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원석 기자
2008.08.13 08:32:19
[이데일리 정원석기자]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 하나가 던져졌다.
하나은행이 은행채 3년물 3400억원을 7%에 발행한다는 소식에 시장은 깜짝 놀랐다. 환율 상승세에도 비교적 무덤덤한 모습을 보였던 시장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1,2틱 안팎의 등락폭을 보였던 국채선물 가격은 한 때이긴 하지만 20틱 가까이 하락했다.
은행채를 포함한 회사채 등 신용스프레드 확대 추세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지만 전일 민평대비 9bp나 올라가는 속도에는 아연질색 할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었다.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전후로 국고채 금리는 연고점에서 50bp 가까이 내려왔지만, 은행채와 회사채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스프레드는 계속 확대 일변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국고채만의 강세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겪었던 은행채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슬금슬금 덩치를 불리고 있다.
물론 이견도 적지 않다.
7월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된 은행채 발행신고제 탓에 금리가 마찰적으로 오르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제도 시행기에 나타날 수 있는 혼선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지난해와 달리 증시가 `게걸음`을 치고 있어 은행 예금이 급격하게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본질적으로 은행의 신용도에 문제가 없는 한, 은행채 금리가 오르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저가매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하지만, 시장은 늘 그렇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시장 안팎의 불안한 기운이 팽배한 요즘은 더욱 그러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지난 몇년간 즐겼던 유동성 파티의 끝 무렵을 지나고 있다는 점은 좀 더 신중한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기존의 `발행자 우위 시장`이 `투자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의 협상력이 커지고 있다는 말이다. 예전 같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하나은행 은행채 파문도 투자기반인 자산운용사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 발행하다보니 금리가 턱 없이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은행들의 자금 사정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수시로 들리는 걸 보면, 좀 더 세심하게 지켜봐야할 필요성도 느껴진다.
"불안은 현상에 대한 불만이 응축된 결과"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최근의 시장의 심리적 불안감은 올해들어 돌출변수들에 치여 강세다운 강세를 누려보지 못한 시장의 불만이 쌓인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심리적 피로감이 누적됐을 때야 말로 `좌고우면` 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 기사는 13일 오전 8시12분 이데일리 유료 서비스인 `마켓 프리미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