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강세 덕분에…

by조선일보 기자
2007.03.12 08:40:23

수출 中企 모처럼 숨통 트여 “850원까진 올라야 하는데…”
아직 힘겹다는 기업 더 많아 경쟁력 반영될지는 두고봐야

[조선일보 제공] “760원까지 갔던 100엔당 원화 환율이 820원까지 올라갔으니 그래도 다행입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입니다.”

자동차용 고무부품을 수출하는 성동테크 도진희 전무는 100엔당 원화환율이 780원일 때 엔화로 결제받은 1500만엔을 최근 환전해 600만원 정도 이득을 봤다고 말했다. 환율이 820원대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해를 아주 조금 만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끝간 데 없이 약세를 보이던 엔화가 지난주 초 모처럼 급등하면서 수출 중소기업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지는 않고 약간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 여전히 신경써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2월 100엔에 766원까지 떨어졌던 엔화가 지난주 초 820원대까지 상승하자 대일 수출기업들 사이엔 한때 훈풍이 불었다. 재생 프린터용 드럼을 생산하는 백산OPC 관계자는 “전체 매출 중 30% 정도가 대일(對日) 수출인데 770원까지 갔던 100엔당 원화 환율이 800원대만 돼도 단가 인상 효과가 있다”면서 “작년 엔화 환율 하락으로 떨어졌던 영업이익률이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평균 1%의 매출 증대 효과가 있고, 그만큼 이익도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아직도 견디기 어렵다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회사가 더 많다. 생활용품 판매회사인 H사 임원은 “2005년에서 작년 사이 엔화 환율이 20~25% 떨어졌으니 500원에 팔던 게 사실상 400원이 된 셈”이라며 “최소한 850원대까지는 갔어야 하는데 엔화 상승세가 주춤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무역협회가 작년 10월 대일(對日) 수출 기업 3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도 희망 환율은 100엔당 850~900원대로 집계됐다. 무역협회 신승관 박사는 “원체 떨어진 상태에서 올라가서 그렇지 800원대로 들어선 것은 한계 상황을 겨우 모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주력 업종인 전자, 자동차 쪽에서는 엔화 환율 변화를 주목하면서도 당장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전자산업의 경우, 주력 제품인 반도체, 정보통신 쪽에서 일본 부품 의존도가 높아 엔화 가치 상승이 꼭 득(得)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차와 해외 시장서 경쟁해야 하는 자동차 산업은 엔화 가치 상승에 따른 경쟁력 향상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한 기아차 임원은 “환율 리서치 기관에 따르면 달러가 연내 1000원까지, 엔화도 동반 상승 가능성이 있어 현대·기아차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의 한 고위임원은 “환율의 등락은 단기적인 요인일 뿐, 전 세계 자동차 수요의 트렌드와 환경·기술 변화에 얼마나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서성문 연구위원은 “엔화 가치가 2년간 20% 이상 떨어졌던 것에 비해, 바닥 대비 5% 가까이 오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면서도, “일본 자동차기업의 체질이 워낙 강해, 엔화 가치가 더 올라도 수출 개선 효과는 상당한 시차를 두고 반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