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지영한 기자
2008.12.10 08:11:41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뉴욕증시가 단기 차익매물 영향으로 9일(현지시간) 약세로 마감했다. 의회의 빅3 표결을 앞두고 관망세가 높아진 가운데 개장전부터 대형 특송업체인 페덱스의 부진한 이익전망이 차익욕구를 자극, 매물이 출회됐다.
다우 지수가 2.72% 떨어진 반면 나스닥지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1.55% 하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오전장만 해도 꿋꿋하게 오름세를 유지했지만, 오후들어 다우 지수의 낙폭이 확대되자, 약세분위기에 휩쓸려 하락세로 돌아섰다.
나스닥 지수가 덜 떨어진 배경에는 반도체주의 상대적인 강세도 한 몫했다. 더욱이 반도체칩 메이커들이 마치 작정을 한 듯 부진한 실적전망을 쏟아냈지만, 이들에겐 오히려 매수세가 몰렸다. 이 영향으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약세장속에서 4%대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하루전 장마감 이후 반도체 칩메이커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exas Instruments), 브로드컴(Broadcom), 알테라(Altera), 내쇼널세미컨덕터(National Semiconductor) 등이 일제히 부진한 실적전망을 발표했다. 그러나 텍사스인스트루먼츠, 브로드컴,알테라, 내쇼널세미컨덕터 등의 주가는 되레 각각 4.93%, 6.99%, 5.63%, 13.22%씩 급등했다.
이에 월가의 전문가들마저 고개를 갸우뚱했다. 통상 주가가 기업의 이익을 선반영해 움직이기 때문에, 이날 칩메이커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거나 최소한 약세 흐름을 보이는 것이 정상이었다.
브라이언 피치오니 BMO캐피탈마켓 애널리스트는 "통상 기술주들이 하락하면 이들의 주식을 사모으려는 욕구들이 있었지만, (부진한 실적전망에도 칩메이커들이 랠리를 보인 이유는) 정말로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기술주들이 이유없이 오른 것 같지는 않다. 지난 주말 고용지표가 34년래 최악임을 확인하고도, 뉴욕증시가 급등했던 것과 엇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는 듯 싶다. 고용지표처럼 반도체업황 부진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터라 투자자들이 새로운 뉴스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칩메이커들의 부진한 실적전망에는 재고축소를 위한 공격적인 가격전략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이를 감안하면 약화된 실적전망보다는 재고감소로 인한 향후 실적개선 기대감이 이날 주식 매입을 자극했는지 모른다.
롭 엔델 엔델그룹 애널리스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 주말 오바마 당선자가 이른바 `신뉴딜 정책`을 설명하면서 각급 학교에 첨단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약속했는데, 이 점이 호재로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다.
물론, 반도체주의 랠리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다. 보다 구체적인 `턴 어라운드` 시그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기술주 랠리에 갸우뚱하는 일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