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용석 기자
2015.05.03 09:07:05
작년 미성년자 둔 부부 이혼 5만7179건..전체 이혼의 절반
면접교섭센터서 상담받고 아이 면접..주말에 이용 몰려
강제력 부재는 단점.."양육비 이행원 등과 연계 운영해야"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이혼 소송 중인 A씨(43)의 가장 큰 고민은 6세짜리 딸이다. 딸을 보고 싶지만, 별거 중인 아내 B씨(41·여)가 아이를 해외에서 키우고 있다. A씨는 3~4년 동안 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양육자로 B씨를 지정하고 대신 매달 두 차례씩 A씨가 면접교섭센터에서 딸과 4시간 동안 함께 보낼 수 있도록 중재했다. 또 오랫동안 딸을 보지 못한 A씨에게 놀이상담을 통해 딸과의 만남에서 어색함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왔다.
만남 초기에는 어색해했지만 좋아하는 캐릭터 옷을 입고 오는 A씨의 노력을 딸도 느꼈는지, 둘 사이는 조금씩 친밀해졌다. 이후 딸은 A씨에게 “왜 여기는 가끔만 오느냐?”고 묻기도 하고 먼저 다가가 놀자고 했다.
이혼이 특별하지 않은 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의 이혼은 5만 7179건에 달했다. 2014년 총 이혼건수(11만 5500건)의 절반에 해당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약 8만 8200명의 아이들이 아빠 혹은 엄마와 한집에서 살 수 없게 됐다.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의 이혼에서 양육권은 재산분할과 함께 중요한 문제다. 한쪽이 양육권자로 정해지면 ‘비양육친’인 다른 한쪽은 자녀를 보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비양육친이 자녀를 만나는 이른바 ‘면접교섭권’은 법으로도 지정된 권리다. 하지만 양육자가 비양육친을 전혀 믿지 못하거나 아이가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았고 이에 대한 상담도 적절히 이뤄지지 못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11월 ‘이음누리’라는 이름으로 면접교섭센터의 문을 열었다. 이혼 전후 아이들이 부모와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또 부모들이 자녀관계를 위한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하려고 세워졌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가정법원에서 진행된 ‘면접교섭실 및 면접교섭센터 오픈코트 행사’에서도 이혼소송 중인 한 부부가 자녀와 함께 면접교섭센터를 찾았다.
이음누리 센터장인 이수영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양육자 가운데 비양육친에게 아이를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믿을만한 제3의 장소인 법원에 면접교섭센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주말에 면접교섭센터를 찾는 이혼부부가 많아 주중에만 일하는 법원과 달리 주말에도 문을 연다”고 덧붙였다.
서울가정법원에는 모두 4개의 면접교섭실이 있다. 면접교섭실 한쪽 벽에는 모두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없는 매직미러(일방경)가 설치돼 있는데 이는 면접교섭상담위원이나 가사조정위원들이 밖에서 면접교섭 상태를 관찰하고 비상상황 발생 시 대처하기 위함이다.
채지나 면접교섭상담위원은 “면접교섭실에서 비양육친이 아이에게 양육자에 대한 험담을 하거나 혹은 아이가 (비양육친과의 만남을) 매우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즉시 면접교섭실 이용을 중단하고 아이를 양육자에 보낸다”고 설명했다.
면접교섭센터의 가장 큰 문제는 특별한 강제력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송 중에는 양육권 및 재산분할 문제 때문에 면접교섭센터를 이용하라는 판사의 지시를 잘 따르지만 소송 후에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부장판사는 “종종 양육권을 가진 쪽이 비양육친에 대한 미움으로 아이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며 “양육비 지급을 관리하는 ‘양육비 이행관리원’과 면접교섭센터가 연계한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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