다. 이곳에는 주민들이 기증한 역사기록물과 옛 사진이 가득하다.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1920년대 진해의 모습이다. 사진 속 건물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지금도 그 자리에 서 있다. 역사관에서 나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은 수양회관. 상가 위로 우뚝 솟은 중국풍의 팔각누각이다. 1920년대 지어졌다. 이 누각 건너편에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6년에 문을 연 중국집 ‘원해루’가 있다. 화교 1세대가 운영해온 이 집은 대만의 장제스 총통이 다녀간 곳으로, 임권택 감독의 영
화 ‘장군의 아들’의 촬영장소로 더 유명하다.
1955년 문을 연 뒤 진해 일대 지식인의 사랑방이 됐던 곳이다. 이밖에도 팔거리 일대에는 1912년 세운 진해우체국이며, 같은 해에 지은 일제해군병원장 관사, 일제장옥거리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시원하고 담백한 ‘복국’·맵고 쫄깃한 ‘아귀찜’
역시 꽃구경의 마무리는 맛집으로 연결된다. 진해를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복요리와 아귀찜이 있다. 복어는 단백질과 비타민 등이 풍부하고 유지방이 전혀 없어 담백한 생선. 쫄깃쫄깃한 맛과 향기가 있는 최고급 식품으로 친다. 시원한 맛이 일품인 복요리는 내장 빼고 버릴 게 없다. 껍질은 각종 채소와 버무려 복껍질무침으로 먹고, 살은 튀김이나 복국, 회 등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예쁜 꽃에는 가시가 있다’는 것처럼 좋은 복어는 맹독을 품고 있다. 복요리를 안전하게 제대로 맛보려면 일단 전문점을 찾는 게 좋다. 대부분 한곳에 몰려 있다. 마산어시장 내 20곳 정도 복요리집이 성행한다. 전국 최대규모이자 복요리 밀집지역이다. 대표적으로는 남성식당(055-246-1856), 고성복집(055-221-5848), 광포복집(055-242-3308) 등을 꼽을 수 있다.
아귀찜도 대표요리다. 정확한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귀찜은 오동동에서 먹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된장과 고추장을 반반 섞고 마늘·파 등을 넣어 만든 양념장을 꼬들꼬들하게 말린 아귀에 발라 북어찜처럼 구어낸 것이 시초. 채소를 첨가한 건 1960년대다. 마산합포구 오동동에서 갯장어식당을 하던 일명 ‘혹부리할머니’가 된장·고추장·콩나물·미나리·파 등을 섞어 쪄서 만들었다. 맵고 쫄깃하면서 담백한 맛에 마산항 어부를 중심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때부터 오동동 사거리 아귀찜 골목식당이 성업했다. 이곳에서는 제철(2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외에는 생아귀를 쓰지 않고 찬바람에 20~30일 이상 말린 건아귀로 찜을 낸다. 된장으로 간을 해 비린내를 없애고 전분을 첨가하지 않아 국물을 자작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귀찜을 제대로 즐기려면 건아귀와 생아귀를 동시에 맛보는 것이 가장 좋다. 생아귀찜은 쫀득쫀득한 아귀 내장과 싱싱한 아귀의 맛을 느낄 수 있고, 건아귀찜은 햇빛에 말린 아귀의 구수한 향과 쫄깃쫄깃한 육질이 일품이다. 이외에도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의 아귀탕, 돼지고기와는 또 다른 수육맛을 느끼게 하는 아귀수육이 별미다. 대표식당으로 옛날우정아구찜(055-223-3740), 오동동진짜초가집원조아구찜(055-246-0427), 마산아구찜(055-222-8916) 등이 있다. 집집마다 특색이 있어 구수한 맛, 칼칼한 맛, 매콤한 맛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 진해의 또하나의 대표음식인 도다리쑥국. 조개로 육수를 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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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가자면 경부고속도로를 타다가 김천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내서분기점까지 내려간다. 내서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 제1지선으로 갈아타고 서마산 나들목으로 나와 진해방면으로 좌회전해 어린교 오거리에서 다시 좌회전해서 2번 국도를 타면 된다.
△먹을곳=성산구 중앙동의 ‘바다바다’(055-286-2900)는 도다리쑥국(1만 2000원)이 맛있다. 조개로 육수를 내 시원한 것이 특징이다. 진해 군항마을 근처 팥이야기(055-546-7872)는 팥죽과 팥빙수가 유명하다. 둘다 3000원. 의창구 팔용동의 임진각식당(055-256-3535)은 석쇠한우불고기(1접시 1만 6000원)와 소고기국밥(7000원)이 유명하다.
△잠잘곳=호텔 샤보이(055-247-4455)는 한국관광공사의 호텔체인인 베니키아의 가맹점이다. 팔용산에 가기 전 마산수출자유지역공단 근처에 있다. 가족이 묵어도 좋을 만큼 깔끔하고 저렴하다. 7만~10만원 선.
|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경남 창원 진해구의 여좌천 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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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창원 진해에서 열리는 ‘진행군항제’의 명소인 ‘경화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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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황산 진해탑에서 내려다 ‘팔거리’. 일본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닮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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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해군항마을에 있는 팥죽전문점 ‘팥이야기’의 팥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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