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상윤 기자
2015.11.18 06:00:09
뇌물 수수에 인사청탁에 'OUT'
부끄러운 선배 대신 차라리 낙하산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지난 2013년 5월 한국가스공사 사장 공모는 치열했다. 당시 정부쪽에서 미는 산업부 차관 출신이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무려 8명이 지원했다. 사장 선임 관련 주주총회가 두 차례나 연기되기도 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세간의 예상과 달리 공채 1기인 장석효 전 자원사업본부 본부장이 뽑혔다. 회사 창립 30년 만에 첫 내부 승진 사장이 된 셈이다.
내부 출신 인사가 사장까지 오른 만큼 직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는 유상증자, 유휴자산 매각, 비용 절감 등 재무 구조 건전성을 확보하고, 해외사업 확대 등 의욕적인 운영방침을 밝히며 적극적인 경영을 펼쳤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만큼 후배들을 독려하며 한국가스공사의 미래를 그려나갔다. 후배들도 지금처럼 열심히 한다면 장 전 사장처럼 회사의 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부풀었다.
하지만 그의 성공 신화는 1년 반 만에 끝났다. 올해 1월, 그는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부패혐의와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으면서다. 장 사장은 2013년 7월부터 예인선 업체에서 법인카드와 차량 등 2억 8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예인선 업체가 가스공사와 계약을 맺고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항구 접안을 위한 업무를 해왔다는 점 등으로 보아 대가성이 있다는 것이다.
장 사장은 또 배임·횡령 혐의도 받았다. 2011∼2013년 예인선 업체 대표로 재직하면서 이사 6명의 보수 한도인 6억 원을 초과해 연봉을 지급하거나 법인카드로 자신의 가족 해외여행 경비를 사용하는 등 회사 돈 30억 3000만 원 상당을 빼돌렸다는 내용이다.
1차적으로는 장 전 사장의 부패 혐의가 근본적인 문제이지만,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장 전 사장이 정부에 미운털이 박혔던 탓이라는 소문도 파다했다. 가스공사 사장 자리는 주로 산업부 차관에게 돌아갔는데, 장 전 사장이 이를 밀어내고 사장에 올랐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먼지를 털어서 문제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면서 “개인 비리 문제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내부 출신 사장의 한계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패·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공기업 사장은 장 사장뿐만이 아니다. 조계륭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은 공사의 전신인 수출보험공사에 입사해 주요 요직을 거친 내부 출신 사장이다. 하지만 그는 가전업체 모뉴엘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으며 낙마했다. 내부 승진 케이스인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원전 용수처리 업체로부터 납품 계약과 관련해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을 살고 있다.
공공기관 다른 한 관계자는 “내부 출신 사장은 후배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지만, 현실에서는 비리 혐의 문제가 불거지는 등 ‘아름다운 끝’은 많지 않았다”면서 “외풍에도 크게 시달리는 만큼 조직 내에서는 차라리 관피아나 교수출신이 오는 것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